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 헤럴드경제가 27일자 신문에서 18대 총선 여론조사 결과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를 큰 표차로 앞섰다고 보도해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다른 신문들은 모두 헤럴드경제의 조사결과와는 정반대로 노 후보가 홍 후보를 3∼4%포인트 가량 앞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홍정욱 후보가 출마 직전까지 헤럴드경제를 소유한 헤럴드미디어의 회장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신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언론계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헤럴드경제는 이날 신문 1면 머리와 4면 관련기사에서 여론조사 결과, 노원병에 출마한 홍 후보가 29.4%포인트를 얻어 17.4%포인트를 얻은 노 후보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무려 12%포인트 차이로 이는 이 조사의 오차범위(±4.4%)를 넘어서는 수치다. 헤럴드경제는 여론조사 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총선 민심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 헤럴드경제 3월27일자 1면  
 

헤럴드경제는 4면 <종로, 야당 대표도 고전 / 노원병, 표갈림이 변수> 기사에서 "2∼3일 전까지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후보와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가 오차범위 이내 백중세를 이어갔으나 이번 주 초 김성환 후보가 뒤늦게 캠프를 설치하고, 한나라당 공천탈락 후 자유선진당으로 옮겼던 조종만 후보가 사퇴하면서, 노 후보 지지층 중 일부와 부동층이 김 후보 쪽으로 이동하고, 조 전 후보에게 머물던 보수 진영 표가 홍 후보 쪽으로 옮긴 것으로 관측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기사에서 진보신당의 노 후보를 민주노동당 후보로 잘못 표기한 단순실수를 제외하더라도 헤럴드경제의 분석은 이날 발표된 다른 신문들의 여론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신문 중 하나인 한겨레는 9면 <서민 목소리-유학파 엘리트 '접전'> 기사에서 '노 후보가 홍 후보에 근소한 차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 후보는 31.4%로 28.2%포인트를 얻은 홍 후보보다 3.2%포인트 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MBC의 공동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노 후보가 홍 후보보다 3.9%포인트 앞서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 후보는 35.2%의 지지를, 홍 후보는 31.3%의 지지를 얻었다. 한겨레는 리서치플러스, 동아와 MBC는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지율을 조사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비슷한 기간에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24∼26일 이뤄졌고, 나머지 신문들은 25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업계의 한 전문가는 데이터를 보지 않고서 정확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른 여론조사 결과와 수치의 차이가 너무 커 조사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지켜야할 규약과 규범이 미흡했거나 데이터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사를 담당한 케이엠조사연구소는 "데이터에는 이상이 없었다"며 "자유선진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이 후보를 지지했던 6%포인트 표가 홍 후보로 쏠렸을 수 있다. 또, 여성 응답자의 직업 중 전업주부가 많았는데 이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 조사결과에 반영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업과 성별을 조정해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직업은 종속변수이기 때문에 따로 구분해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번 조사에서 블루칼라(노동자 계층)가 많았으면 노회찬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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