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이라는 것이 ‘네트워크(망)-플랫폼-콘텐츠’라는 3개의 층위로 나뉜다고 볼 때, 핵심적인 요소는 네트워크와 콘텐츠다. 플랫폼 역시 다른 두 층위의 경계 역할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사업의 성패를 가름짓는 것은 결국 네트워크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둘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미디어 규제의 가장 주요한 쟁점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는 당장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뉴미디어 플랫폼 관련 정책논의만 무성했을 뿐 망과 콘텐츠에 대한 공정 접근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특히 콘텐츠에 대한 공정경쟁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안문석)가 최근 방송위원회·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부처 및 기관으로부터 취합 중인 콘텐츠 규제방안은 이에 대한 각 부처의 기본입장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특히 이들 부처 및 기관은 콘텐츠 공정경쟁 방안인 PAR(Program Access Rule: 프로그램 접근 규칙) 제도를 놓고 상이한 해석을 보여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우선 정통부가 생각하는 PAR은 서상기 의원(한나라당)이 발의한 IPTV 도입법안인 ‘디지털미디어서비스법안’의 15조2항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즉 ‘일정 시청률을 상회하는 방송콘텐츠는 어떤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차별없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청률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지상파 프로그램의 재전송은 물론, 케이블TV 인기채널들까지도 IPTV에 의무적으로 공급토록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방송위의 경우는 지난 92년 미국에서 도입한 PAR 제도를 준용한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의 PAR 제도는 특정 지역사업자인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전국적 관심사가 될만한 인기채널을 독점해 다른 지역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불공정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방식의 PAR이 도입되면 특정 지역의 SO 또는 IPTV 사업자가 특정 콘텐츠를 독점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화부의 의견이다. 문화부는 PAR 도입에 앞서 기존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근절하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예컨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PP(채널사용사업자)에게 ‘위성방송이나 IPTV에 콘텐츠를 공급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부당한 압력행사를 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는 콘텐츠 사업자들의 교섭력 강화는 물론 플랫폼 사업자간 공정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음성적으로 벌어지는 압력행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근절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마련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는 콘텐츠 공급 역시 일반규제 원칙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융합추진위는 이를 참고해 독자적인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콘텐츠 진흥 및 규제에 대한 3개의 복수의견을 담은 이번 보고서는 오는 19일 최종적으로 검토된 뒤 26일 열리는 14차 융합추진위 전체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