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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조문 논란, ‘제2 정원식’ 사건 우려
이 대통령 조문 논란, ‘제2 정원식’ 사건 우려
청와대, 봉하마을 직접 조문 검토…격앙된 추모객, 불상사 우려

이명박 대통령이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4일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직접 가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고, 조문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봉하마을을 방문할 것인지, 영결식에 참석할 것인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빈소를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 직접 조문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당연한 예우이며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러지는 만큼 직접 조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사진출처-청와대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문함으로써 화해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대통령 직접 조문 검토는 봉하마을 현장 분위기를 모르고 있거나 애써 무시하는 태도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봉하마을을 찾은 이들은 이번 사건의 책임당사자로 검찰과 언론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꼽고 있다. 이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직접 방문하면 추모객들의 거센 저항으로 혼란이 예상된다.

추모객들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 청와대 등 여권 인사는 물론 민주당 등 야권 인사들의 봉하마을 참배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봉하마을에서 만난 60대의 한 여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낯으로 오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지난 24일 발생한 김형오 국회의장과 추모객들의 충돌도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김형오 의장은 지난 24일 오후 봉하마을을 직접 찾았으나 추모객들의 거센 저항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처음에는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추모객들의 반발을 힘으로 밀어붙이기도 했지만, 추모객들의 수가 불어나면서 “김형오는 물러나라”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하라” 등 비판의 함성을 들어야 했다.

   
  ▲ 지난 24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객들의 반발로 경찰 경비숙소로 몸을 피했다. 노 전 대통령 비서 출신인 백원우 의원이 시민들의 자제를 당부했지만 시민들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면서 경비숙소에서 나올 것을 요구했다. ⓒ봉하마을=류정민 기자  
 
추모객들은 김형오 의장 일행을 향해 물을 쏟기도 했으며, 김 의장은 경호원들과 경찰의 호위를 받고 봉하마을 경비숙소로 몸을 피했다. 경비숙소 주변을 시민들이 둘러싸면서 이명박 정부의 부당성을 성토하는 ‘광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추모객들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백원우 민주당 의원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셨던 핵심 참모들의 자제 요청도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반발은 서울 덕수궁에서 벌어진 사건도 원인이 됐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약속했지만, 경찰은 이날 오후 서울 덕수궁 앞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차린 노 전 대통령 분향소 강제 철거를 시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경찰은 서울 시청 광장, 청계천 광장, 덕수궁 앞 등 시민들이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모두 경찰차로 벽을 만들었다.

덕수궁 앞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경찰 차벽에 막혀 밖에서는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차단됐다. 봉하마을에 모인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이중성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 대통령 조문 강행은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숨을 거둔 이후 반정부 열기가 뜨거워진 상황에서 정원식 당시 국무총리가 6월3일 한국외국어대에 갔다가 학생들에게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은 ‘정원식 사건’을 재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조선일보 1991년 6월4일자 1면.  
 
조선일보 91년 6월4일자 1면에 <정 총리 집단 폭행 당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리는 등 주요 언론은 현직 총리에 대한 학생들의 행동을 집중 보도했고, 여론을 급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은 이후 김형오 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생수 물을 쏟아 붓거나 하는 이들이 있더라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고 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일방적으로 여론에서 밀리고 있는 현 정부에 반전의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

봉하마을에 상주하고 있는 문재인 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 조문은) 염려가 되고 걱정이 된다”면서 “일부 시민이 정치인 조문을 막는 것을 여러모로 설득하고 자제하는 요청을 하지만 통제가 잘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봉하마을=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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