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운영체제라는 티맥스윈도우가 7일 일반에 공개됐다. 일반인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내 엄청난 화제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가 운영체제 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토종 운영체제라니. 그것도 '듣보잡' 벤처기업이 MS와 맞장을 뜬다고? 티맥스소프트는 듣보잡이라고 하기에는 업계에 꽤나 이름이 알려진 회사지만 운영체제를 만든다는 건 무모한 도전이라는 게 지배적인 반응이었다.

   
  ▲ 티맥스 윈도우 로고.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에서 치러진 티맥스 윈도우의 발표회를 보는 언론과 업계, 일반인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대부분 기업 기사가 그렇듯이 언론은 티맥스소프트의 주장을 거의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MS, 긴장해! 티맥스, MS 윈도우즈에 도전장"(세계일보), "토종 OS 티맥스 윈도우, MS 아성에 도전"(경향신문), "베일벗은 티맥스 윈도우, 11월 OS 지각변동 예고"(아시아경제) 등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 경향신문 7월8일 17면.  
 
특히 경향신문은 "티맥스 윈도우에서는 MS 오피스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MS 윈도우즈 기반의 프로그램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날 함께 공개된 웹 브라우저 티맥스 스카우터는 액티브 엑스 기술을 지원해 인터넷 뱅킹 서비스 등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날 발표회에서 티맥스 윈도우즈는 호환성에 많은 문제를 드러냈고 인터넷 뱅킹 서비스는 애초에 시연조차 하지 못했다.

블로거들의 반응은 언론과 딴판이었다. 부팅 화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출시된지 10년도 더 된 스타크래프트가 제대로 구동이 되지 않는다거나 동영상 재생은 뚝뚝 끊겼고 티맥스 오피스를 MS 윈도우즈에서 시연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블로거 칫솔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고 블로거 시리니는 "급하게 먹다가 체한 꼴"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죽어나는 것은 개발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블로거 미디어후비기는 "신문이 다룬 티맥스 윈도우, 블로고스피어와 극과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문들은 티맥스 윈도우의 완성도 그 자체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거나 '왜 저런 얘기를 떠드나'며 짜증을 냈던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회장의 입과 티맥스소프트 측의 포부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평가했다. "그를 '입지전적인 인물'로 다루는 방식이 황우석 박사 뺨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블로거는 "이처럼 제도권 언론의 기사는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여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좋은 게 좋은 거고, 잘 하면 대박인데 왜 비뚤어지게 보냐는, '진실보다 국익이 우선한다'는 그때의 논리가 여전히 제도권 언론들에게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비판적 저널리즘이 살아 있는 곳은 제도권 언론이 아니라 블로그임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 티맥스 윈도우 스크린 샷,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와 거의 비슷한 모양새다.  
 
언론과 블로거들의 간극은 "아직은 어설프지만 일단 시도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이런 걸로 어떻게 MS와 맞장을 뜨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으로 정리된다. 기술 분야 보도에서 언론이 실체를 밝혀내기 보다는 취재원의 주장을 단순 인용하고 확대 해석하면서 본질을 가렸던 과거 황우석 사태의 재판을 보는 듯하다. 일반인 전문가들이 언론보도를 불신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비슷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티맥스소프트가 무료로 공개돼 있는 리눅스 오픈소스를 가져다 적당히 고쳤으면서도 100% 독자 개발한 것처럼 홍보하고 이를 유료로 판매하려는 것은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실을 지적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리눅스에서 와인이라는 에뮬레이터를 쓴 것보다 더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역시 언론 보도는 되지 않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즈 윤석찬 팀장은 "단기간에 혹은 그리고 마치 오픈 소스 코드를 채용하면서 만든 것을 마치 자기네들이 100% 개발한 것 처럼 떠벌리는 것도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여기까지는 오픈 소스 코드를 썼고 이 부분은 우리가 개발했다고 좀 구분지어 이야기 했다면 더 낫지 않았겠느냐"면서 "그 도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오픈소스를 도와주면서 발전하는 다른 글로벌 IT 회사처럼 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없는 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다고 거짓말을 했던 황우석 전 교수과 달리 황대연 사장이 티맥스 윈도우를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그 실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월에 일반 판매를 한다는데 과연 서너달만에 이 모든 오류를 잡을 수 있을까. 물론 티맥스소프트의 야심찬 도전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막연한 애국심 마케팅과 이에 편승한 언론의 과장보도가 제2의 황우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날 발표회에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나와 축사를 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두고 토종 운영체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에 줄을 대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강 위원장은 축사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완화와 감세 등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혀 청중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이날 발표회에는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과 김종찬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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