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대상 영업장소 앞에서 허위사실을 포함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유포하는 집회·시위가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이자 영업방해”라며 금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고홍석)는 7일 성소수자 전용 A 수면방 운영자가 유튜버 염아무개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A 수면방 반경 50m에 접근하거나 집회·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염씨가 A 수면방을 ‘코로나19 확산 진원지’ ‘에이즈 공장’ ‘성매매 업소’ ‘동성애 업소’ ‘SM 업소’ 등으로 칭하며 온·오프라인으로 유포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성소수자 혐오성 종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염씨는 지난 5월부터 서울 서초구의 A 수면방 앞에서 폐업을 주장하며 집회와 시위를 주도해왔다. 염씨는 A 수면방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유튜브 중계로 누리꾼들에 신고를 독려했다. 염씨는 집회와 유튜브에서 “강남의 동성애 수면방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코로나가 전국민에 대확산됐다”고 했다. A 수면방이 “불법 성매매 업소”이자 “에이즈 공장”, “가학·피학적 동성애 성업소”라고도 주장했다.

▲무지개. 사진=pixabay
▲무지개. 사진=pixabay

그러나 수면방이 방역당국으로부터 감염 전파 장소로 지목된 적은 없다. A 수면방은 남성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휴게·만남 장소를 제공하는 영업장소로, 염씨 등 신고로 경찰과 구청 측이 하루 수차례 점검했지만 ‘성매매’로 단속된 적도 없다.

수면방에 대한 극우단체의 주목은 지난해 당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발표와 뒤이은 성소수자 혐오 보도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강남구청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당시 재난문자를 통해 확진자 동선 가운데 하나로 Z 수면방 상호를 공개했다. 이후 언론의 집단감염과 성소수자를 연결시키는 사실과 다른 보도들이 쏟아졌다. 국민일보는 “‘결국 터졌다’… 동성애자 제일 우려하던 ‘찜방’서 확진자 나와” 보도로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를 받고 내부 자성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염씨는 서울 강남구 Z 수면방 앞에서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다가 Z 수면방이 실제 휴업하자 A 수면방으로 표적을 옮겼다.

재판부는 염씨의 온·오프라인상 이들 발언에 “허위 혹은 채권자 업소의 성격을 특정 방향으로 부각시킨 과장된 표현으로 보이고, 설령 그 표현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표현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해당 업소의 업주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시키고, 명예를 훼손하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법리로 “명예는 생명, 신체와 함께 매우 중대한 보호법익이고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은 물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배타성을 가지는 권리”라며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할 것이지만, 이 같은 헌법상의 기본권도 타인의 명예 또는 신용이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염씨가 이 사건 집회로 A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영업방해한 것으로 보이고, 현수막 내용은 해당 업소의 업주인 채권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임이 소명된다”며 “설령 집회신고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그 집회가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넘어 A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방해하는 행위로 그 방법과 태양에서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염씨가 판결을 따르지 않을 시 금전적 책임을 지우는 이행강제 신청은 기각했다. 또 기존의 허위사실이 포함된 혐오성 게시글을 삭제하라는 내용의 신청도 기각했다. 게시물 전체 내용 가운데 일부만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법원 판결에도 경찰은 문제의 내용을 주장하는 집회에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통화에서 “개인과 개인 사이에 나온 판결이므로 강제력을 동원하기 어렵다”며 “다만 감염병예방법을 준수하는지 살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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