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앞두고 설레는 인천 차이나타운’(동아일보) 
‘“소중한 한 표 가슴 벅차요”’(대전일보)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 투표권 부여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뤄진 2006년 당시 기사 제목이다.

반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선 다음과 같은 기사가 이어졌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중국인 유권자’ 10만 명 돌파... 전체 외국인 중 80%’(세계일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중국인 유권자’ 10만 명 넘는다’(조선일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았지만, 15년 전 설레는 분위기를 전한 것과 달리 중국인을 구분하고, 그 비중을 부각한 보도로 변화했다. 이 같은 기사의 댓글창은 중국인과 중국동포를 향한 비난 일색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지난 2년은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를 안겼다. 특히 ‘반중 정서의 확산’이 전례없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국 동포에 대한 거부감과 코로나19가 맞물려 ‘차이나게이트’ 등 음모론을 기반으로 한 행동까지 이어졌다. 중국과 일본을 향한 혐오정서 댓글을 비교해본 결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 혐오 댓글이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됐고 이는 보수성향 이용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편견을 담은 보도나 단순 받아쓰기 등으로 혐오의 확성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중국 부정적 인식 커지고, 혐오 댓글 늘었다

시사IN은 지난 6월 한국리서치의 ‘북중미일’ 감정 온도 추이 조사를 보도했다. 한국인이 북한, 중국, 미국, 일본 등 4개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 온도(100점은 매우 긍정적, 0점은 매우 부정적)를 분석했는데, 2018년 상반기 때만 해도 중국은 37.3점으로 북한과 미국에 비하면 낮았지만 일본(31.8점)보다 높았다. 그러나 2021년 5월 조사에선 중국이 26.4도로 4개국 가운데 가장 낮게 나타났다. 

▲ 2020년 2월 23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한호국단 주최 '입국금지 조치 중국 전역 확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2020년 2월 23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한호국단 주최 '입국금지 조치 중국 전역 확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중 정서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코로나19 여파를 무시하기 힘들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황사·미세먼지 문제(89.4%)에 이어 코로나19 발생(87.3%), 코로나19 대응(86.9%)이 꼽혔다.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중국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12월13일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 자리에서 혐오발언분류 알고리즘을 활용해 ‘온라인 공간의 혐중 발언 추이를 분석한 연구(코로나 이후, 반중정서는 과연 심화되었을까? :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국적 차별과 정치 성향의 정렬 현상)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이 어떻게 변화했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한 내용이다. 맥락을 확인하기 어려운 단순 키워드나 네트워크 분석이 아니라 포털 뉴스 댓글 데이터 수집 후 혐오발언 측정 알고리즘을 통해 혐오발언의 빈도를 파악했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기사를 추린 다음, 댓글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에는 중국, 일본을 대상으로 한 혐오발언 추이에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1월 이후 중국 대상 혐오발언이 늘었다. 일본 대상 혐오발언이 코로나19 확산 전후 늘어난 빈도는 0.9%p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반면 중국 대상 혐오발언은 4%p 늘었다. 

▲ 코로나19 확산 전후 중국과 일본에 대한 혐오 발언 추이. (강태영. "코로나 이후, 반중정서는 과연 심화되었을까? :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국적 차별과 정치 성향의 정렬 현상"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 - 팬데믹 시대의 혐오, 횡단인문학적 접근 자료집 (2021))
▲ 코로나19 확산 전후 중국과 일본에 대한 혐오 발언 추이. (강태영. "코로나 이후, 반중정서는 과연 심화되었을까? :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국적 차별과 정치 성향의 정렬 현상"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 - 팬데믹 시대의 혐오, 횡단인문학적 접근 자료집 (2021))

댓글 이력을 통해 성향 분석이 가능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보수 성향 이용자들은 일본보다 중국에 반감이 높았고, 중국 겨냥 혐오발언 역시 보수 성향의 이용자가 민주당 계열 성향의 이용자에 비해 더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강태영 대표는 연구 자료집을 통해 “코로나 국내 확산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늘어난 중국 대상의 혐오 발화는 보수 성향의 유저에 의해 보다 강하게 주도되었다”고 설명했다.

▲ 정치 성향별 일본(왼쪽)과 중국 관련 기사의 혐오발언 비중 추이. 파란색은 민주당 성향, 붉은색은 보수성향이다.  (강태영. "코로나 이후, 반중정서는 과연 심화되었을까? :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국적 차별과 정치 성향의 정렬 현상"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 - 팬데믹 시대의 혐오, 횡단인문학적 접근 자료집 (2021))
▲ 정치 성향별 중국(왼쪽)과 일본 관련 기사의 혐오발언 비중 추이. 파란색은 민주당 성향, 붉은색은 보수성향이다. 보수성향 이용자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혐오 발언이 늘어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강태영. "코로나 이후, 반중정서는 과연 심화되었을까? :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국적 차별과 정치 성향의 정렬 현상" 숙명인문학연구소 국제학술대회 - 팬데믹 시대의 혐오, 횡단인문학적 접근 자료집 (2021))

시간이 흐르면서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기사에서도 중국 혐오적인 표현이 늘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관련 보건, 방역 이슈 외에 국제 정치, 무역, 안보, 문화 등을 주제로 한 중국 관련 기사에서 혐오발언이 늘어나는 ‘파급효과’가 관찰된 것이다. 이는 혐오가 널리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직접적으로 코로나19를 다룬 기사에 나타난 중국 혐오발언은 국내 확산기 이후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짜뉴스만 문제? 받아쓰기 기사 혐오 증폭

반중 정서와 중국을 겨냥한 혐오표현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이를 부추긴 면도 있다. 언론이 문제를 바로잡기보다는 오히려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는 팩트체크넷 사례분석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언론에 의한 중국(인) 혐오 증폭과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또는 중국인 혐오와 관련된 혐오 또는 부정적 정보의 유형을 분류하고 이 과정에서 주요 언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 언론개혁시민연대가 팩트체크넷 사례분석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언론에 의한 중국(인) 혐오 증폭과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제’ 연구 보고서 갈무리
▲ 언론개혁시민연대가 팩트체크넷 사례분석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언론에 의한 중국(인) 혐오 증폭과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제’ 연구 보고서 갈무리

언론연대는 대표적인 사례로 △차이나게이트(허위 또는 미확인 정보의 증폭 사례) △코로나 고의 제조·유출설(부정적인 정보와 허위정보의 확산 효과) △박쥐 등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 재앙을 불러왔다(편견을 자극하는 보도의 위험성)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인(조선족)에게 선거권 발급을 명령했다(혐오의 정치적 이용과 언론의 받아쓰기) △중국의 김치가 국제표준을 취득했다(민족 간 적대감과 팩트체크 저널리즘) △국적법 개정은 중국인 특혜법이다(차별의 내러티브와 타자화 프레임) 등 유형의 기사를 꼽았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중국인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에서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여론조작 활동을 펼친다는 ‘차이나 게이트’ 의혹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실검 ‘총공’(총공격)이 전개된 지난해 3월 1~2일 사이 보도량은 방송 보도 0건, 지면 기사 11건, 인터넷 기사 34건 등 45건을 기록했다. 45건 가운데 단순 전달 보도가 3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음모론의 한계나 허위성을 지적하는 보도보다는 이를 부추기는 보도가 많았다는 얘기다.

‘차이나 게이트’ 보도 국면에서 언론의 이중적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지면을 통해선 ‘미확인 정보로 조선족 혐오 퍼뜨려...조회수 늘리는 유튜버들’ 기사를 통해 혐오 문제를 조명했다. 반면 온라인 기사에선 ‘누리꾼 삼일절에 차이나게이트· 나는 개인이오 실검 운동 하는 이유’ 기사를 통해 음모론을 퍼나르는 역할을 했다.

언론연대는 “한쪽에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정보를 증폭하고, 다른 편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혐오확산을 비판하는 기사가 하나의 언론사 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런 모순된 현상은 디지털 수익모델이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지적했다. 

▲ 서울 대림동 모습. 사진=노컷뉴스
▲ 서울 대림동 모습. 사진=노컷뉴스

‘박쥐 등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 재앙을 불러왔다’는 등 편견이 담긴 보도 관행도 심각했다. 언론은 외신 보도나 일각의 발표 등을 인용하며 이를 적극 보도했는데 ‘사실 보도’였지만 ‘좋은 보도’는 아니었다. 이와 관련 언론연대는 “언론이 속기사가 되는 관행을 피하지 못하더라도 혐오의 확산을 완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었다. 같은 시기에 위의 부정적인 정보와 반대되는 ‘혐오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긍정적 사실 정보’들도 제공됐기 때문”이라며 “이를테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중국에서 야생동물을 먹는 사람은 흔치 않다’, ‘박쥐탕 동영 상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다’는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기사에는 부정적 정보량이 214건으로 긍정적 정보량(76건)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조했다는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는 보도 량에서는 균형이 잡혔지만 ‘반응’에선 격차가 컸다. ‘제조설 중심 보도’가 18건, ‘반박 중심’과 ‘검증 보도’의 합이 17건으로 비슷한 양상이었으나 제조설 중심 보도는 평균 1000여 건의 감정반응과 288개의 댓글, 316건의 추천을 기록했다. 반면 검증 기사의 댓글은 각각 297건, 182건, 40건에 그쳤고, 반박 중심 기사의 이용자 반응은 더욱 적었다. 

유튜브 공간에서도 ‘언론 보도’의 파급력은 적지 않았다. 지난 2월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 게재된 ‘유튜브 채널에서 코로나19 중국관련 허위정보 확산에 관한 연구: 확산 주체와 정보유형 분석을 중심으로’ 연구에 따르면 47개의 허위정보 생산 및 확산자 가운데 언론사 채널이 38개, 개인 채널이 9개로 나타났다. 연구는 “언론사 채널은 허위정보에 대한 팩트 체크보다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쳤다”며 이용자들은 허위정보를 팩트체크한 보도 보다는 ‘이러한 주장이 있다’라는 식으로  전달한 언론사 채널에 더 관심을 갖고 시청했다고 밝혔다.  

‘이해의 폭’마저 줄이는 미디어

언론과 미디어가 혐오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는 없다. 반중정서와 중국 동포를 향한 혐오는 복합적인 이유를 가진 문제이기에 명쾌한 해결법을 찾기도 어렵다. 다만 한계가 있더라도 언론과 미디어가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연구 과정에서 언론사 디지털 조직에서 만든 뉴스가 특히 심각하다고 느꼈다”며 “디지털팀은 수익을 내기 위한 기사를 쓰는데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편견에 기대고 분노를 키우고 갈등을 조장하는 소재를 많이 활용했다. 지면 기사에 적용하는 취재 윤리나 원칙을 디지털 기사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동포매체인 한중포커스의 문현택 대표는 “코로나19 초기에 동포가 밀집한 지역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컸다”며 “강남에 확진자가 1명 나오는 것과 대림동에 1명 나오는 게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렇게 언론이 집중 조명하다보니 동포들이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초기보다는 방역 측면에서 동포에 대한 혐오는 줄었다”면서도 “온라인 댓글 공간이나 미디어를 통한 문제는 일부라 하더라도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엔 오미크론이 나타나면서 다시 중국 동포를 혐오하는 댓글들이 나타났다”고 했다. 

문현택 대표는 “아직도 TV에선 ‘범죄도시’처럼 (중국동포가 범죄자로 나오는) 방송을 재방송하고 또 재방송하고 있다. 동포들끼리 모이면 이런 걸 왜 자꾸 트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얘기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디어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다양성 측면의 노력이 중시되지만 이 역시 미비하다.

중국 동포를 ‘악당’으로 묘사한 미디어 콘텐츠는  편견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세계’ ‘청년경찰’ ‘극한직업’ ‘범죄도시’ 등 영화에서 중국 동포가 ‘악당’으로 그려졌고 SBS 드라마 ‘모범택시’ MBC 드라마 ‘검은태양’에서도 중국 동포를 범죄자로 묘사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 MBC 드라마 '검은태양', SBS드라마 '모범택시' 포스터 갈무리
▲ MBC 드라마 '검은태양', SBS드라마 '모범택시' 포스터 갈무리

최근 국내에 출시한 OTT 디즈니플러스가 일부 콘텐츠에 ‘본 프로그램에는 특정 인물이나 문화에 대한 부정적 묘사 또는 부적절한 대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옳지 않습니다’라는 고지를 해 주목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넷플릭스는 보고서를 내고 콘텐츠에 등장한 인물의 성별, 인종 등을 분석하고 개선을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는 지난 7월 미디어오늘에 “최근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고 우려스러운 면을 넘어섰다. 가장 많이 마주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정서도 커지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가장 많이 마주치는 외국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한데 첫 출발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큰 갈등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조영관 변호사는 “언론이나 미디어, 공공기관 등이 인종적 편견이나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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