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인 김제동씨와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오랫동안 진행해오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잇달아 하차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부에선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입바른’ 소리를 해온 진행자들이란 점에서 정권으로선 껄끄럽지 않았겠냐는 추측이다.

김씨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진이 “너무 오래 진행한 데 따른 것”이라며 외압설을 일축했고 손 교수는 직접 나서서 “정치적 배경이 없다”고 해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정황상 연임(KBS)과 재신임(MBC)을 앞둔 방송사 사장이 자발적으로 행한 조처였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비판적 언론인의 퇴출 배경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건 진보·보수 진영을 막론한 공통된 반응이다.

이런 의심이 맞다면 두 공영방송사가 정권으로부터 독립해 시민의 알권리에 봉사해야 한다는 제도적 규범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하지만 설령 방송사가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공영방송의 의무인 ‘설명책임’(accountability)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얼마 전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선 이 개념이 소개됐다. 공영방송 전통이 깊은 영국과 일본이 공영방송 신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게 바로 설명책임 장치들이다.

   
  ▲ 권경성 미디어부 기자  
 
공영방송의 출발은 계몽주의에서였다. 폐쇄와 독선은 불가피한 귀결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성숙과 함께 시청자-시민이 성장했고 그 위상도 높아졌다. 바야흐로 대의민주제의 전제인 ‘식견을 갖춘(well-informed)’ 공중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영방송도 이들을 의사 결정 과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보를 적극 공개·공유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공영방송의 책임(responsibility)이 공익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란 점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이에 비해 시청자-시민을 상대로 이런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소상히 밝히고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의 설명책임 개념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생소하다. 시민사회에 의한 공적 감시가 권력으로부터의 공영방송 독립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란 점에서도 공영방송의 설명책임 장치 마련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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