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를‘해볼 만한 투자’라고 주장했던 조선일보가 리먼브러더스 도산 뒤에는 칼럼을 통해 “만에 하나 우리 산업은행이 당초 계획대로 리먼브러더스에 출자하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리먼이 도산하면서 우리 금융계에 몰고 왔을 파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180도 달라진 관측과 평가 사이에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선일보는 17일자 1면에 <세계금융 9·11후 최대 충격>이라는 머리기사를 실었고 사설에서는 “15일 미국 월스트리트를 덮친 ‘금융 허리케인'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황 상태로 몰아갔다”면서 “우리도 앞으로 월스트리트발 금융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가는 국제 금융질서 속에서 가능한 한 최선의 자구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9월17일자 31면.  
 
17일자 31면(오피니언)에 실린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리먼’ 도산이 일깨우는 것>이라는 시론도 같은 기조다.  김 교수는 “만에 하나 우리 산업은행이 당초 계획대로 리먼브러더스에 출자하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리먼이 도산하면서 우리 금융계에 몰고 왔을 파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주장했다. 

조선 4일자 사설 "리먼 투자할 만하다는 주장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와 전망은 지난 4일 <산은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는 철저한 손익 계산 위에서>라는 사설에서 리먼 브라더스 인수를 ‘해볼 만한 투자’라고 논지를 펼쳤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중요한 건 산은(산업은행)의 마음가짐이다. 손실이 나도 책임을 미루면서 정부가 메워주기만 기다리는 종전의 국책은행 마인드론 안 된다. 민간 은행보다 더 철저하게 득실을 따져 인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이 섰다면 해볼 만한 투자다.”

조선일보가 4일자 사설에서 리먼 브러더스 인수의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세계 투자은행 열 손가락에 들던 메릴린치와 베어스턴스가 지난 봄 사망선고를 받아 주인이 바뀌었고 리먼도 9조 원 넘는 부실을 안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산은이 자칫 부실덩어리만 떠안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조선일보 9월4일자 사설.  
 
그러나 조선일보는 “‘리먼 인수야말로 세계 금융중심 월스트리트로 가는 직행열차에 올라탈 기회’라는 찬성론도 있다. 리먼 주가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주당 70달러를 넘던 게 10달러대로 곤두박질쳣다. 이럴 때 5조~6조 원으로 40여 개국에 지점망을 거느린 총자산 5600억 달러짜리 세계적 금융회사를 사들이고 선진 금융 노하우까지 배울 수 있다면 투자할 만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긍정론에 무게를 실었다.

리먼브러더스는 세계를 호령하던 금융회사이다. 그러나 섣불리 인수했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실 덩어리를 받아들이는 것과 다름없다. 세계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조선일보가 ‘해볼 만한 투자’라고 밝혔던 2주 만에 파산 결정이 났다. 김인준 교수는 “현 시점에서 KIC나 산업은행과 같은 기관이 국민의 돈으로 위험하고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리먼 인수는 ‘해볼 만한 투자’라고 주장했던 조선일보 사설은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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