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청계천 어류 방류 의혹 관련 기사는 매체와 매체의 성향에 따라 보도가 뚜렷하게 갈렸다.

상당수 신문은 24일자 지면을 통해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인터넷신문과 통신사도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를 기사를 통해 전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이들 단체의 의혹을 보도하지 않았다. KBS MBC SBS 등 방송사는 일부 신문사와 함께 현장 취재에 나섰지만 기사화하지 않았다.

청계천 어류 방류를 처음 문제제기했던 이는 최병성 목사였다. 최 목사는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으나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았다. 이 내용을 환경기자클럽이 접했고, 일부 신문·방송사가 함께 확인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에 물고기를 공급했다는 증언을 확보했고, 국내 민물고기 연구 권위자와 함께 현장 검증도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관련 내용을 지난 20일 공개하면서 보도는 방송과 인터넷 매체의 경우 23일 오후 8시부터, 신문은 24일 조간부터 하기로 했다.

상당수 신문은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경향은 2면 <청계천에 웬 섬진강 물고기>와 사설 <청계천에 어류 방류하고도 생태계 복원 홍보했다니>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 9면 <“청계천에 타수계 물고기 사다 넣었다”>, 한겨레 13면<청계천 미스터리…토종어류 ‘수상한 귀환’>, 한국 14면 <청계천 물고기 ‘갈겨니’ 어디서 왔나>, 내일 4면 <서울시 청계천 거짓말?>, 서울경제 27면 <청계천에 섬진강 물고기가!> 등에서 기사화했다. 오마이뉴스 <물고기 풀어넣고 물길 따라 거슬러 왔다? 4대강서 반복될 청계천 복원 신화의 실체 >, CBS <청계천 물고기 '서울시가 사들여 방류' 논란>뿐 아니라 통신사인 뉴시스와 연합뉴스도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청계천 어류 방류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 5월23일자 경향 2면.  
 
   
  ▲ 5월24일자 국민 9면.  
 
반면, 공동 취재에 나섰던 KBS MBC SBS 등의 방송사의 23일 뉴스에서는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MBC 기자는 이에 대해 “청계천에 물고기를 푸는 화면이 없는 상황에서 의혹만 가지고 보도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취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작을 하다 말았다”고 밝혔다.

KBS 기자도 “서울시가 물고기를 정기적으로 구해다 계획적으로 풀었다는 주장을 입증할 그림이 없었다”며 “방송 뉴스에 나가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그림이나 녹취가 있어야 하는데 2006년에 한 번 사갔다는 증언뿐이었다. 우려와 의혹만 가지고 보도를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도 제작이 안됐다고 말했다.

SBS는 3사 중 이번 사안을 가장 열심히 취재했지만 기사화되지 않았다.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는 “취재에 발 벗고 나섰으나 기사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BS에서는 이를 취재한 기사가 속한 사건팀 내 토의에서 추가 취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사가 되지는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24일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 국민 기만’ 방송은 공범 역할을 중단하라>를 내어 “권력을 감시 견제 비판해야 할 언론이 이런 대국민 기만행위를 파헤치기는커녕 알면서도 입을 다무는 것은 언론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거짓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국토와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고 있는 권력을 질타하기는커녕 드러난 사실마저 외면한다면 국민 기만의 공범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KBS MBC SBS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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