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자 아침신문을 살펴보면 각 신문들의 '노선'이 감지된다. 현재 정국에서 어떤 사안을 주요 이슈로 판단하고 있는 지에 대한 '색깔'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선관위 압박을 '심각히' 우려하는 곳도 있고, '이명박 X파일'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검증 논쟁을 주요하게 다룬 언론도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과 관련한 소식을 1면에서 다룬 곳도 있는 반면 비중을 그다지 크게 두지 않은 신문들도 있다. 다음은 오늘자(6일) 각 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선거법 위반 관련 납득못할 결론땐 헌소 제기"/ 청와대 '선관위 압박' 논란>
국민일보 <선관위 '포럼 발언' 선거법 위반 결정땐 / 청 "헌법소원 내겠다">
동아일보 <청 "노 대통령 발언 관련 납득못할 결론 내리면 헌소" / 전례없는 변론 요구로 선관위 '압박'>
서울신문 <'노의 전쟁' / 청 "선관위 납득못할 결론 내리면 헌소" 한나라 "선관위에게 협박하나" 반발>
세계일보 <청와대 "선관위 '참평발언' 위법 결정땐 헌소" / 대통령 법률투쟁 공언 파문>
조선일보 <청와대, 사실상 선관위 압박>
중앙일보 <"이명박 재산 8000억 소문" "허위 주장 법거 책임져야">
한국일보 <한나라 노대통령 선관위 고발 / 청와대 "위법판단 내리면 헌소">
한겨레 <이명박-박근혜 '검증 전쟁'>

경향 '청와대·참평 포럼' 비판…'X파일' 논란은 4면에 배치

   
  ▲ 경향신문 6월6일자 1면.  
 
오늘자(6일) 아침신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다. 경향은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에서 한나라당과 대선주자들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판단을 내릴 경우 헌법소원 등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1면에 올렸다. 그리고 "참평포럼은 친노신당"이며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한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도 1면에 실었다.

경향은 사설 <노대통령의 '법치 훼손'과 참평 포럼>에서 "대통령도 정치인인 만큼 정치 현안에 대해 발언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상식과 이성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이어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빈번하게 법을 위반한다면 법의 권위가 세워질 리 만무하다"면서 "노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늘 취임 당시의 선서 내용을 떠올리며 국정을 운영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경향의 이 같은 지면배치는 '이명박 X파일' 논란을 4면에서 다룬 것과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오늘자(6일) 대다수 아침신문들이 청와대의 '선관위 헌법소원 방침'과 '이명박 X파일' 논란을 1면에 다룬 것과 비교했을 때도 상당히(?) '튀는' 편집이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 참평포럼에 대한 경향의 '시각'이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동아 '청와대 비판'은 1면…'이명박 X파일'은 5면

   
  ▲ 동아일보 6월6일자 1면.  
 
경향과 '비슷한 지면배치'를 보인 곳은 동아일보다. 동아는 1면에서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판단을 내릴 경우 헌법소원 등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힌 청와대 방침을 비판한 데 이어 같은 면에서 한나라당이 노대통령과 이병완 참평포럼 대표, 안희정 참평포럼 집행위원장을 고발한 내용을 전했다.

3·4면에서도 '청와대의 선관위 헌법소원' 방침을 비판하는데 비중을 둔 동아일보는 '이명박 X파일'은 5면에서만 다뤘다. 경향의 오늘자 '편집방침'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들 두 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신문은 청와대의 '선관위 헌법소원 방침'과 '이명박 X파일' 논란을 1면에 동시에 다뤘다. 경향과 동아가 실로 오랜만에(?) 지면으로 '연대'를 한 셈이다.

중앙 한겨레 '이명박 X파일' 논쟁 주목

   
  ▲ 중앙일보 6월6일자 1면.  
 
중앙일보의 1면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오늘자(6일) 아침신문 가운데 '이명박 X파일' 논란을 머리기사로 올린 곳은 중앙일보와 한겨레 두 곳 뿐이다. 그동안 한겨레와 중앙의 보도태도를 감안했을 때 '참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경향과 동아가 '지면으로 연대'를 했다면 중앙과 한겨레는 사안을 판단하는데 있어 '의견일치'를 이룬 셈이다. 중앙은 '이명박 X파일' 논란을 제기한 곽성문 의원과의 일문일답 형식으로 이 기사를 구성했으며 5면에서 'X파일'을 둘러싼 공방을 비중 있게 전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사안만을 놓고 보면 그동안 형성돼왔던 '경향-한겨레' vs '동아-중앙' 구도가 이상하게(?)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이 구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 한겨레 6월6일자 1면.  
 
'온 몸으로' 저항(?)하는 조선일보?

선관위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하고,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판단을 내릴 경우 헌법소원 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을 두고 말이 많다.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는 데다 7일 선관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사실상 선관위에 대한 압박 아니냐는 것이다.

오늘자(6일) 많은 아침신문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인데, 조선일보의 경우 청와대 방침을 좀 유별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유별나다'고 표현한 건 사설 때문이다. 많은 신문들이 사설에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판했지만 조선일보는 비중과 비판 강도가 다르다. 조선은 사설의 2/3 정도를 할애해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조선은 <대통령을 어찌해야 하나>라는 사설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과 청와대의 방침에 대해 "대통령 혼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멋대로 행동하겠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 조선일보 6월6일자 사설.  
 
조선은 "헌법은 66조에서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못박고 있고,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취임 선서로 임무를 시작한다. 헌재도 탄핵 판결문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게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여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이런 대통령이 헌법기관, 그것도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인 선거의 공정성을 감시하는 선관위의 권위를 아랑곳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그놈의 헌법'이라고 대놓고 조롱하는 대통령 아니면 할 수 없는 비정상적 탈선"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한번 탄핵소추 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것"

조선은 이어 수자원공사 등 3개 정부 산하기관이 이명박씨의 대운하공약 타당성을 조사해 보고서까지 만든 것과 관련한 노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한 뒤 "정부가 야당 후보 공약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채점까지 하겠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다시 한번 탄핵소추를 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선은 마지막으로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이렇게 5년 내내 들볶고 흔들고 못살게 구느냐"면서 사설을 맺었는데, 가정이긴 하지만 청와대 입장에서 조선 사설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수정(?)할 수 있지 않을까.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나와 열린우리당을 이렇게 5년 내내 들볶고 흔들고 못살게 구느냐."

노 대통령과 조선일보의 관계는 어쩌면 이 '원한'이라는 단어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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