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가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영상을 취재·보도한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에 ‘뉴스특종단독보도’ 부문상을 수여했다. 제107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시상식은 지난 5일 서울 목동 협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달의 영상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서태경)는 “대통령실 출입영상기자단은 지난 9월 뉴욕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간의 만남 이후 퇴장 과정에서 발생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영상취재·보도하여 사회적으로 보도 영상 중요성을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심사위는 “해당 영상의 온전한 보도와 정치적 왜곡을 막기 위해 기자단이 보여준 행동은 저널리즘 윤리와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높이 평가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를 발언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를 발언한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윤 대통령은 지난 9월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나눈 후 회의장을 나오면서 주변에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국내에선 ‘○○○’에 들어가는 윤 대통령 발언이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를 맨 처음 보도한 MBC는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이어 주요 방송사들도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영상을 게시했다.

방송사 보도에 침묵하던 대통령실은 15시간이 지나서야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했고, MBC에는 보도 경위를 캐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국민의힘은 ‘허위 자막’을 달았다며 MBC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MBC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영상 진위 여부를 의심하며 조작을 의심했다. 이에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의 정당한 취재 요청으로 간 영상 기자가 취재할 수 있는 위치에서 담은 영상에 무슨 진위를 따진다는 것인지부터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취재 효율과 편의를 위해 구성하는 풀(Pool·공동취재) 취재 영상에 기자상을 수여하는 건 이례적이다. 풀 취재는 취재·영상 기자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취재하고, 취재 결과물을 풀에 소속돼 있는 언론사들과 공유하는 취재 방식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경호, 보안, 공간 제약 등 이유로 ‘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출입처다. 현재 대통령실에는 1 영상기자단(KBS·MBC·SBS·YTN·MBN·OBS), 2 영상기자단(TV조선·JTBC·채널A·연합뉴스TV), 3 영상기자단(KTV·아리랑TV) 등 3개의 영상기자단이 있다. 해외순방에선 1, 2, 3 영상기자단이 공동으로 ‘코리아풀’(KOREA POOL)을 구성한다. 기자단 소속 12개 방송사의 영상 기자들이 상을 받은 것.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준영 회장은 5일 통화에서 “풀 취재를 통해 보도한 영상은 기자상에 출품하면 안 되지만 저널리즘 가치를 제고하거나 특종일 경우 출품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채이배 전 의원이 의원실에 감금됐던 장면을 촬영한 SBS 기자의 풀 취재 영상도 상을 받은 적 있다”고 밝혔다.

나 회장은 “이번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영상은 당시 대통령실에서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기자단이 현장에서 보도 자제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후 대통령실이 영상의 왜곡·조작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회의를 통해 대통령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영상에 조작이 없었음을 확인했다. 언론 자유를 지키려 했던 기자들의 노력를 인정하여 상을 수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회장은 “현장에서 기록된 영상 한 컷의 가치를 이번처럼 깨닫게 해준 사건은 없었다”며 “영상을 두고 시비와 논란이 일었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정치와 언론 문제를 고민할 수 있었다. 이번 기자상은 그에 대한 평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107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지역뉴스특종단독보도 부문은 일선 경찰의 허술한 야간 당직 현실을 고발한 MBC 뉴스데스크 ‘허술한 경찰 야간 당직’ 편의 목포MBC 노영일 영상기자가 수상했다.

지역뉴스탐사기획보도 부문은 재생 에너지 시설로 인해 발생하는 주민들의 불편과 문제들을 조명한 KBS 시사기획 창 ‘햇빛, 바람에 멍들다’ 편의 KBS광주 이성현 영상기자가 수상했다.

멀티보도 부문은 우리사회 현대 건축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사회 문화유산으로 가꿔 나가기 위한 영상 기록 작업을 벌인 KBS 뉴스9 ‘DEEP: 공간의 기록’을 취재·보도한 KBS 최연송 영상기자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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