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본질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사가 작성했다는 고발장을 지난해 4월 당시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느냐는 것이다. 고발장을 토대로 실제 고발이 이뤄졌냐 여부도 의혹 일부이다.

이에 야권은 고발장 작성 주체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이를 최초 보도한 매체와 제보자 조성은씨를 향해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조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사실을 의혹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 주장이 맞는다면 고발장 작성은 없는 사실이 되거나 정치공작 차원의 조작이 된다.

‘검찰의 고발사주’와 ‘정치공작’ 의혹은 강대강으로 부딪혀 어느 쪽으로 결론 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고발사주 의혹에는 고발장 작성 주체를 가리키는 ‘손준성 보냄’(당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라는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수사가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 범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9월12일 오후 SBS ‘8뉴스’ 인터뷰에서 꺼낸 발언이 논란이다. 사진=SBS 8뉴스 화면
▲ 범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9월12일 오후 SBS ‘8뉴스’ 인터뷰에서 꺼낸 발언이 논란이다. 사진=SBS 8뉴스 화면

문제는 정치공작 의혹 프레임이 일부 언론의 어설픈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이 오히려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박 원장이 조씨를 만난 사실이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정치공작 의혹을 입증할 수 없다. 이걸 뻔히 알면서도 언론이 두 사람의 만남을 부적절함 이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정치공작 의혹 프레임을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박 원장이 이번 의혹 제기에 개입했다거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공작’의 행태가 드러난다면 정치공작 의혹은 말 그대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뒤집는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남의 성격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이를 문제 삼는 건 신중해야 한다.

조씨가 SNS에 고급승용차 사진을 올렸다는 언론 보도는 가십에도 못 미치는 저열한 뉴스다. 조씨가 1억원이 넘는 승용차 사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라고 보도하거나 아파트 인테리어 작업 사진을 보도하는 것이 쟁점이 되고 있는 의혹 및 제보 신빙성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 정치공작을 한 대가가 존재한다는 걸 암시하는 취지라면 무책임한 보도의 전형이다. 어떤 맥락도 담겨있지 않을 뿐더러 보도에 메신저를 깎아내리는 악의가 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

최근 조씨가 응한 인터뷰 내용을 다각적으로 검증하고 신빙성을 따지는 것이야 충분히 언론 영역에 있지만 개인 사생활 공간이기도 한 SNS 사진 몇 장을 보도하는 건 한심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언론이 입증하지 못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프레임화하는 것은 정파적 보도의 대표적 행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승을 부릴 정파적 보도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라도 이번 의혹 보도를 계기로 언론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지난 9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지난 9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인터넷매체를 폄훼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발언도 잘못된 언론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후보가 말한 “국민들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과 “어디 인터넷매체”는 똑같이 자유롭게 보도할 권리를 가진 매체라는 인식이 없다면 향후 그가 청와대에 입성한다고 해도 언론과의 소통은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무엇보다 ‘인터넷 매체는 정치공작과 가깝다’는 그의 왜곡된 인식이 드러났다는 게 논란의 본질이다. 윤 후보가 이번 발언의 심각성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우려한다. 윤 후보는 논란 이후 시대착오적 발언이라는 지적에 “메이저 언론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인터넷 매체를 공작에 동원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고 답했다.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를 하는 언론은 정치공작의 도구라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른바 ‘정치공작’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매체를 폄훼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윤 후보의 언론관은 한참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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