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가혜법을 만들어주십시오.”

국가폭력 및 허위보도 피해자 홍가혜씨가 27일 서울 모처에서 ‘가짜뉴스‧가세연 피해자 단체’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누더기가 됐다고 평가받는 언론중재법 협상 과정을 보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라면서 “(지금껏) 수억 원의 소송비용을 썼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런데 그저 하나의 ‘사례’로만 남으라는 것 같아 억울하다. 피해받은 만큼 돌려주거나 회복되는 것이 진정한 공평이다. 우리 언론피해자들은 하나의 사례로 남기를 원치 않는다”며 강력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홍가혜씨는 “사람들은 최초 보도를 기억할 뿐 반론 보도나 정정 보도를 거의 보지 않는다. 언론 관련 소송을 했을 때 법원이 판결하는 배상액은 평균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수준이다. 언론과 소송을 진행하면 변호사 비용이 건당 330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의 인지 송달료도 문제다. 1억 원을 청구했을 때 약 99만 원이 든다. 법원이 이 모든 금액을 원고와 피고가 절반으로 나누라는 판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봐야 이동비용, 법원 참석 시 일을 못 하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해로 봐도 무방하다. 이게 민사판결의 현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피해자의 실질적인 구제가 이뤄질 수 있나”라며 언론보도 피해구제가 어려운 현실을 강조했다. 

▲홍가혜씨.
▲홍가혜씨. ⓒ홍가혜 

홍씨는 2014년 4월18일 세월호 참사 당시 MBN과 생방송 인터뷰에서 “해경이 민간잠수부들에 대한 인력·장비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해양경찰청장, 세월호 담당자들 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구속 기소돼 무려 101일간 목포교도소 독방에 수감됐다. 이후 긴 소송 끝에 2018년 11월29일 대법원 무죄확정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홍씨의 인터뷰 발언내용 대부분이 사실이고 당시 팽목항의 현장 상황을 전한 것으로 해경 등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14년 스포츠월드 기자였으며 최근까지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에서 활동한 김용호씨는 4월18일 홍씨의 인터뷰가 화제를 모으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저는 홍가혜 수사했던 형사에게 직접 그녀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인터넷에 알려진 것 이상입니다. 허언증 정도가 아니죠.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여자입니다”라며 각종 허위사실을 적시해 홍씨를 언론보도 피해자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러나 김씨 주장 대부분은 사실과 달랐으며, 그 결과 홍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김씨의 명예훼손을 인정해 1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선고했다. 

조선닷컴은 2014년 4월18일 당일 오후 1시46분경부터 4월28일 오후 3시52분경까지 홍씨에 관한 27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닷컴은 홍씨가 △티아라의 전 멤버 화영씨 사촌언니를 사칭했다 △유명 야구선수들의 여자 친구라 밝히고 가짜 스캔들을 만들었다 △B1A4콘서트에서 연예부 기자를 사칭했다 △도쿄 거주 교민 행세를 했다 △허언증·정신질환자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이에 홍씨는 조선닷컴 상대로 6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홍씨는 이날 “조선닷컴에 배상액을 전부 돌려드리겠다. 단, 나와 관련한 기사를 통해 올린 트래픽 전부를 공개하고, 관련한 모든 수익을 공개하라. 그 관련 수익을 우리 단체에 기탁하거나 4‧16연대에 기탁하라. 그리고 방송보도 및 기사의 횟수와 지면만큼 내게 지면과 방송 출연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홍씨는 “조선일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조선일보라면 이 합의 조건이 얼마나 타당하고 공평한 구제방안인지 알 것이다. 언론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반론권”이라고 강조했다. 

홍씨는 “언론중재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구체적인 피해자 구체법안 상정을 요구한다. 배상액을 올리는 것도 피해자 구제방안에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아울러 피해 보도만큼 피해자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법안도 반드시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홍가혜씨가 27일 서울 모처에서 ‘가짜뉴스‧가세연 피해자 단체’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모습.
▲ 홍가혜씨가 27일 서울 모처에서 ‘가짜뉴스‧가세연 피해자 단체’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모습.

우선 홍씨측은 김용호씨를 상대로 모해위증죄로 내달 초 고소에 나설 계획이다. 소송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이미 홍씨와 관련한 소송에서 확인된 김씨의 허위주장이 있다”고 설명했으며 “홍씨는 가세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김용호씨 같은 행태에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며 피해들이 쌓였고, 무책임한 허위주장에 의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며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홍씨는 “가세연으로, 김용호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들이 양산되는 모습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중 마음이 확고해져 뜻 있는 사람들과 단체 설립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법률 지원과 정신과 상담, 심리치료는 허위보도 피해자들에게 잠시의 위로일 뿐 실질적 해결방안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며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제보의 대다수는 김용호씨 관련”이라면서 피해자들이 유명인이 많은 점을 고려해, 현재는 자신만 앞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함께하겠다고 밝힌 변호사가 7명이라고 전했으며 “우선 가세연 피해자와 중점적으로 연대하겠다”고 했다. 

한편 자신을 부산지역 유흥주점 종업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는 이날 사실확인서를 통해 “가세연과 김용호는 연예인들이 함부로 나설 수 없다는 취약점을 이용, 사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연예인을 이용해왔다. 나를 포함해 여러 종업원들이 가세연 멤버들의 파트너로 술자리에 함께 했고, 들었던 내용이 포함된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세연 및 김용호 관련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거나 공론화될 시 수사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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