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가이드북이 나왔다. 부산광역시교육청과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가 함께 제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만나다’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하는 교사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표방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일선 교사 입장에서 들어본 적은 있고,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어느 수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북은 해외 사례나 이론적인 부분은 줄이고 실제 교육 사례와 교사 인터뷰, 학년 및 학교 수준별 교육 방안 등을 세세하게 담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이드북 집필에 참여한 이성철 부산 주감초등학교 교사는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잘 모르는 선생님들이 가이드북을 보고 ‘나도 직접 따라해볼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며 “수업자의 역량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성패가 좌우되는 면이 있는데, 잘하는 생님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부산광역시교육청과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가 함께 제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만나다’ 표지
▲ 부산광역시교육청과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가 함께 제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만나다’ 표지

가이드북은 몇 가지 의외의 지점이 있다. 길지 않은 이론 챕터 가운데 ‘미디어 교육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대목이 강조돼 있는데 대표적인 ‘오해’로 ‘미디어 교육을 만병통치약으로 바라보는 것’을 꼽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그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는 교사들이 ‘만능론’을 경계하는 이유는 뭘까.

“미디어 교육에 나서는 교사들이 환상이나 오해를 갖고 교육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봤다. 집필 회의 과정에서 미디어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준 선생님들이 많기도 했다. 가짜뉴스와 같은 사회 문제를 미디어 리터러시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미디어 문제는 이용자, 사회 시스템 등 여러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어떤 교육이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이성철 교사의 말이다. 

가이드북은 ‘단순 기술과 활용 교육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분류하는 현상’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과 교육 현장에선 인공지능 교육, 코딩 교육,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 등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성철 교사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하게 미디어 기기를 활용하거나 제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판적 사고와 연관이 돼야 하고 미디어를 둘러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북은 부산교육청이 주관했지만 집필에 참여한 교사는 전국 단위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미디어 교육에 나선 대표적인 교사들이 집필과 인터뷰에 참여했고, 대표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학자인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가 감수를 맡았다. 이와 관련 이성철 교사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부산 지역으로 한정해 보면 많지 않았다”며 “그래서 다른 지역 교사라 하더라도 미디어 교육 경험을 가진 다양한 분들의 사례를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업 사례’는 디지털 시민, 정보 판별, 문화, 의사소통 등 다양한 수업으로 나뉜다. 각각의 수업사례들은 교사들이 실제 수업 때 준비한 내용, 주요 항목, 수업 자료를 제시하고 수업 과정 전반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 이성철 주감초등학교 교사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이성철 주감초등학교 교사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미디어로 소통하기’ 수업의 경우 도입부에 2017년 나온 키즈폰 광고를 보여주게 한다. 가이드북은 단순히 ‘키즈폰 광고를 보여주라’고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키즈폰 광고’인지를 구체적으로 썼다. 광고는 상품뿐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초등학생들이 키즈폰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보통 교수학습안, 지도안은 표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맥락에 대한 설명과 안내가 생략된 경우가 많다. 왜 수업자가 이 주제를 선정했는지, 왜 수업 도중 이 질문을 던졌는지, 왜 이 질문을 던지기 전에 이런 활동을 했는지 정확하게 맥락이 전달되지 않으면 왜곡될 수 있다. 심지어 수업자도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고 정확하게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미디어 수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 수업은 해석이 중요하기에 기존의 지도안처럼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식은 좋지 못할 수 있다.” 이성철 교사의 말이다.

가이드북에는 수업별 학생들 반응도 수록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이성철 교사는 “수업은 교사만의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이 무엇을 느꼈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반응을 보면 ‘팩트체크’ 수업의 경우 단순히 허위정보에 대해 배운 것뿐 아니라 아이들이 미디어나 정보를 접했을 때 어떤 태도를 갖게 되거나, 가치관이나 인식이 변했다는 점이 느껴지지기도 했다.”

▲ 가이드북 수업 사례 예시
▲ 가이드북 수업 사례 예시

미디어 리터러시하면 ‘팩트체크’ ‘비평’ 가짜뉴스‘ ’뉴스‘와 같은 단어가 떠오르지만 보다 많은 미디어와 현상에 대한 ‘비판적 읽기’를 접목했다. 중학교 국어 교과 ‘언어폭력’ ‘매체’ 관련 성취기준과 연계한 혐오표현 교육이 대표적이다. 혐오표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온라인 공간 속 혐오표현을 찾고, 대항표현을 배우고,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캠페인 전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 코코를 보고 멕시코 의상 등 문화를 탐구하고 이해하거나, 고전소설을 토대로 한 교육, 장애인을 위한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이성철 교사는 “선생님들이 미디어 교육을 생각했을 때 보다 넓은 영역들을 전반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문화, 장애교육, 디지털, 인공지능 등 여러 영역이 미디어와 연관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이를 위해 다양한 수업 사례를 모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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