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 경기 중에서 가라테, 승마, 테니스 경기는 단 한 번도 중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중계를 맡은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시청자들의 볼 권리보다 자사 이익을 위한 인기 종목 중계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30개 종목 377건의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22%에 달하는 83건의 경기는 지상파 3사 어느 곳도 중계하지 않았다. 

이는 3사가 중복 편성을 일삼은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377건 경기 중 41%에 달하는 155건은 3사가 동시 중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딜 틀어도 같은 경기만 나온다’는 시청자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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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우리나라 대표팀 경기 종목별 중계 현황. KBS(KBS1 또는 KBS2), MBC, SBS가 해당 종목 경기에 대해 중계한 총 방영 경기수. 자료=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방송통신위원회

이런 양상은 한국 대표팀 경기의 중계 현황을 종목 별로 살펴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체 30개 종목 중 야구·축구·레슬링 경기는 100%, 펜싱·배구는 90% 이상, 태권도·유도·골프·양궁은 70% 이상 중계됐다. 국내 대표팀이 메달권에 들거나 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것들이다.

전체 경기 중계율은 59%, 이 비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이 과반을 훌쩍 넘은 17개 종목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조정은 13%, 요트는 1%, 심지어 가라테·승마·테니스 경기는 올림픽 기간 동안 단 한 건도 중계되지 못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에 따라 권고하고 있는 순차편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순차편성이 권고 사항일 뿐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올림픽 등이 개최될 때마다 인기종목 중복편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3사 사옥.
▲지상파 3사 사옥. 왼쪽부터 MBC, SBS, KBS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이 같은 자료를 공개하면서 “지상파 3사가 인기종목만 중계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같은 시간에 열리는 다른 경기를 볼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3사가 국민관심행사 중계방송을 실질적으로 순차편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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