참여정부 방송사 사장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 고위 인사를 만나 방송 장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노조 장악을 자신하면서 충성맹세를 했었다는 현 정부 실력자가 김인규 KBS 사장이라고 오마이뉴스가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인터뷰 등을 통해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인규 KBS 사장은 당시 양 전 비서관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당시 만남에서 '청와대의 방송사 인선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며 양 전 비서관과 오마이뉴스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오마이뉴스는 29일 오후 송고한 기사를 통해 양 전 비서관이 당시 만난 인사에 대해 "뜻밖에도 김인규 현 KBS 사장이었다"며 "양 전 비서관은 김 사장이 자신을 만나 'KBS를 장악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나를 밀어 달라고 청탁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 김인규(왼쪽) KBS 사장. ⓒ연합뉴스  
 
오마이뉴스는 김인규 사장이 양 전 비서관과 어떻게 만났는지 등에 대한 정황도 상세히 소개했다. 지난 2006년 11월 2일 저녁 양 전 비서관은 인사동의 한정식 집에서 언론계 선배들과 저녁 식사자리에 참석했는데, 초대받지 않은 '어떤 인사'(김인규 사장)가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추천의 KBS 이사를 지낸 그는 당시 정연주 KBS 사장 후임 인선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김 사장의 방문에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화기애애해야 할 자리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으며, 유력 정치인의 동생인 한 인사가 '단둘이 차나 한잔 하자'고 제안해 근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찻집에 들어선 이후 화장실에 간다던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대신 그 자리에 김 사장이 다시 나타나 10여 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양 전 비서관은 당시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 김 사장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KBS를 잘 장악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한 것 외엔 없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KBS는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김인규 사장이 "양 전 비서관의 로비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명예훼손 혐의로 즉각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 29일 저녁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KBS에 따르면 김 사장은 양 전 비서관과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모략이며, 적반하장"이라며 "지난 2006년 겨울 인사동 모 음식점에서 양 전 비서관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나눈 대화의 내용은 양씨가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상반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오히려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에 정권이 개입해서는 좋을 것이 없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으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양 전 비서관의 적반하장식의 무책임한 주장으로 자신과 KBS의 명예가 훼손된 만큼양 전 비서관과 이를 인용보도한 오마이뉴스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 전 비서관은 자신이 쓴 글과 주장은 한 글자도 틀림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방송사 인선 개입이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는 김 사장의 주장에 대해 "(그 자리에선) 전혀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양 전 비서관은 "김 사장이 청와대 줄을 대기 위해 나뿐 아니라 굉장히 여러 사람을 만나 (로비를 했다는) 비슷한 얘기를 해놓고, 왜 나에게만 '그렇게 해선 안된다(청와대가 방송사 인선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며 "김 사장이 당시 로비했다는 얘기는 나말고도 증언해줄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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