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6일 오전 8시40분 전국 고사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수능 고사장 취재가 허용된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의 시험장 책임자는 기자들이 교실 안까지 들어가 벌이곤 하는 취재경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올해도 '교실 출입금지'가 지켜지지 않는 취재관행은 되풀이됐다.

   
  ▲ 서울 필운동 배화여고에 마련된 대학수학능력시험장 모습. ⓒ이창길 기자 photoeye@  
 
교실 출입금지 안 지키는 취재관행 올해도 되풀이

이날 수능 고사장 현장취재를 위해 모여든 취재진은 아침 7시 전후부터 고사장 입구에서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학생들은 시험을 응원하러 온 후배들과 가족들, 그리고 TV·사진 기자들에 둘러싸여 겨우 고사장에 들어왔다. 또한 SBS 취재차량은 고사장 입구의 인파 한복판으로 들어와 한때 학생들의 진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교실 취재가 잠시 허용되는 오전 8시10분부터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카메라 기자들이 교실 안까지 들어가 학생들 개개인을 촬영해 학생과 감독관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배화여고 고사장 12시험실에서는 YTN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들이 시험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촬영했고, 11시험실에서는 4∼5명의 사진기자들이 교단 앞에 모여들어 감독관을 난감하게 하기도 했다.  

감독관 "기자들 촬영에 긴장하지 말라" 당부도

12시험실의 감독관은 20여 분간 취재진이 나가지 않고 돌아가면서 계속 촬영하자 학생들에게 "긴장하지 말라. 나중에 기자 아저씨들 때문에 시험 못 봤다고 하지 않도록 하라"며 안정시키기도 했다.

취재제한 시간인 8시30분이 되자 고사장 책임자들이 취재진의 촬영을 제지하며 나가줄 것을 요청했고, 기자들은 듣기평가 방송이 시작되는 37분이 다 돼서야 교실을 빠져나왔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언론보도 및 취재 협조계획'에는 "시험실(교실) 출입 일체 금지"라고 명시돼있고, "지나친 취재는 수험생의 심리적 동요를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수험생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촬영해달라"는 주문사항이 기재돼있다. 그러나 이같은 협조사항은 어디까지나 '협조' 요청일 뿐 지켜지지 않는 것은 올해도 반복됐다.

   
  ▲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오전 서울 필운동 배화여고 입구에 수험생을 응원하는 학생들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아예 현장에 기자들이 안왔으면 좋겠다"

한 시험장 책임자는 "학생들이 너무 부담스러워한다. 아예 교실 촬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매년 이런 식으로 취재하니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데 얼마나 지장이 있느냐"며 "일부 기자는 아무리 얘기해도 제때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발 수능 당일에는 오늘이 수능일이라는 정도만 고지하고 현장에는 기자들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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