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막는 도심집회 7년만에 첫 불허>. 동아일보 지난 11월7일자 1면의 기사제목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경찰이 오죽하면 노동단체 도심시위 불허할까>를 비롯해 <시민 발목잡는 ‘그들만의 집회’ 안된다>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한국과 일본의 시위 문화를 예를 들면서 “한국의 시위는 주말마다 대한민국 시민들의 생업과 여가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11일자 사설 <빈말로 끝난 경찰의 도심집회 금지>에서 교통불편을 유발하는 집회는 허용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동아일보의 ‘7년만의 집회 불허’는 사실이 아니다. 2004년 3월1일 집시법이 개정되면서 교통유발 우려 집회 불허 조항이 추가됐는데, 올해만 해도 14건이 이를 이유로 집회가 금지됐다. 오보에서 출발한 보수언론의 의제 설정에 다른 언론들도 ‘불법시위 근절’ ‘도심집회 불가’를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12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경고했다. 이상한 것은 대부분의 신문이 집회의 내용은 뒷전이고, 교통체증이 없었던 것을 부각하며 ‘점잖은’ 시위만을 높이 평가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민주노총을 ‘칭찬’하기 싫었던지 시위 소식 자체를 보도하지 않은 채 전·의경 부모들의 ‘집회 시위 3강5륜’만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집회·시위문화 정착 가능한가 “길만 안 막으면 참을 수 있어요”> <도심집회 교통혼잡 없었다> 등으로 이 같은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애초 잘못된 방향을 잡았던 조중동에게 의제를 선점당한 꼴이다.

그동안 경향과 한겨레는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한미FTA협상과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이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해 보겠다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실천적인 움직임은 제쳐둔 채 ‘도심 교통난’을 가중시키지 않은 것만을 높이 평가했다. 한마디로 핵심에서 벗어난 보도를 한 꼴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보도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노동계는 12월 한미FTA 5차 협상을 앞두고 강력한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잣대가 ‘교통체증’이 최우선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파업 때마다 일부 언론에서는 ‘교통대란’ 등을 부각시키며 쟁점을 희석시켰다. 이제 그런 식의 보도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주 중요한 시점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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