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비롯해 이재명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등의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출연이 방송 전부터 논란이다. 대선후보들의 인간적인 평소 모습을 보여주는 소통의 하나라는 의미도 있지만 결국 해당 특정 후보를 미화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SBS ‘집사부일체’는 지난 12일 방송 뒷부분 다음회 예고편에서 오는 19일에 ‘‘대선주자 특집’ 제1탄 윤석열 A부터 Z까지!’ 편을 방송한다고 밝혔다. SBS는 예고편에서 윤석열 예비후보가 “자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하나둘셋”하며 박수를 치는 모습과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설정, 배우 주현씨처럼 “야이 좌식아~”라고 따라하는 장면 등을 내보냈다. SBS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윤석열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홍보했다. 특히 윤 예비후보가 “형이라고 해” “요리라도 해야 안 쫓겨나고 살지”라고 말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승기 양세형 등 집사부일체 출연진이 “도리도리 쩍벌”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나” “좌천을 좀 많이 당하셨던데”라고 질문하는 모습이 나왔고, 윤 후보가 “나를 공격해주면 꼭 지지율이 올라가”라고 답변한 것을 편집해 넣었다. SBS는 자막에서 거침없는 청춘들의 여과없는 질문들이라고 자평했다. 이승기가 “나에게 추미애란”이라고 묻자 윤 후보가 비스듬히 쳐다보는 모습, 거짓말 탐지기에 반응하는 모습, “내 운동장으로 끌고와서 붙어야지 그 일을 성공시키는 데 자신있다”고 답변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그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나온다. SBS는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부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까지” 방송한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보면 “예술, 사회, 과학, 역사, 경제, 심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 ‘찐’심 다해 온 사부들과의 하루를 통해, 정답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찾아 나서는 현장 체험형 인생 수업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부’로부터 배움을 얻는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SBS 관계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누가 먼저 제안한 것이냐는 질의에 “우리가 오래전부터 섭외 요청을 해서 어렵게 출연 승낙을 받은 것으로 캠프측이 제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선주자 편을 한 계기와 관련해 “단지 집으로 찾아가서 하는 집사부일체의 성격을 탈피한지 오래”라며 “일종의 특집의 하나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오는 19일 방송될 SBS 집사부일체 예고편에서 출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SBS 집사부일체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오는 19일 방송될 SBS 집사부일체 예고편에서 출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SBS 집사부일체 갈무리

 

이를 두고 대선을 앞둔 정치의 희화화, 특정후보 미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 대선후보들의 보기 힘들었던 소프트한 인간적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으나 자칫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유권자에게 총체적 판단을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더구나 대선후보라고 군사부일체의 ‘군사부’ 반열에 올려줄 필요가 있겠는지 의문”이라며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를 미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인이 예능 출연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대선후보에게 알고 싶은 분야에 대한 궁금증 해소가 더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남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국에서도 과거 힐러리 클린턴이 SNL에 출연했고, 정치인이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와 국민과 친숙한 것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며 “TV토론회 등을 통해 공약이나 정책 검증을 할 기회는 많이 있는 만큼 엄숙하고 공식적인 모습 외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희화화 우려를 두고 김 대변인은 “평소에 집에서 지내던 그 모습 그대로 보여드리면 우스꽝스럽거나 희화화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국민들이 궁금해할 불편하고 직설적인 질문을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 형식이 아니냐는 질의에 김 대변인은 “그건 출연자들의 몫”이라며 “그들이 꼭 답하기 편한 질문만 하라는 법 없고, 당혹스러운 질문을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김 대변인은 “어느 한쪽에 유리하거나 편향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런 모습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며 “대선때가 아닌 평소에도 예능프로에서 불러주면 정치인은 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남영희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14일 통화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알릴 매체가 있으면 적극 알리겠다는 입장”이라며 “많은 국민에게 다가가기 쉽고, 국민들에게 편하게 노출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 대변인은 “과거 박영선 나경원 후보도 아내의맛 등에 출연했는데, 시청률도 높고, 노출효과가 많아 출연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남 대변인은 “어떤 사람은 정치 희화화로 보겠지만, 굉장히 친근한 이웃같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며 “그 판단은 시청자 몫으로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남 대변인은 다만 “나머지 후보들에게 고른 기회가 가지 않을 수 있어 시민들의 선택에 차별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나, 안철수 후보 등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오는 19일 방송될 SBS 집사부일체 예고편에서 출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SBS 집사부일체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오는 19일 방송될 SBS 집사부일체 예고편에서 출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SBS 집사부일체 갈무리

 

배재정 이낙연 캠프 대변인도 이날 “출연자들의 인생역정이나, 성취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정치에서 소통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TV라고 해서 다 가볍고, 예능화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방영됐을 때 내용에서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지적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이럴 것이라고 하는 것도 방송과 국민에 대한 예단”이라고 말했다.

정치희화화 등에 대한 우려를 두고 SBS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그 부분은 우리도 굉장히 고심을 많이 했다”며 “방송하면서 최대한 질타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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