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이 KBS의 연말 아랍에미리트 한국기업 원전 수주와 이건희 사면, 용산참사 협상 타결 보도에 대해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회장 김진우) 뉴스모니터단은 13일 발행된 KBS 기자협회보에서 지난 연말 원전 수주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의 업적을 KBS가 과도하게 찬양했다는 점을 집중 지적했다.

KBS는 한국기업의 원전수주가 확정된 지난해 12월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방송3사의 관련 뉴스를 분석한 결과 KBS는 리포트 15·단신 1건, MBC 리포트 8건, SBS 리포트 7건이었다고 전했다. 사흘간 KBS의 원전수주 보도에 대해 기자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역할에 대한 상찬은 상식선을 넘어선다"며 "뉴스에서 대통령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KBS의 12월27일 <뉴스9> 네 번째 리포트 '정상 외교로 '뒤집기''에 대해 기자들은 이렇게 평했다.

"'한국의 기술력을 내세워 끈질기게 설득하고 진정성으로 마음을 움직인 것이 어려운 고비를 맞았던 수주를 성사시킨 원동력이었습니다'라는 김은혜 대변인의 인터뷰와 함께 '특히 현대건설 회장 시절 원전 건설을 지휘했던 이 대통령의 경험과 지식이 이번 비즈니스 정상외교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청와대는 평가했습니다'라며 대통령의 업적을 한껏 치켜세웠다."

   
  ▲ 지난 5일 방송된 KBS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  
 
다음날인 28일(월) 대통령의 귀국 소식을 전한 뉴스 '이 대통령 "원전 수주 천운이자 국운"'에서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가 40년 만에 원전 수출국이 된 데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있었지만 천운이 따랐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한 대목에 대해 "대통령의 발언을 '겸손한 모습'으로 묘사한 것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이로써 원전 수주 발표 엿새 전 '원자력은 기회 산업'이라 했던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충실하게 구현됐다"며 "청와대가 쓴 치밀한 각본에 공영방송이 덩달아 만세를 부르며 춤을 춘 모양새"라고 했다. 앞서 같은달 21일 <뉴스9> 두 번째 리포트 '이 대통령 "원자력은 기회 산업"' 리포트의 마지막 문장에서 "청와대는 오늘 업무보고가 열린 영빈관의 실내 온도를 18도에 맞춰 진행했다"고 보도했었다.

이를 두고 내부 심의평에서도 일부 지적이 있었다. 기자들은 "사내 심의평조차도 '오랜 숙제인 안전성 문제를 제쳐 두고 온실가스 문제의 대안인 것처럼 보도한 것이나 이를 새성장동력으로 끌어올린 것 등은 모두 이견의 여지가 있었고, 경제효과는…대부분 정부나 청와대측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이라며 '한국 원전의 역사는…사회갈등 요인이 되었던 원전 폐기물 문제가 배제된 채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시켜 아쉬웠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지난 5일 방송된 기획특집도 도마에 올랐다. 기자들은 "원전 수주 1주일 만에 급조된 프로그램"이라며 내용에 대해서도 대통령 홍보에 급급했다고 했다. 프로그램 내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출신으로서 가격이 적정해야 한다는 등 수주 전 전략과 방법론을 막후에서 조언"한 공로를 거듭 인정받았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까지 등장해 대통령의 특별한 외교 능력을 선전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단독 사면 보도의 경우 축소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지난해 12월 29일 이 회장 단독 사면 소식은 이날의 가장 큰 뉴스거리인 만큼 MBC와 SBS 모두 각각 세 건 씩 할애했으나 KBS는 청와대발 리포트 한 꼭지가 전부였다고 제시했다.

KBS가 이 소식을 축소했다는 점 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G20 정상회의유치와 원전 수주 등 그동안의 국정 성과에 더해 올림픽 유치를 향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배어있습니다"라고 전한 리포트를 들어 기자들은 청와대 대변인의 리포트냐고 되물었다.

기자들은 "또한 뉴스에서 사면을 환영하는 시민 인터뷰와 대한체육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전무의 인터뷰가 연속 배치됐고, 청와대 대변인 녹취까지 더하면 인터뷰 5개 가운데 반대하는 목소리는 참여연대 관계자 1명뿐"이라며 "이날 춘천총국 기자가 서울로 송출한 강원도민 인터뷰에는 찬반 목소리가 모두 들어가 있었으나 찬성하는 시민의 인터뷰만 선택됐다는 엄연한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용산 참사 보도에 대해서도 KBS 기자들이 호된 질책이 이어졌다. 지난해 1월20일 참사 이후 KBS는 과연 공영방송으로서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편향된 보도로 사태의 본질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지난해 12월30일 KBS <뉴스9> '용산참사 눈물의 1년'(세 번째 리포트)에 대해 "짧은 유가족 인터뷰를 전한 뒤 마지막으로 유족들의 심정을 전하는 클로징멘트가 전부였다"라며 "사안의 '본질'인 정부 사과와 진상 규명에 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차디찬 농성장에서 345일을 견디는 동안 KBS는 대체 무얼했던가. 꼬박꼬박 수신료 2500원을 내는 KBS의 시청자들, 그들의 아픔, 그들의 고통을 돌아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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