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일간지와 스포츠신문의 가판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면서 미디어 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무료신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가 발간됐다.

김영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과 이은주 객원연구위원, 김동윤 대구대 교수(신문방송)는 최근 발행한 연구서 <무료신문 연구>에서 무료신문이 지면 차별성을 확보하고 성장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해소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서는 그동안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오던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탈피해 기존 매체와 무료신문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서울 광화문 4거리에서 무료신문을 가져가고 있는 시민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무료신문=김 연구위원 등은 무료신문이 지난 2005년과 비교해 크게 성장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우선 무료신문의 지면이 크게 증가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 동안 무료신문 발행면수는 1438면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난 2005년 980면과 비교해 50%나 늘어난 것이다.

기사면수를 따로 떼어 분석한 결과도 총 지면 증가비율에는 못 미치지만 2005년에 비해 20% 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626면이었던 기사지면이 2007년 714면으로 늘어났다.
신문사별 게재 기사 수는 ‘더 데일리 포커스’가 가장 많았고 면당 평균 기사 수는 ‘데일리 줌’이 4.9개로 가장 많았다.

자사기사 비율이 가장 높은 무료신문은 ‘스포츠한국’(77.5%), ‘데일리 노컷뉴스’(48.9%), ‘AM7’(43%) 순이었다. 이들 무료신문들은 기존 언론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어 타 신문사보다 기사공유가 효율적인 구조였기 때문이다. ‘메트로’는 자기기사 비율이 29.9%, 포커스는 36.2%에 그쳤다. 연구자들은 “이유야 어찌됐던 해당 기사의 기자출처를 밝히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책임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장치”라고 해석했다.

무료신문의 지면은 지난 2005년과 마찬가지로 문화·연예면 비중이 가장 많아 정치색보다 연성뉴스를 선호한다는 특성에는 변화가 없었다.

▷기성 매체와 다른 광고주 패턴=광고분석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대부분의 무료신문사가 300위권 밖의 광고주 의존율이 현저하게 높다는 것이었다.
2005년에는 100위권 광고주의 광고점유율이 대체로 20%를 상회했으나, 2007년에는 데일리줌을 제외한 대부분이 10% 이내로 떨어졌다. 반면 2005년 60%대 중후반에서 70%대 초반에 머물렀던 300위권 밖의 광고주 점유율은 2007년에는 70%대 후반에서 80%대 중·후반으로 크게 증가했다. 스포츠한국의 경우는 96.9%에 달했다.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무료신문에 대한 광고점유율이 점차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는 그만큼 무료신문에 대한 신규사업자의 광고지배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해석했다.

무료신문이 광고시장 영역을 넓혔다고 보기는 섣부르지만 기존 종이신문 광고시장과 중복되지 않는 상호보완적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사금융 광고주 의존율이 매우 높았으며 금융, 보험, 증권, 모바일 서비스, 정보통신 순으로 조사됐다.

광고성격도 제품광고가 전체의 82.3%를 차지했던 2005년과 달리 2007년에는 안내광고가 33.6%로 증가해 광고주 저변이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신문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료신문 성장비결은 ‘차별성’=하지만 무료신문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연구자들은 “창간 3년을 기점으로 30만 부 발행, 매출이 150억 원 이상 돼야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며 “이런 추이는 우리 광고시장과 구독자 시장의 규모 상 지속성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또, 지속적인 신규 무료신문들의 창간은 무료신문 간 경쟁을 가속화시킴으로써 무료신문 내에서도 도태하는 신문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자들은 무료신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신문산업의 지형이 이념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할 수 있으려면 유료신문 간 차별화, 유료신문과 무료신문 간 차별화, 무료신문 간 차별화가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료신문이 우리보다 먼저 정착한 유럽의 경우에도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아 차별화-다양화 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가정배달 무료신문, 통신사 기사의 짜깁기 판이 아닌 유료신문에 버금가는 기사를 100% 생산하는 무료신문, 정치색을 강조하는 무료신문, 공동의 배포망을 활용하는 무료신문들로 발전하고 있으며 배포처도 지하철에서 탈피해 호텔, 레스토랑, 카페, 관공서, 대학 기숙사 등 다양한 공적 공간으로 확대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자들은 “천편일률적인 기사로는 독자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을 수 없고 무료신문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이해상충 해소 위한 제도마련 시급=무료신문을 둘러싼 이해관계 상충에 대한 사회적 조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무료신문의 무차별 배포로 유료 가판시장이 무너진 것은 유료신문사 입장에서는 불공정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료신문들은 이에 대해 책임을 외면하고 있지만 무료신문의 배포는 광고주에게 자신의 독자를 판매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로서 도로 및 인도를 점유하여 행해지는 배포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무료신문 수거와 처리 등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연구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2003년 ‘무료신문의 수거 및 폐지 처리에 관한 특별 조세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무료신문들이 신문 수거 및 파기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도 2007년 무료신문사가 무료신문 재활용 쓰레기함을 설치하게 하고, 버려진 무료신문은 직접 수거하도록 했다. 영국은 또 환경미화법을 통해 의회의 허가 없이 배포되는 무료신문에 대해 벌금을 부가함으로써 무료신문사들의 경쟁적인 무차별 배포행위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 등은 “환경적인 차원에서의 대응은 무료신문이 자신의 존립근거가 되는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법적으로 규정한 제도적인 대응책”이라고 규정하는 한편 “기존 매체들도 수세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무료신문의 영역을 인정하고 신문산업 전체의 파이를 확대 시켜나갈 수 있도록 공동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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