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첫날 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일상과 친근한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방송한 KBS 추석특집 <아침마당>에 대해 내부에서는 주로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연성 프로그램마저 대통령 홍보에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다른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축소 폐지돼 정부권력을 감시할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젠 뉴스 뿐 아니라 아침 교양 프로그램에서마저 대통령의 이미지 홍보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21일 아침 8시25분부터 80분간 방송된 KBS 추석기획 <아침마당> '대통령 부부의 사람사는 이야기' 편은 KBS측의 기획과 이 대통령 내외 출연요청을 청와대가 수락하면서 성사됐다고 청와대와 KBS는 밝혔다. 평소 60∼65분간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대통령 내외의 목소리를 상세히 내보낸다는 취지에서 이날엔 15∼20분가량 늘려 방송했다. 또한 늘상 스튜디오에 나온 여러 방청객의 질문이나 의견을 듣는 기회도 이날 방송에선 없었다.

이날 방송에서 이 대통령 부부는 김윤옥 여사의 이 대통령에 대한 애정어린 쓴소리, 이 대통령의 자식 사랑, 이 대통령이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는 내용, 서울시장 퇴임직후 이 대통령이 직접 기술을 전수해줬다는 인사동 풀빵장사에 대한 사연 등이 소개됐다.

   
  ▲ 21일 아침 방송된 KBS 추석특집 <아침마당> '대통령 부부의 사람사는 이야기' 화면캡쳐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어머니 고 채태원 여사와 관련된 과거사를 언급하면서 이례적으로 눈물을 펑펑 쏟았다. 후회되거나 아쉬운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글세 말이죠"라며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안됐죠. 너무 일찍 돌아가셨고, 내 약속을 했습니다, 새 옷 사려고 약속했는데 지킬 기회가 없었습니다. 늘 가슴이 아픕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우리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돼요".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서는 뉴스메이커인 대통령을 출연시켜놓고도 인간적인 면,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쳐 연성화된 프로그램을 통한 홍보로 활용됐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성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기획제작부문 간사는 "대통령이 직접 출연했지만 친서민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쳐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 정치에 활용됐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정부가 알리고 싶은 내용이라도 정책으로 보여주고 평가를 받아야지 이런 식으로 연성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에 활용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윤 간사는 "KBS에서 내부적으로도 정부를 비판하는 프로그램 제작하는데에 제약을 받으며 억눌리고 있는 반면에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대통령이 출연해 맘껏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과거 정부와 달리 현 정부의 언론환경이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 21일 아침 방송된 KBS 추석특집 <아침마당> '대통령 부부의 사람사는 이야기' 화면캡쳐  
 
특히 윤 간사는 추석연휴 첫날 이런 프로그램이 방송된 것에 대해 "하반기 민심을 가늠할 추석민심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친서민'이라는 화두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직접 출연한 자신이 사는 얘기를 하게 되면 국정 드라이브를 거는데에 훨씬 효과적인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지난 14일 "추석을 맞아 대통령이 국민에게 친근한 이야기를 해주도록 요청한 것을 청와대가 받아들여 이뤄진 자리"라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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