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8일 열린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기자회견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8일 김웅 의원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 때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여권 인사 3명이 포함된 고발장과 증거 자료를 넘겨 받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에 전했다는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메신저 대화 캡처) 보도가 사실이면 정황상 내가 전달했겠지만 조작됐을 수도 있다”고 불분명하게 말했다. 

김 의원은 기존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의혹이 제기된 두 건의 고발장 가운데 4월 8일 작성됐다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을 가리켜 “내가 작성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2일만 해도 “초안을 내가 잡았다”고 했다가 이를 뒤엎은 것이다.

▲ 9일 종합일간지 1면 기사 모음
▲ 9일 종합일간지 1면 기사 모음

조중동도 “맹탕” “의혹만 키워” 혹평

이날 기자회견에 언론은 한 목소리로 비판적 의견을 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이렇게 중요한 일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들다”며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도 아니고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그간 오락가락한 해명과 무책임한 회견 모두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 기자회견을 다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사
▲ 김웅 국민의힘 의원 기자회견을 다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사

보수언론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김웅, 맹탕 회견 ‘기억나지 않는다... 확인할 방법 없다’” 기사를 통해 ‘맹탕’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진위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을 반복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또 ‘기억 안난다’만 되풀이한 김웅” 기사를 통해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떠오른 김 의원이 이날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도 사건의 전말에 대해 모호한 설명을 하면서 의혹만 키운다는 지적”을 전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 혼란만 키웠다”며 “오락가락 말을 바꿔오던 태도 그대로여서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규명 방식엔 ‘이견’

다만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에는 언론사 성향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사설을 통해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이제 의혹 규명은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대검 감찰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강제성 없는 감찰은 한계가 뚜렷하다. 증거 인멸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강제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공수처도 검찰도 좋다. 수사당국은 이제 증거물 압수수색이 가능한 강제수사로 시급히 전환해 진상규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조중동 가운데는 중앙일보만 관련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현재 감찰을 맡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은 친정부 인사여서 공정하게 밝히기 어렵다는 반응이 검찰 내부에서도 나왔다”며 “(검찰은) 중립적 인사와 체계를 꾸려 진상을 조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강제수사를 촉구한 반면 중앙일보는 검찰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도 ‘강제 수사’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검 감찰에 대해 한겨레가 실효성 측면에서 감찰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반면 중앙일보는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온도 차이가 있다.

윤석열 ‘분노’의 기자회견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현직 시절 고발 사주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에 나섰다. 윤석열 전 총장은 “출처와 작성자가 없는 소위 괴문서”로 규정하고 “제가 그렇게 무섭나. 나를 국회로 불러 달라”고 했다. 그는 “정치 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제대로 좀 하라”며 “인터넷매체 말고 우리 국민들이 다 아는 메이저언론을 통해서 하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갈무리
▲ 한겨레 기사 갈무리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격앙’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1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기사 제목으로 ‘격앙’을 뽑았다. 한겨레 역시 관련 기사 제목을 “윤석열 ‘괴문서, 공작, 선동, 국민 혼돈...’ 회견 내내 격앙”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날 격정적인 기자회견에 대해 한겨레는 “돌발악재가 경선 국면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역시 “파장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자 직접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겨레 ‘미래통합당 공식개입 정황’ 보도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뉴스버스의 단독 보도에 이어 다른 언론사들이 후속 취재를 통해 단독 보도를 내며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한겨레는 “3개의 판박이 ‘최강욱 고발장’ 당 공식조직 개입정황 나왔다” 기사를 통해 당 차원의 개입 정황을 보도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을 작성할 당시, 참고용 ‘초안’을 전달한 이는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실장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초안은 지난해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총선의 미래통합당 후보)이 대검찰청 간부한테서 받아 당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과 판박이였다”고 밝혔다. 당의 공식 조직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한겨레는 “당에서 초안을 건넸다는 사실에 이어 당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당직자가 초안 전달자로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고발 사주 의혹 연루에 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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