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담론이 방송 담론으로 매개되는 과정을 밝히는 논문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주옥씨는 최근 <세계화 시대 TV 역사 다큐멘터리 변화에 관한 연구-KBS스페셜 ‘도자기’를 중심으로>라는 석사학위 논문에서 세계화 담론 확산에 따라 국내 TV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변모하게 됐는지를 내밀하게 분석했다. 김씨는 지난 2001년부터 3년6개월 동안 제작에 직접 참여한 바 있다.

김씨는 “90년 중반 정부 주도로 세계화가 진행됐을 때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의 세계화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면서 “하지만 2000년대 들면서 케이블, 인터넷, 통신 등 새로운 경쟁 매체들의 성장과 방송시장 교류의 활성화라는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에 직면하면서 지상파 방송사 스스로 세계화 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 방송시장을 통한 해외 방송사와의 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으며, 국내 방송의 제작 인프라나 관행에 안주해 있던 제작주체들이 변화의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김씨는 이 같은 ‘시대변화’를 반영한 대표적 프로그램이 < KBS스페셜-도자기>라고 강조했다. 과거 역사다큐멘터리에서 도자기는 한민족의 기술적, 미적 독창성을 상징하는 담론에 집중됐던 반면 지난 2005년 KBS가 제작한 <도자기>는 도자기를 인류 문명이 어떻게 교류와 수용을 통해 발전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대상물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계화 담론이 한국사에 국한된 소재와 민족중심의 주관적인 역사서술을 벗어나 다른 국가와 문명권의 역사를 방송 담론으로 본격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 <도자기>라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