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29일 야당 의원 92명이 미디어법 등에 대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재투표․대리투표는 모두 민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 두 법안에 대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 무효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신문법 6대 3, 방송법 7대 2로 기각했다.

   
  ▲ 헌법재판소 이강국 소장(가운데)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9일 오후 2시 경 재판정에 착석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헌재는 이날 한나라당이 방송법 개정안 표결 과정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투표 종결을 선언한 뒤 의결 정족수에 미달하자 재투표를 실시해 가결 선포한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6대 3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방송법에 대한 가결선포가 무효인지에 대해서는 재투표가 민주당 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밝힌 재판관들조차 “국회법 제92조의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의 점 또는 국회법 제93조의 법률안 심의절차를 반한 점은 인정되나,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규정을 위반했다는 등 취소 또는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7대 2로 기각됐다.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만이 “방송법안의 경우 질의․토론 절차가 생략된 하자가 이미 중대한 경우이므로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 위반의 점도 부가적 사유로 삼아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봤으며, 김종대 재판관은 “국회의 법률제정 과정에서 비롯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심판에서는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확인에 그쳐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신문법에 대해서도 헌재는 5대 4로 “피청구인이 신문법 수정안을 처리하면서 대리투표를 한 것은 청구인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표결 과정에서 표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됐고, 표결 결과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어 다수결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 29일 오후 2시 서울 가회로 헌법재판소 대재판정에 착석한 아홉명의 재판관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헌재는 그러나 신문법 가결선포행위에 대해서는 방송법처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들은 “기능적 권력분립과 국회의 자율권 존중의 의미에서 원칙적으로 심의․표결권 침해만 확인하고 위헌․위법 상태의 시정은 피청구인에게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강국 이공현 재판관)과 “사후 조치는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해 해결할 영역에 속한다”는 의견(김종대 재판관)이었다.

이에 대해 조대현 송두환 김희옥 재판관은 “질의․토론 절차가 생략됨으로써 국회의 의결을 국민의 의사로 간주하는 대의 효과를 부여하기 위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표결절차의 공정성 상실도 중첩적으로 결합되어 중대한 무효사유를 구성한다”며 무효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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