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을 지역구를 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누리꾼 사이에서는 웬만한 다선 의원보다 유명한 인물이다. 문제는 '굴욕 정치인'이라는 불명예가 꼬리표처럼 달려 있다는 점이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명단 공개 문제로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했던 인물이다.

법원이 불법행위라고 판결했지만,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를 강행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동참하면서 국회의원이 대놓고 법을 어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교조 명단 공개 논란을 공론화하고 힘을 싣고자 '조전혁 대책위원회'는 5월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 등 여당 의원들도 대거 조전혁 의원 콘서트 행사에 참가하고자 현장을 찾았다. 유명 연예인까지 초청해 흥행을 기대했지만, 현장에는 연예인도 수많은 인파도 보이지 않았다.

썰렁한 콘서트, 한나라당 의원이 대신 가수 역할

   
  ▲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연합뉴스  
 
한나라당 의원과 보수단체가 연루된 행사라는 것을 알게 된 연예인들이 모두 출연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음반을 낸 경험이 있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대신 무대에 올라 가수 역할을 했지만, 썰렁한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려웠다.

이런 소식이 알려진 이후 조전혁 의원은 '콘서트 굴욕'의 주인공으로 누리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조전혁 의원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상황이지만, 냉랭한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대놓고 법을 어기겠다는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라는 설명이다.

콘서트 굴욕의 주인공이었던 조전혁 의원은 8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대한 역공을 노린 폭로로 주목을 받았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사찰 대상으로 삼은 김종익씨 사건은 참여정부 실세가 연루된 권력형비리사건이라는 주장이다.

조전혁 민간사찰 폭로에 민주당 "잘됐다" 반색

   
  ▲ 한겨레 7월9일자 4면.  
 
이명박 정부의 불법 민간인사찰 문제를 참여정부 문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주장의 진위와 관계없이 9일자 주요 신문 기사로 보도됐다. 조전혁 의원 폭로는 성공작처럼 보였지만, 야당의 반응이 흥미롭다.

조전혁 의원 폭로에 대해 오히려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한나라당 모 의원이 '김종익씨가 전 정권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고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잘됐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검찰은 철저히 수사를 해서 밝히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다. 모든 의혹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게 국가가 할 일이다. 우리는 만약 그런 비자금이 조성됐고 뇌물이 전달됐다면 그 또한 검찰이 철저히 조사해서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조전혁 의원의 주장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하자"고 제안했다. 조전혁 의원은 야당을 향해 '폭로의 포탄'을 쏘았지만, 여당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는 형국이다.

한겨레는 9일자 4면에 <조전혁 의원 '표적 사찰' 실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 기사 제목은 조전혁 의원의 폭로가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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