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시공사 선정 청탁 등 명목으로 SK건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 등 정비사업체 대표 5명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씩을 각각 선고했다. 관련 내용은 이데일리 등 '극히' 일부 매체만 보도했는데 보도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이들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기소된 SK건설 송모 상무와 장모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이모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서울 모 지역 재개발사업 추진위원장에게 1억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SK건설 직원 이모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SK건설 법인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를 적용,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 "정비사업체에 사업자금 빌려주는 관행은 불법"

재판부의 입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SK건설이 정비사업체에 준 돈의 성격이 재건축 시공사 선정업무와 관련이 있고 △업체에 빌려 준 돈에 따른 금융이익은 뇌물로 봐야 한다. 이번 판결은 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자본이 취약한 정비사업체에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관행이 불법이라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에 대한 SK건설 쪽의 입장은 '판결 불복'이다. "재개발사업 추진위원장에게 줬다고 밝힌 1억원을 지금까지 회사가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금품을 공여한 것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항소 준비를 검토하고 있다.

   
  ▲ 지난 6월22일 CBS 노컷뉴스 보도한 SK건설 '재건축 비리' 판결.  
 
여기까지가 SK건설 '재건축 비리'와 관련한 나름대로의 '객관적 상황'이다. 이 사안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나름의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을 하면 되지만, 언론의 경우 이 내용을 일단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판결 자체가 '이례적'이기도 하지만 만약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건설업계에 미치는 파장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산업 기본법은 이해당사자간 '부정한' 금품거래를 금지하고 있는데,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조치가 뒤따른다. 재판부가 SK건설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1천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SK건설이 영업정지를 당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정지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가 행정처분으로 내리게 되는데, 기간은 벌금액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SK건설의 경우 8개월간 영업정지가 유력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 그리고 행정처분 권한을 가진 서울시가 행정처분을 내리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최대한 감안하더라도 언론이 이번 판결을 보도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SK건설 '재건축 비리' 검찰 기소 때도 대다수 언론 보도 안해

사실 SK건설 '재건축 비리'와 관련한 언론의 침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가 정비사업체 대표들에게 수십억 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SK건설 도시정비영업담당 전 상무 송모씨를 구속기소하고 담당팀장 이모씨와 장모 전 상무를 불구속 기소했을 때도 많은 언론이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이들 임직원 외에 SK건설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함께 기소했는데 역시 이 또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

당시 SK건설 '재건축 비리' 로비 의혹 사건을 주목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상무와 부장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난 것 자체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특히 SK건설이 시공사 수주와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이 수사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파장이 예상 외로 확대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검찰이 기소할 때 제기됐던 우려가 지난 22일 재판부의 '판결'로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인데, 어찌된 일인지 대다수 언론은 이 사안 자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YTN와 MBN 등 일부 케이블 방송사를 비롯해 연합뉴스와 뉴시스, 이데일리 헤럴드경제 CBS노컷뉴스 등 '극히' 일부 매체만이 이 사안을 전했을 뿐이다.

   
  ▲ 한국경제 6월25일자 D1면.  
 
SK건설의 '능력' 때문일까, 아니면 올해가 '건설 60년'의 해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언론의 '자체적인 판단' 때문일까.

'삼성 창조경영' 특집 섹션 발행한 한국경제

한국경제가 오늘자(25일)에서 12면짜리 '삼성 창조경영' 특집 섹션을 발행했다. 특정 기업과 관련한 특집 섹션을 종종 신문들이 선을 보였지만 특정 기업의 경영방침과 관련한 섹션을 발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한국경제는 D1면에 '삼성, 이제는 창조경영'이라는 제목 아래 이건희 회장의 사진을 실었고 왼쪽에는 '이건희 회장의 창조경영 관련 어록'을 정리했다. D2면 <"욕조에 들어가니 물이 넘치네" 아르키메데스의 '창조경영'>에서는 거의 전면을 할애해 창조경영을 '분석'했으며, D3면에서는 삼성의 창조경영 표방 이후 달라진 경영전략을 짚었다.

한경은 이후 지면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 에버랜드 등에 대한 '소개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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