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의 게이머들이라면 무척이나 기뻐할 소식이 정부로부터 들려왔다.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재 청소년보호법으로 규정된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한 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 제도, 속칭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의 폐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 지난 8월25일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것이다. 해당 법안이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10년만에 해당 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많은 게이머들이나 게임산업 관계자, 또는 문화 운동이나 청소년 운동의 활동가들이 지적하던 대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분명 문제투성이인 제도였다.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의 접속을 제한한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필요로 한다. 해당 이용자가 ‘만 16세’임을 입증하기 위한 연령 인증 제도의 구현과 그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 0시에 맞춰 해당 이용자만의 접속을 안정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기술의 개발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동시에 해당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던 명목이었던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강제적 셧다운제 제도가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당시에도 학원이나 과외 등 입시 준비로 인해 귀가 시간이 늦어진다는 점을 간과하는 지적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한국보다 시장이 더 크거나 비슷한 수준의 경제 규모나 사회 수준을 지닌 국가에서 이러한 제도를 시행한 전례가 없다는 것도 비판 중 하나였다.

이러한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은 2011년 4월 최종적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그 해 11월 시행되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나 2021년 8월이 되어 폐지를 시사하는 발언이 정부로부터 흘러나왔다. 정부 여당이 과반수의 의석을 지니고 있음을 생각하면 큰 예외적 사건이 있지 않은 이상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는 문제 없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 게이머들이나 게임 업계는 자신들을 옥죄던 제도가 사라지는 것에 축배를 들면 끝나는 것인가. 그러나 셧다운제가 2011년 최종적을 본회의의 문턱을 통과할 때, 그리고 2021년 제도의 공언을 고할 때까지의 과정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이러한 문제적 상황은 언제든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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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가 처음 여론에 등장했던 2004년으로 돌아가보자. 현재도 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 존속 중인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당시 한국청소년마을, 진보적 성향의 기독교 운동 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과 함께 2004년 10월 ‘청소년 수면권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 포럼’을 개최하며 셧다운제 도입의 필요성을 민관이 합동으로 제시한다. (관련기사 : 아이뉴스24: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도입 추진…청소년 단체) 당시 포럼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알다시피, 청소년보호위원회를 비롯해 해당 포럼에 참여한 단체들은 이전에도 ‘0교시’나 ‘야간자율학습’ 폐지 운동에도 공동으로 나선 바가 있다. 물론 이들 기관과 단체들은 당시는 물론 현재에도 청소년 당사자의 참여 대신, 어른의 입장에서 청소년의 이야기를 논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한 곳이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주류적이나 제도권 내의 입장에서 청소년 운동을 하던 단체들이 이러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결코 쉽게 넘길 수는 없는 문제였다.

동시에 이러한 움직임은 2000년대 중반에도 이미 형성된 한국 게임계에 대한 어떤 불신이 가져온 산물이기도 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개최한 2004년 10월의 포럼 이후, 같은 해 12월에는 ‘안전한 온라인을 위한 민간 네트워크’(이하 안전넷)라는 단체에서 NC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 2’의 운영을 비판하는 성명과 함께, 대책 중 하나로 ‘셧디운제’를 언급하게 된다. (관련기사 : 아이뉴스24: ‘리니지2’ 19세미만 이용금지 촉구… 52개 시민단체) 기본적으로 이 성명은 ‘리니지2’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현, 방송통심심의위원회)가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린 만큼 이를 철저하게 이행하여 청소년의 접근을 확실하게 제한하라는 의미의 성명이었지만, 동시에 이들 단체는 게임의 ‘폭력성’의 문제와 함께 ‘아이템 현금 거래, 과도한 결제’가 청소년을 망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즉, 어떤 의미로는 한국 게임업계가 2000년대 큰 폭으로 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는 책임감 있는 자세로 나서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선언이기도 했다.

물론 게임 업계로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무척이나 불편해하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한국은 1990년대 헌법재판소로부터 여러 차례의 사전 심의 위헌 판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등급 분류’가 정보 제공의 의미로서 기능하기 보다는 정부가 세운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뤄지는 ‘검열’로 기능했던 역사가 있었다. 어느 나라나 문화 매체의 창작자들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손을 대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독재 정권을 거치며 불합리하게 진행되었던 정부의 강제적 검열 제도가 폐지된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 한국에서는 문화 매체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은 곧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와 같은 의미로 정의되며, 무척이나 첨예한 논란이 되기도 쉬웠다.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한 단체들은 이후로 2009년 셧다운제가 논의되기 전까지 일관적으로 “업계의 발목을 잡는 시도를 반대한다”는 반응을 계속 해서 보이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계는 게임에 대한 법적 통제의 시도를 반대하면서도 당시부터 존재하던 게임 영역의 고질적 한계에 대한 지적은 방기하는 동시에, 딱히 이미지를 전환하려는 노력도 없었다는 점이다. 초고속 인터넷의 본격적인 도입과 함께 PC 패키지 게임 시장의 부진을 뚫고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게임 업계는 자신들에게 제기되는 사회적 책임 의무에 대한 요구를 모두 ‘게임계에 대한 몰이해’로 규정하며 방기하기에 바빴다. 온라인 게임에 과몰입하는 문제를 단순히 통제로서 막겠다는 시도도 안이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전의 ‘정액제’ 중심의 온라인 게임 환경이 200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부분 유료화’라는 이름으로 본격적 현금 결제 아이템 도입을 통한 수익 창출로 변하는 상황에서 앞서 ‘안전넷’의 지적처럼, 게임에 대한 지나친 과몰입이 단순한 과몰입을 넘어 직접적 금전 피해로도 번질 수 있는 측면이 존재했다. 어떤 식으로든 게임계는 반대의 움직임을 마주보고 소통을 진행해야 했지만, 대면을 거부하는 사이에 시간은 하릴없이 흘러갔다.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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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진행하지 않는 사이, 셧다운제의 도입을 추진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정책 도입에 대한 근거를 구축하고 여론에 서서히 확신시키기 시작한다. 2005년 9월 28일 KBS ‘추적 60분’의 ‘죽음의 덫, 게임 중독’ 편은 이러한 작업의 초석과도 같은 에피소드였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제작진들은 장시간의 온라인 게임으로 인해 사망이나 심각한 수준의 중증 질환에 걸린 사례를 언급하는 동시에, 게임계가 당시 제시한 ‘시간 제한 서비스’나 ‘장시간 게임 이용에 대한 경고 문구’는 효과가 없다는 메시지를 담아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방송했다. 물론 이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든 이유가 단순히 게임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게임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있었는지를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 역시 명백한 에피소드였다. 그러나 게임계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조치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소극적으로 자율 규제를 시행하거나, 인터뷰 등을 통해서 게임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는 이야기 이상으로 자신들이 제작하고 유통하는 게임이 현재 어떠한 상황이며,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이나 움직임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후 2009년까지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한국 게임계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북미 등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동시에 유료 아이템 판매를 통한 BM(Business Model, 수익 체계) 모델을 구축함으로서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이와 함께 게임 과몰입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게임 업계의 책임성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함께 늘어간다. 그 사이 불발로 끝나기는 했지만, 몇몇 국회의원들은 셧다운제가 담긴 법안을 추진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두터운 방벽이라도 꾸준힌 보수가 없이 지속적인 공격에 노출되면 무너지듯, 게임계가 이렇다 할 응답이 없는 사이에 2004년부터 시작된 셧다운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은 어느새 국회 상임위의 문턱을 넘어 본회의의 문을 두드리는 단계가 도래했다. 이전까지 이러한 움직임을 방기하고 있던 게임계는 당황하여 급하게 움직임을 시작했고, 게이머들 상당수도 이 시점이 되야 ‘셧다운제’가 통과되기 바로 직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나 여성가족부가 법안 조정에 참여해 수정이 이뤄지긴 하였으나, 강제적 셧다운제 조항이 담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2011년 4월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로 한동안 게임 업계를 비롯한 문화 산업 전반은 ‘산업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움직임을 일으키게 된다. 이듬해인 2012년 9월 개정 시행된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아동 청소년이 아닌 이일지라도 ‘아동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음란물에 대해서도 ‘아동청소년음란물’로 처벌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인을 독자로 상정하는 매체의 자유로운 창작을 막는다는 것을 이유로 논란이 일었다. 다시 그 다음 해인 2013년에는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으나, 게임을 비롯해 알코올, 마약, 도박 등과 함께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대상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해서 관리를 가능하도록 하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상정되어 “게임이 위법한 중독물질이냐”며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

이러한 법안들은 충분한 논의 절차나, 법안과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대상들과 지속적인 논의 없이 문제적인 상황을 그저 법적인 차단 조치나 제한 규정으로 관리할 수 있다 여기는 안이함이 낳은 산물임은 분명하다. 허나 의아한 것은 상황이 이렇게 흐르기까지, 게임계를 비롯한 문화 산업 전반은 자신들을 옥죄는 시도에 대한 반발 이상으로 어떻게 자신들의 편을 확보하고, 이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탈바꿈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게임계는 2000년대 중반 이후로 보편화된 유료 아이템 거래를 통한 수익 모델이 아이템의 확률이 지나치게 게임사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올해 초에도 수차례의 게임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게이머들의 시위가 벌어지는 사건까지도 있었다. 게임계는 셧다운제 통과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주도로 부랴부랴 ‘게임문화재단’을 설치하여 뒤늦게나마 개선해 보려는 시도를 하긴 했었지만, 그나마도 근래까지는 본격적인 의제 제기나 장기적인 플랜이 진행되지 않았던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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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이런 상황에서 게이머들은 셧다운제도 싫지만, 제대로 자신들을 바꿀 생각도 하지 않는 게임계에 대한 반감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게 되었다. 동시에 2010년대 중반은 게임계에 고질적으로 존재했던 살인적인 수준의 노동 강도가 여러 차례의 사망 사건으로 수면 위에 등장했던 시기였으며, 심지어는 넥슨 사의 게임 ‘클로저스’에 출연한 여성 성우가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이유로 무수한 게이머들이 해당 성우와 게임사를 공격해 강제로 하차하게 만들고 이후로도 꾸준히 페미니즘과 연루를 맺었다는 것을 명목으로 줄기찬 혐오적 공격이 이어지고, 게임계는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던 일까지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게임계는 구체적인 변화의 계획은커녕, 적극적인 반성의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게임에 대한 문제적인 접근도 문제지만, 역설적으로 게임계 자신도 좀처럼 변화할 수 없는 상황이 10년 내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정부 스스로 셧다운제를 폐지를 선언했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셧다운제 폐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한국 게임계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관리하는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였다. 해외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게임에도 셧다운제는 적용되지만, 해외 게임은 셧다운제에 맞게 서버나 운영 체계를 재설계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이유로 청소년의 게임 가입이나 이용을 완전히 차단하는 식으로 한국 서비스를 운영하는 일이 잦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해당 회사에서 관리하는 ‘마인크래프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와중에 ‘마인크래프트’의 초창기 버전인 ‘자바 에디션’ 정도만이 운좋게도 관리의 구멍이 생기며, 다른 에디션에서는 청소년의 가입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버전이 되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 마이크로스프트는 ‘자바 에디션’의 관리를 재정비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과정에서 6월 이후로 ‘자바 에디션’의 청소년 이용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별도의 방법을 써서 해외로 계정을 우회하는 등의 편법을 쓰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청소년이 공식적으로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허나 ‘마인크래프트’는 2021년 현재 ‘로블록스’와 더불어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즐기는 스테디셀러 게임이었고, 이러한 조치는 빠른 속도로 많은 이들의 반발을 사게 되었다. 동시에 셧다운제의 조항이 청소년보호법에 있고, 이에 따라 셧다운제 정책을 관리하는 부처가 ‘여성가족부’인 상황에서 지난 몇 년 사이 계속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잠식하고 있는 여성 혐오적 정서가 더더욱 빠르게 불만을 증폭시켰다. 이미 대선 정국이 다가온 상황에서 10대-20대의 표심을 잡겠다는 이유로 정치인들은 평소 게임에 대해서 별 발언이나 관심을 두지 않던 이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셧다운제 폐지가 정답이라는 입장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셧다운제는 공식적으로 폐지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속한 폐지의 과정은 무엇을 드러내었는가. 10년 간 게임 산업계는 다양한 형태로 셧다운제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완전히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지만, 게임 산업계가 자신들의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고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셧다운제에 대한 비판의 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었음을 드러낸다. 동시에 불만이 증폭하는 계기가 ‘마인크래프트의 청소년 이용 불가’로 터진 것은, 한국 게임이 양적으로 성장한 것과는 별개로 다양한 연령대, 특히 청소년에게 문화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로서 뻗지를 못했던 것을 반증하는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대선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2011년 셧다운제가 최종적으로 시행될 때와 마찬가지로 사라지는 모습은 게임을 비롯한 문화 영역, 나아가 한국의 정책이 전반적으로 정교한 접근 대신 번개불에 콩 구어먹듯 생겨났다 사라지기 쉽다는 점에서 여러 후유증을 안고 있는 변화라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어찌되었든 ‘강제적’ 셧다운제은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아직 본인 인증이 필요한 ‘선택적’ 셧다운제(자율적 게임시간 선택제)가 남아있긴 하나, 빠른 속도로 강제적 셧다운제를 없앤 움직임이 그러했듯 선택적 셧다운제의 존속에도 조금이라도 불만의 목소리가 퍼지면 바로 이 조항도 없앨 가능성도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한국 게임 앞에는 탄탄대로만 남은 것일까. 허나 여전히 한국 게임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은 작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는 한국 게임계의 노력보다는 현재의 논의 지반과 우연이 모두 겹쳐서 탄생한 갑작스러운 결과이다.

지반 없이 생긴 변화는 아무리 결과가 좋을지라도, 사라지고 파훼되는 것도 갑작스럽기 쉽다. 한국 게임은 앞으로 우연하게 쟁취한 ‘셧다운제 폐지’라는 결과를 얼마나 잘 지키며, 자신들의 문제점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인가. 셧다운제가 생겼다 사라지기 까지의 10년 간 게임계에 제기되었던 사회적 책임성 부재의 문제, 게임계 내부에 만연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소수자 혐오의 실태라는 역행적 움직임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셧다운제가 다시 돌아오는 역행의 가능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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