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조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정리해고 철회와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지난 3일부터 서울역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중 31명은 서울역에서 천막을 치고 박성수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단식을 시작했다.

이들이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에서 이들 문제가 제외돼 해결이 어려워졌고,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해고된 지 각각 1년과 6개월이 넘었지만 철도공사가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TX 승무원들의 '마지막 투쟁'…언론의 '철저한' 외면

오늘자(5일) 한겨레에 실린 이들의 '상황'을 보면 그다지 좋지 않다. "몸이 허약한 일부 조합원들은 이날(4일) 오후 구토나 현기증을 겪기 시작"하는 등 단식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토록 '극한 투쟁'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세원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사를 상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이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7월5일자 12면.  
 
사실 KTX 여승무원들의 '투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겨레가 "여승무원들의 기록적인 농성 투쟁"이라고 표현했듯이 이들은 지난해부터 장기적인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오는 13일이 이들의 장외농성 돌입 500일째다.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지난해 3월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철도유통에서 해고된 여승무원들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지난 1일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이후 '비정규직 문제'가 쟁점화 되기 시작했지만 사실 KTX 여승무원들은 그 이전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 정작 여승무원들의 직접고용 문제는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제부처의 '반대'가 심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KTX 여승무원들의 단식농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5일이 철도공사 노사가 여승무원의 직접고용 문제를 놓고 마지막 교섭을 벌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자 한겨레는 "철도공사가 (이들에 대한) 직접고용은 수용할 수 있지만, (이미 외주화를 결정한) 승무 업무를 맡길 수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철도노조는 이날 교섭에서도 진전이 없으면 이철 사장 퇴진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언론에 보도된 인터넷 승차권 예매와 '영화전용관' 운영

하지만 이 모든 사안들은 언론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인터넷매체만이 이들의 단식농성을 보도했고 대다수 주류언론들은 이들의 '투쟁 소식'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말그대로 정말 '철저한' 외면이다.

대신 오늘(5일)자 신문에서 이들의 단식농성을 대체한(?) 것은 인터넷 승차권 예매와 KTX내 전용영화관을 운영한다는 소식이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비회원도 인터넷을 통한 승차권 구입이 가능해지고, 간단한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철도 회원과 마찬가지로 할인상품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오는 20일부터 KTX 내에 전용 영화관을 운영하기로 했으며, 가격은 일반 영화관과 비슷한 7000원 수준이다.

물론 독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인터넷 승차권 예매와 KTX내 전용영화관 운영'과 같은 '단순 정보'가 대다수 신문의 1단을 장식할 정도의 '가치'가 있다면 KTX 여승무원들의 '단식농성'도 그 못지 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언론이라면 KTX 여승무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최소한 알릴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민세원 KTX승무지부장은 "약자인 노동자가 생존권을 걸고 나섰을 때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보도해야 하는데 점거했다, 연행했다, 삭발했다, 단식한다 등 단발성 보도로만 그쳐 아쉽다. 일반 대중이 원인과 사실을 알고 판단할 수 있게 언론의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미디어오늘 2007년 7월4일자 11면).

   
  ▲ 미디어오늘 7월4일자 11면.  
 
KTX 여승무원들의 단식농성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국한시켰을 경우 "단발성 보도로만 그쳐서 아쉽다"는 민세원 지부장의 발언을 "단발성 보도만이라도 좋다"는 말로 바꾸고 싶다. 그만큼 이들의 '마지막 투쟁'은 언론의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주류 언론들에겐 이들의 단식농성이 '인터넷 승차권 예매와 KTX내 전용영화관 운영'보다 '가치'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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