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8일 앞두고 현직 기자가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하고 선언하는 현장에 직접 참석해 논란이다.

그동안 현직에 있다가 특정 정당의 대선 캠프로 가거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우는 있어도 현직 기자직을 유지하면서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본인은 이재명 후보를 포함한 정치인 기사를 쓰지 않아 괜찮다고 하지만 특정 정파로부터 독립적 위치에서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는 최소한의 언론인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선대위는 1일 낮 12시 국회 본관 계단에서 개최한 ‘3·1절 10만 애국지식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엔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과 노웅래 민주연구원장, 김경협 나를위한대한민국 상임위원장, 우당 이회영 선생의 조카 이종걸 전 의원을 포함해 지지선언에 동참한 이른바 ‘애국지식인’까지 29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이 이재명 지지 애국지식인 대표 참석자 33인 명단에는 전직 언론인으로 강기석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전 경향신문 편집국장)과 최동호 전 SBS스포츠·YTN 기자(현 스포츠평론가)와 함께 현직 기자도 포함됐다. 강진욱 연합뉴스 기자다.

이들 10만지식인 대표는 이재명 지지 선언문에서 “선제타격 운운 유사시 한반도 들어올 수 있다는 세력에게 나라 맡길 수 없다”며 “자영업자의 코로나 빚을 국가가 짊어지겠다고 약속한 이재명 후보만이 선조들의 뜻을 이어받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후보라고 단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들 위해 군림하는 왕이 필요한 나라가 아니라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되게 하는 일꾼이 필요한 나라”라며 “(대한민국은) 국민의 뜻이 아닌 점술의 뜻을 묻고 선민엘리트 의식에 빠져 끼리끼리 검찰공화국을 꿈꾸는 자가 일꾼이 되는 나라도 아니고, 유사시에 일본군이 들어올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나를 지키기 위해 오늘 10만 지식인 지지를 선언한다”고 이재명 지지를 선언했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10만지식인을 대표한 33인에 유일한 현직 언론인인 강진욱 연합뉴스 기자는 이날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열린 지지선언식에 직접 참석해 끝날때까지 태극기를 들고 지자들과 함께 있었다. 사회자가 직접 강진욱 기자 이름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 기자는 국제뉴스와 남북관계 분야 등을 취재해온 중견급 기자다. 현재 국제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마치자마자 강 기자를 만나 현직언론인으로서 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 것이냐고 묻자 ‘이재명 지지자라서’ ‘주변에서 제안해서’ ‘이재명 기사를 쓰지 않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강진욱 연합뉴스 기자가 1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앞에서 3.1절 10만 애국지식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식에 동참한 뒤 현직언론인으로서 왜 특정 정당 대선후보를 공개지지선언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강진욱 연합뉴스 기자가 1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앞에서 3.1절 10만 애국지식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식에 동참한 뒤 현직언론인으로서 왜 특정 정당 대선후보를 공개지지선언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왜 여기 지지선언을 했느냐는 질의에 강 기자는 “이재명 지지자라서”라고 답했다. ‘공정성 문제’를 질의하자 강 기자는 “이재명 기사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라며 “아 (촬영)하지 말라. 회사에서 곤란하다”고 답했다. ‘공개적으로 (지지선언을) 했는데 얼굴이 나오는 게 뭐가 곤란하느냐, 그걸 다 감수하고 한 것 아니냐’고 되묻자 강 기자는 “시비걸면 할 수 없는데, 일부러 시비걸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지지선언을 함으로써 이 같은) 시비거리를 자초한 면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강 기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이런 문제를 감수하고도 지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느냐고 질의하자 강 기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같이 하자고 했다”며 “여기 있는 사람이 캠프에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현직 언론인으로서 공정성과 객관성 신뢰성 면에서 우려스럽다는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그는 “난 보도한 게 없다”며 “이재명 관련해서 보도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남북관계나 정책에 대해서도 보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강 기자는 “전혀 보도할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대단히 부적절하며 상식밖의 행위라며 자꾸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SBS 기자)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말도 안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공영언론 종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에서 상식밖의 일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정치적 독립이나 개혁이슈에 대해 언론인 단체 등이 뜻을 같이하는 정치세력과 협력할 수 있으나 배타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개지지선언은 언론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부산일보 기자)은 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현직기자가 지지선언에 동참하는 것은 많이 부적절하다”며 “공영과 민영을 구분할 필요는 없으나, 더구나 연합뉴스는 공영언론으로서 포털에 퇴출됐다가 복귀한 이후 ‘공영언론 제자리찾기’를 위해 자체적인 정화운동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현직 기자가 공개 지지선언 명단에 들어간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어떤 의도로 지지선언자로 들어갔는지 분명치 않지만, SNS 등에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글을 쓰는 수준과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 대통령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은 언론에 대한 공영성과 공정성에 오해를 사지 않겠느냐”며 “설령 정치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 기자라 해도 향후 그 기자가 쓸 기사의 신뢰도에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특히 국제뉴스를 다룰 경우 최근 우크라이나 공격 때문에 여야 후보간 해석도 다른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 앞으로 공정성 시비가 태생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직업윤리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며 “선거보도준칙이나 윤리강령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끝난뒤 곧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도 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언론노조 차원에서라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1일 낮 12시부터 국회 본관 계단앞에서 3.1절 10만 애국지식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1일 낮 12시부터 국회 본관 계단앞에서 3.1절 10만 애국지식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언론윤리헌장 제4조 ‘공정하게 보도한다’를 보면 “윤리적 언론은 특정 집단, 세력,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보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8조 ‘품위있게 행동하며 이해상충을 경계한다’에는 “취재원과는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하고,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고 규정한다.

한국기자협회 실천요강도 △회원은 기자의 제 1사명이 공정보도임을 명심하고,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진실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회원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의 취재 및 보도활동에 있어서 취재원에 대해 형평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본인 또는 취재원의 개인적인 목적에 영합하는 취재 보도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한편, 현직 기자는 아니지만 TV 라디오 등 방송에서 스포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동호 평론가(전 SBS스포츠, YTN 기자)는 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인 활동을 하면서 직업윤리 측면에서 부담은 없느냐’는 질의에 “그런 시선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언론인으로서 직업윤리로서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평론가는 “대선 관련 체육정책을 소개할 때도 같은 비중으로 소개하고, 특정 후보에 유리한 쪽으로 얘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며 “다만 지지선언에 참여했다는 것은 일종의 선언적 의미에서 내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과 같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평론가는 “이재명 후보 지지는 내 개인의 판단이고 공개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최대한 공적 영역의 활동은 정치적 중립성과 직업윤리를 지키려고 한다”며 “그래서 단순 지지성명에 동의하는 정도로만 제 이름이 들어가는 것으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향후 제 지지선언으로 인해 제 방송이 특정 정파적 경향성이 있다는 비판이 있을 경우 방송활동을 접을 각오도 하고 선언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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