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현안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대통령 비서실장, 대변인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관계자’라는 인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주요 신문은 청와대의 민감한 사안을 전할 때나 일반적인 견해를 전할 때나 관계자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부서도 직책도 없다.

청와대 관계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그들의 부서이자 직책이자 이름일 뿐이다. 이들의 주장은 개인 주장인지 청와대를 대표하는 주장인지 독자들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얘기 한마디, 한마디는 주요 지면에 배치되고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지난 7일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청와대 메인 서버를 봉하마을에 통째로 가져갔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주장을 전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열흘 만에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괴담 수준의 의혹’이라고 자아비판(?) 했다. 언론보도를 철석같이 믿었던 독자들만 바보가 됐다.

언론은 취재원을 보호할 때나 민감한 외교 현안을 다뤄야 할 때 익명 보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익명보도는 언론 신뢰를 추락시킬 수 있다. 언론플레이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고 ‘정·언유착’의 고리가 될 수도 있다.

청와대가 익명보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대목이다. 청와대 익명보도는 뚜렷한 기준과 원칙이 있다기보다는 하나의 관행이다. 이동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말한 내용도 ‘핵심 관계자’로 처리될 때가 있다. 이 대변인이 익명을 요구할 때도 있고 기자들이 알아서 익명으로 처리해줄 때도 있다.

   
   
 
청와대 2층 춘추관에서 방송용 논평을 발표할 때는 이동관 대변인이고 마이크를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핵심 관계자’가 되기도 한다. 청와대 대변인과 기자들이 춘추관에서 나누는 얘기는 사적인 대화가 아니다. 소속사를 대표하는 기자로서 질문하는 것이고 청와대를 대표하는 대변인으로서 답변하는 것이다. 익명보도가 필요한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청와대는 당당히 공식 견해를 밝히고 언론은 실명으로 이를 충실히 보도할 때 청와대의 권위와 언론의 신뢰가 함께 살아나지 않겠는가. 이제는 ‘관계자’씨에게 이름을 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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