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부동산 등 재테크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경제지 구독이 크게 늘었고, 특히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뜻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은 이런 현상 속에서 과연 경제지를 보면 경제를 제대로 알 수 있는가, 경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경제지들이 알리지 않거나 혹은 알리지 못한 우리 사회 이야기를 MZ세대 관점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나눠볼 예정이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을 도와주세요.” 기후위기 문제를 접할 때 자주 보는 문구와 영상입니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북극이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삶과 거리는 멀어 보입니다. 당장 우리에게 닥칠 일처럼 보이지 않죠. 그래서 올 여름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마음껏 틀어 시원하게 보내고, 주말에는 배달 앱으로 편리하게 음식을 시켜 먹어 한가득 일회용품을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6회는 폭염으로 어느 때보다 더웠던 2021년 여름을 돌아보며 경제지가 말하지 않는 ‘기후위기’를 다룹니다.

이대로 가면 2040년 지구생태계 끝장날 수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21년 7월은 세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었다고 합니다. 릭 스핀래드 NOAA 대변인은 “이번 신기록은 지구촌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세계적인 이상고온 현상으로 올해 우리나라에선 양배추와 옥수수 등 농작물이 수확을 앞두고 열매가 썩거나 알갱이가 마르는 현상이 나타났고, 양식장에서도 부쩍 높아진 수온에 물고기 폐사가 잇따랐습니다. 5월 이후 온열질환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배 늘어났고, 신고된 온열질환자만 1,212명에 달했습니다.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18명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많기도 했습니다.

▲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6회 화면 갈무리.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6회 화면 갈무리.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기후위기 심각성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기후변화에 관련된 중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8월5일 우리나라 정부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제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기후변화를 논의하는 UN 회원국 정부간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8월9일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6)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09°C 상승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410ppm)가 200만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합니다. 기상이변 현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인간 활동이 원인이라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수록 지구 온도는 오르고, 온도가 오르면 기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기후도 더욱 나빠지게 될 것은 자명한데요.

IPCC는 탄소배출량에 △인구통계 △경제 및 생활양식 △기술 발달 등 사회·경제적 변수까지 반영한 5가지(최저·저배출·중배출·고배출·최고배출) 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로 미래를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탄소 배출을 어떻게든 줄이더라도 204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상승할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즉,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이대로 지지부진할 경우 앞으로 20년, 늦어도 2040년 전 지구 생태계가 끝장난다는 충격적인 경고를 하고 있는데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제지, 정쟁수단 또는 산업계 편들기에 기후위기 이용

“이번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라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당장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에 대해 언론, 그중에서도 경제지는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요. 우선, 8월5일 2050탄소중립위원회 시나리오 초안 발표 후 8월9일까지 나온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 보도 20건을 살펴봤습니다.

서울경제 <원전 없는 ‘탄소중립’ 불가능한데 왜 그리 집착하나>(8월6일)는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며,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재생에너지 개발 집착은 장기 집권을 위한 ‘에너지권력 교체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 <“80% 줄여라” 기업 쥐어짜는 탄소중립>(8월6일)는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이 불분명하고, 목표만 높다며 기업에 희생을 강요하고 일자리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자 이를 “원전 활용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용한 서울경제 사설
▲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자 이를 “원전 활용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용한 서울경제 사설

이번에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3개 중 2개는 넷제로(배출원이 배출한 탄소량만큼 흡수원이 다시 흡수하도록 해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를 목표로 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었는데요. 환경·기후단체가 비판 성명을 잇따라 냈던 만큼 언론의 구체적인 검토와 정보 제공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지는 정부 탈원전정책 반대를 위한 재생에너지정책 깎아내리기나 산업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데 불과했습니다.

IPCC가 8월 9일 6차 평가보고서 전반부를 공개한 이후도 마찬가지입니다. 8월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는 관련해 8건 지면 보도를 냈습니다. 개중 1건만 보도한 한국경제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脫탄소’ 나선 美 전력사들… SMR에 꽂혔다>(8월12일)는 미국 전력회사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소형모듈원전 사업에 눈을 돌렸다는 원전산업 이야기를 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매일경제는 3건, 서울경제는 4건으로 한국경제보다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보도한 듯합니다. 하지만 매일경제 <12년 더 빨라진 기후재앙, 원전 없이는 대응 못 한다>, 서울경제 <“원전, 태양광보다 탄소 배출량 적어”> 모두 또다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정쟁화 수단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이용했습니다.

▲ 올여름 전력 수요 문제를 두고 꾸준하게 ‘탈원전’을 이유로 지적해온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 올여름 전력 수요 문제를 두고 꾸준하게 ‘탈원전’을 이유로 지적해온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이뿐만이 아닙니다. 경제지들은 폭염으로 전력위기 발생을 우려하던 시기에는 ‘전력위기 상황은 모두 탈원전 때문’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 변화에 관해선 ‘대기업이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다’는 찬양 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경제성·온실가스 감축, 원전이 뛰어나다?

이런 경제지 보도에 선뜻 맞다고 동조할 수 없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경제지 ‘탈원전 반대’ 기사를 보면 모든 원전이 당장 중단될 것처럼 보도됐지만,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 기조 그대로 간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원전이 멈추는 시기는 2084년입니다. 2024년 준공 예정인 신고리 5·6호기를 마지막으로 원전을 더 짓지 않기로 했지만, 수명이 60년 넘은 원전의 경우 단계적 철폐를 하기 때문입니다.

▲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6회 화면 갈무리(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참고).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6회 화면 갈무리(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참고).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즉, 경제지는 2084년까지 재생에너지와 공동으로 활약해야 할 원전이 다른 에너지원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맺을지, 산업과 노동 전환을 어떻게 이룰지 고민은 없이 ‘무조건 탈원전 반대’와 같이 소모적 논쟁만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원전만이 대안이라는 태도도 납득하긴 어렵습니다. 첫째, 원전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위험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주장입니다. 지난 7월12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발전원별 발전단가 추산치를 새로 발표했습니다. 원전 발전단가는 안전대책 비용과 폐로 비용을 산입하니 2030년엔 11엔 후반대로 가격이 상승했지만, 사업용 태양광 발전 단가는 보급 확대와 기술발전에 힘입어 8엔에서 11엔대로 낮아져 원자력을 제치고 가장 저렴한 전력원이 될 것이라는 게 골자입니다.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원자력 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에서도 비용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전 발전비용을 계산할 때 △중대사고 발생 우려 △사용후핵연료처분장 및 고압송전선로 입지, 안전규제 수준 △미래세대 국토이용 제한과 같은 사회적 갈등 유발 비용 등이 발전원가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걸 고려하면, ‘경제성이 제일 좋다’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되는 거죠.

둘째, 원자력 발전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비교해본다면 그 효과성이 떨어집니다. 2020년 영국 서섹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에너지>에 논문을 실으며 재생에너지가 원자력 발전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7배 강력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밝혔습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원자력 발전 증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의미 있게 감소하는 경향은 관찰되지 않은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는 모든 국가에서 전체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원자력 발전보다 신재생에너지를 향하는 세계적 추세는 이런 종합적인 이유 때문일 겁니다.

“언론인으로서 대중이 스스로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을 알리는 게 우리의 책무다.” TBS와 인터뷰한 <더 네이션> 환경저널리스트 마크 헤르츠가드는 오랜 세월 언론은 과학보다 정치적 관점에서 기후 관련 보도를 다뤘으며 대중은 자극적 보도만 접할 수 있었고, 정확한 과학적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경제지에서 ‘우리는 기후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찾아볼 수 없던 이유도 여기 있을 겁니다.

기후위기는 진보·보수를 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권과 산업, 생존을 위한 문제입니다. 언론은 지금의 기후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 보도를 그만하고, 우리와 미래세대의 안전한 삶을 위한 보도로 나아가야 기후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 6회 "기후위기 ‘인간책임’인데, 경제지는 ‘탈원전정책’ 탓"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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