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호반건설이 24일 오전 지분 매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는 체결식 직후 사장 최종 후보로 곽태헌 전 서울신문 상무를 선출했다. 양해각서에 본계약 일정을 명시하고 호반건설 추천 후보가 차기 사장에 내정되면서 호반건설의 서울신문 인수와 경영권 장악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호반건설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호반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주식매매 양해각서 체결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호반은 사주조합이 보유한 서울신문 주식 약 29%를 매입하기로 했고, 호반은 이날 주식매각대금과 위로금을 포함한 600억원을 사주조합 계좌에 납입했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9월30일까지 지분 매각을 원하는 조합원 개개인의 위임장을 취합하기로 했다. 양측은 다음달 8일까지 매각 주식을 확정하고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우리사주조합은 다음달 12일에 위임장을 낸 조합원 계좌에 대금을 지급하고, 14일까지 호반에 남은 대금을 반환한다는 계획이다.

▲호반건설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2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주식매매 양해각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사진=호반건설
▲호반건설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2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주식매매 양해각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이호정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왼쪽)과 최승남 호반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호반건설

관건은 호반에 주식을 팔기로 결정할 개별 조합원 숫자다. 조합원 개개인의 의사결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이 호반에 넘길 총 주식 규모가 확정되는 까닭이다. 앞서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13~15일 진행한 호반 인수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57.8%가 찬성에, 42.2%는 반대에 표를 던졌다. 반면 호반은 주식 매각을 택한 우리사주조합원에 한해 주식대금과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호반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민간자본이 언론사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대내외 부정 인식을 감안해 호반건설의 100% 자회사인 ‘서울미디어홀딩스’를 설립해 사주조합 주식을 인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호반은 추가적으로 △인위적 구조조정 일체 금지 △소유·경영 분리 원칙 아래 편집권 독립 보장 △3년 내 주요 일간지 수준 단계적 임금 인상 △추가 투자·재무건전성 확보로 취재환경 개선 △복리후생 호반그룹 수준으로 강화 등을 서울신문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호반이 실무협상에서 사장·편집국장 직선제, 사주이익 보도 금지 조항을 거부하면서 실질적 소유경영 분리와 편집권 독립 제도가 확보되지 못했다.

한편 서울신문 4대 주주(기획재정부·우리사주조합·호반·KBS)로 구성된 사추위는 이날 오전 10시 체결식을 마친 직후 차기 서울신문 사장 최종 후보로 곽태헌 후보를 선출했다. 이 역시 호반과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해온 인사다.

사추위는 앞서 16일 진행된 회의에선 기재부와 KBS가 안용수 후보(서울신문 전 부사장)를, 호반과 우리사주조합이 곽태헌 후보를 추천하면서 의견 대치 끝에 차기 회의로 결정을 미뤘다. 안용수 후보는 서울신문 내 반호반 의견을 대표하는 인사로, 직전 고광헌 사장 당시 부사장을 지냈다.

호반은 24일 회의에서 양해각서로 최대주주 위치가 한층 공식화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와 KBS도 입장을 바꾸면서 사추위 만장일치로 후보가 확정됐다. 사추위가 후보를 확정하면서 우리사주조합 감사와 일부 조합원들이 후보 선출 과정에서 제기한 ‘직선제 훼손’ 쟁점은 힘이 빠지게 됐다.

▲서울신문 소유구조(지난 3월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서울신문 소유구조(지난 3월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곽태헌 차기 서울신문 사장 최종후보
▲곽태헌 차기 서울신문 사장 최종후보

곽태헌 후보는 서울신문 편집국장과 우리사주조합장, 상무이사를 지냈다. 2019년부턴 서울신문을 퇴사한 뒤 스포츠한국 부사장과 데일리한국 부사장 겸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곽 후보는 오는 10월15일 주주총회에서 거쳐 사장으로 정식 취임한다.

장형우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은 “기재부와 KBS 주주대표마저 호반의 입장에 동조했다는 건 사실상 문재인 정부도 서울신문 경영권을 호반에 넘기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이 추천한 인사가 차기 사장에 내정된 만큼 추후 우리사주조합 보유 지분을 호반에 넘기는 수순도 거침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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