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14일) 주요 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대형마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년 점포를 크게 늘려왔다. 1996년 34개였던 대형마트(매장면적 3000㎡ 이상 기준) 점포 수는 2000년 164개, 2004년 273개에 이어 지난해에는 331개에 달했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는 동안 동네슈퍼마켓은 확장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고사위기로까지 내몰린 것이다. 산자부 주도의 '상생결의' 대회가 열린 것도 바로 이 같은 배경을 전제로 한다.
대형마트의 '상생결의' 속내는 뭘까…실효성은?
여기까지는 '공식적인 상황과 입장'이고 중요한 것은 이날(13일) 상생결의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하지만 오늘자 대다수 종합지와 경제지들은 이 실효성 부분에서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우선 이날 상생결의에는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유통업체 인사들이 불참했다. '그들만의 상생'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경향신문은 좀더 구체적인 상황을 실었다.
경향은 "이 과정에서 산자부는 슈퍼마켓연합회 측에 뒤늦게 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사진 찍기용 생색내기'란 비판을 받았다"면서 "한달 전 기획된 상생협력 행사라면 우리 의견도 들어 조율했어야 하는데 이틀 전에 통보하는 게 말이 되느냐. 자기들끼리 상생협력 결의문과 상생 방안도 먼저 만들었더라"는 불만을 토로한 최경주 슈퍼마켓연합회 기획실장을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 경향신문 6월14일자 15면. | ||
이들 대형마트들의 '상생방안'이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 유통업체들의 불만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은 이유다.
대형마트들이 '상생결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 서울경제 6월14일자 13면. | ||
현재 국회에는 기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비롯해 영업시간 규제와 출점 허가제, 중소도시 출점규제, 취급품목 규제, 점포 간 거리규제 등 대형 마트 규제법안이 무려 10개나 계류돼 있는 상태다. 서울경제는 14일자 13면 <대형마트 "올 신규출점 자제" 결의 '영업규제 법안' 피하기 고육책>에서 "법안 대부분이 출점, 영업일수, 영업시간, 영업품목 제한 등의 각종 규제와 지자체 권한 강화를 요구하고 있어 대형마트 입장에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13일 상생간담회가 이를 모면하기 위한 제스처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실효성도 없고 진정성도 의심되는 '총체적 허점투성이' 상생간담회였다는 말이다.
머니투데이 "인터넷쇼핑은 두고 대형마트만 규제 불만"
이런 상황에서 머니투데이의 오늘자 보도는 상당히 '튄다'. 머니투데이는 10면 <"할인점 출점자제" 어색한 결의>에서 "유통 대기업CEO들은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에게 속내를 털어놨다"면서 "말없이 문 닫는 점포들이 얼마나 많은데 중소단체가 목소리를 높인다고 이런 결의안까지 내놔야 하는 지 의문이다. 인터넷쇼핑몰 등 보이지 않는 유통업체가 얼마나 많은데 눈에 보이는 대형마트만 규제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한 유통 대기업 CEO의 불만을 전했다.
▲ 머니투데이 6월14일자 10면. | ||
경향신문이 오늘자 15면에서 보도한 기사 제목이 <대형할인점, 말로만 "추가출점 자제"…대형슈퍼 확장 계속 / 동네슈퍼들 "다 죽는다" 비명>이었다.
이번 '상생결의'로 대형 유통업체의 투자심리가 실제 얼마나 위축될 지는 몰라도 '심리 위축'과 '생존 문제'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어디일까. 머니투데이 기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