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지난 14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탄핵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낭독을 듣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창길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조선일보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관련해 “소수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보도를 해 선고당일 언론계 안팎은 크게 시끄러웠다. 조선일보는 지난 14일자 1면 사이드 톱기사 <헌재 소수의견 공개하기로>에서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기로 한 당초 방침을 바꿔 소수의견 요지를 결정문에 남기기로 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헌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민여론 등을 감안해 당초 방침을 바꿔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각 쟁점에 대해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논리와 요지를 간략히 기록에 남기기로 했다”며 헌재가 이름과 숫자는 밝히지 않고 소수의견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는 “헌재는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14일자 가판 보도를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와 달리 헌재 판결에서 소수의견은 발표되지 않았고, 결정문 원문에도 소수의견이 실리지 않았다. 대신 헌재는 결정문에 포함된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과 별도로 <대통령 탄핵사건의 결정문에 헌법재판소의 의견만을 기재한 이유>라는 보도자료를 내 탄핵사건 결정문에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표시하지 않은 법리적 이유를 A4용지 9장에 걸쳐 설명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전종익 헌재 공보담당 연구관은 “이미 결정에서 밝혀졌다.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조선일보의 보도가 잘못된 것임을 시사했고, 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추측성 기사로 오보”라고 말했다.

박찬운 변호사(법무법인 신화)는 “헌재는 소수의견, 다수의견 구분없이 결정문을 작성해 소수의견 공개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소수의견은 판결문 뒤에 소수의견을 낸 사람의 이름과 함께 별도의 의견을 따로 작성하는 경우를 지칭한다”고 말해 조선일보의 오보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조반연) 등 언론단체들도 14일 성명을 내 조선일보의 보도를 비판했다.

민언련은 <왜 오보까지 내며 ‘소수의견 공개’에 집착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조선일보의 이번 ‘오보’는 단순한 오보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소수의견 공개를 주장한 조선일보의 희망사항을 담은 ‘의도적 오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사설 등을 통해 헌재에 ‘소수의견 공개’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헌재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사실상 ‘소수의견 비공개’ 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시사해왔다”고 지적했다.

   
▲ 5월 14일자 조선일보 배달판 1면
조반연도 논평에서 “탄핵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한나라당에 올인하며 국민들의 분노를 샀던 조선일보가 탄핵 소수의견 공개에 목을 매더니 급기야 대형 사고를 쳤다”며 “헌재가 수차례 소수의견 비공개 의사를 밝혔음에도 어제 그제, 연달아 기대 섞인 추측과 예단, 압력을 일삼더니 오직 조선일보만이 어이없는 오보를 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5월14일자 조선일보 가판 1면
그러나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법조팀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며 “나중에 기사로 (헌재) 결정이 그렇게 된 데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 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최종 확인한 내용의 기사로, 헌재 재판관과 연구관을 상대로 확인 취재해 확신을 갖고 쓴 것”이라며 “신뢰할 만한 취재원에게 확인해 근거를 갖고 쓴 것이지 다른 어떤 목적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 자는 또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외부에서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눈이 많은 상황에서, 확인도 안 하고 그런 기사를 썼겠느냐”며 “분명히 확인했는데 왜 갑자기 변경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선고 다음날인 15일 <소수의견 3∼4개 문장 헌재, 선고직전에 제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헌법재판소가 14일 탄핵심판 선고 직전, 소수 의견 요지가 담긴 3∼4개의 문장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14일 보도를 해명하는 기사를 냈다.

   
▲ 5월13일자 문화일보 3면
한편 오마이뉴스도 조선일보를 인용해 “소수의견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오보를 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14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를 보고 14일 오전 9시경 “헌재가 소수의견을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헌재 현장중계 기사 <발표 한시간 앞으로…긴장감 휩싸인 헌재>안에 한 문장 포함시켰으나 헌재 발표를 본 후 이를 삭제했습니다.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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