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첫날을 맞아 이랜드 그룹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 명이 홈에버 서울 상암점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같은 계열사인 킴스클럽에서 점거 투쟁을 벌였던 노동자들도 이날 농성에 합류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무더기 해고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1일 뉴코아에서만 150명의 조합원을 포함해 3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 홈에버에서도 지금까지 5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 이들은 지난 6월10일부터 '뉴코아-이랜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회사측의 비정규직 외주화 방침에 항의해 왔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애초 이틀 동안 '시한부 파업'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무기한 투쟁을 선언했다.

이랜드 비정규직노동자 '무기한 파업' 선언

   
  ▲ 한겨레 7월2일자 2면.  
 
하지만 이 사안은 언론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한겨레 정도만이 사진기사로 이를 언급했고, 경제지 중에서는 한국경제와 머니투데이가 역시 사진기사로 다뤘다. 특히 머니투데이는 사진기사와 함께 4면 <비정규직 시행 후폭풍 / 정규직 전환 vs 해고 칼바람 '천국과 지옥'>을 게재해 '가장 높은 관심도'를 보여줬다.

   
  ▲ 머니투데이 7월2일자 4면.  
 
   
  ▲ 한국경제 6월27일자 4면.  
 
방송사 가운데는 YTN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했고, 연합뉴스와 뉴시스도 사진기사로 이를 전했다. KBS 정도만이 <뉴스9>를 통해 현재 비정규직법 시행과 관련한 문제점을 연속기획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을 뿐이다.

이들 언론의 보도를 '문제삼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들의 무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최소한의 형평성이다. 비정규직법이 7월1일부터 적용되면서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뚜렷한 명암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다수 언론의 관심은 '명'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신세계, 우리은행, 현대·기아차(사무계약직 우선 대상)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제도 시행에 앞서 정규직으로 전환돼 비정규직법의 '수혜자'가 됐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공공부문의 상시직 계약직 7만 여명도 10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돼 고용을 보장받게 됐다. 이 사안들은 모두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 큼지막하게 보도가 됐다.

반면 회사측이 업무를 외주용역으로 전환, 해고를 당하게 된 뉴코아 비정규직 계산원들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뉴코아 비정규직원들은 법 시행 첫날인 1일부터 홈에버 상암점과 킴스클럽 강남점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언론의 관심은 '다른 쪽'을 향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명과 암'이 분리된 노동자들, 언론 관심은 '명' 쪽으로

노동계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뭘까. 오늘자(2일) 머니투데이를 보면 "비정규직의 95%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이들에 대한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 자체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는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차별금지 등으로 임금수준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쪽의 '공방과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발생한 이랜드 그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비정규직보호법안의 역효과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말과 같다. 당장 '뉴코아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언론은 그것도 일부 언론만 '그림 나오는' 파업 사진으로만 이 소식을 알렸다. 후속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언론이 보도를 통해 사안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적어도 2일자 아침신문들을 보면 이 사안을 '부각'시키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은 묻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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