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MBC에 상급자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고발한 사건이 연이어 접수됐다. 모두 선배라는 위력을 이용해 하급자를 하대하고 모욕했다는 주장이다. 10개월 전 유사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처한 뒤에도 사건이 재발했단 점에서 회사의 조직 문화 개선 노력이 부족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언론노조 제주MBC지부는 지난 6월 방송기술국 직원들로부터 A 부장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했다. 노조를 찾은 직원들은 주로 폭언, 과도한 질책 등의 피해를 증언했다. 모욕과 비하가 섞인 질책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골자였다. 

방송기술국 내부에서 토로가 터져 나온 계기는 3년 차 ‘막내’ 직원의 이직이었다. 평소 A 부장의 막말과 과도한 질책에 힘들어하던 직원이 회사를 나가면서 그동안 누적된 피해 사례가 노조에 접수됐다. 노조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제주MBC는 내부 조사를 거쳐 최근 A 부장에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어 7월엔 B 보도국장의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졌다. 한 보도국 기자가 7월 회사를 그만두면서 B 국장의 모욕·비하 등 막말과 폭언 문제를 회사에 신고했다. 보도국의 ‘군기 잡기식’ 내부 관행도 피해 주장에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이 기자도 2019년 입사한 신입 직원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조사가 시작되자 또 다른 보도국 기자도 회사에 유사한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신고했다. 복수의 제주MBC 관계자에 따르면 두 기자 모두 수 년 간 B 국장으로부터 일상적으로 비하·막말을 들어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원을 찾아야 했다고 회사에 진술했다. 

두 기자는 ‘비합리적인 질책에 시달린다’고 노조에도 알렸다. 한 관계자 ㄱ씨는 “이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왜 잘못했는지, 왜 모욕·조롱을 당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고성, 질책이 쏟아지면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만 해야 했다”며 “책임을 질 잘못이 없어도 모욕 섞인 훈계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최근 ‘인사하는 목소리가 작다’ ‘어디 감히 국장한테 등을 보이며 퇴근하냐. 군대도 안 다녀왔냐’는 질책을 시작으로 사무실에서 15분 가량 서서 고성이 섞인 질책을 들었다. 

회사의 개선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일부 직원들이 이같은 문제를 이미 회사에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신고돼 내부 조사가 이뤄졌던 지난해 10월께다. 영상기자 3명이 오디오맨 등에게 폭언, 폭력 등을 가해 정직 3~6개월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보도국에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있다고 회사에 알렸으나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ㄱ씨는 “지난해 10월 중징계를 받은 영상기자 2명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같은 자리로 복귀했고, 다른 부서로 간 가해 기자 1명도 피해자들과 자주 마주치는 업무를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A 부장도 원래 부서로 돌아갔다. A 부장은 폭행 등 가혹행위도 고발됐는데 감봉 3개월에 그쳐 솜방망이란 비판도 있었다”고 전했다. 

제주MBC가 최근 1년 간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총 3건이다. 영상취재, 방송기술, 보도국 등 각각 다른 부서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파견직 오디오맨이나 신입 직원 등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피해자다. 또 다른 직원 ㄴ씨는 신고 빈도가 높은 배경으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조직 문화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명히 나왔으나 간부, 책임자 자리의 선배 직원들이 간과해왔다”고 지적했다. 

제주MBC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사건 이후 노조는 회사에 지속적으로 재발방지 노력을 요구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회사가 노력을 다한 건 사실”이라며 “이번에도 철저히 원칙과 절차에 따라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 제주MBC 직원은 “다른 회사보다 실태가 심각해서가 아니라, 조직이 건강하기 때문에 문제를 은폐하지 않아 문제제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제주MBC 사측 관계자는 26일 직장 내 괴롭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회사 내에 그런 문제는 없고, 관련해 따로 입장을 밝힐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 부장은 28일 “후배 사원들의 진술 내용은 최근에 있었던 내용이 아닌 2010년도 이전과, 2015년 경에 있었던 과거의 단편적인 일들임을 분명히 한다”며 “물론 상황에 따라 서운함이 있었을 것임을 인정하며, 피해 호소 후배들에게는 이미 여러차례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님을 밝히며, 또한 막내사원의 이직 관련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론을 보내왔다. 

A 부장은 또 “방송기술 업무 분야는 특성상 도제(徒弟) 형태의 업무 숙련 문화가 있었던 게 사실이고,  본인도 이런 문화 속에서 업무를 전수받아왔다. 기술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엘리트 코스처럼 부드럽고 순탄치만은 않았다”면서 “안타깝지만 지금 이러한 진통을 겪은 후에 조직문화가 긍적적으로 갱신(更新)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현재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인 B 국장은 “피해자들의 피해 신고 내용에 대해서는 업무상 적정범위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회사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충분히 소명하고 있다”며 “일부 피해진술 내용들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며 ‘비합리적’, ‘모욕적’, ‘일상적 비하’, ‘막말’ 주장은 자의적 해석이고,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론했다. 또 “전후 상황 등 종합적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고, 예민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이며 다각적인 조사 작업 중에 있는 사안을 섣불리 예단하고, 공표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보완(반론 추가) : 29일 오후 1시35분]


‘제주MBC B 보도국장’ 관련 알림 및 반론보도

지난 9월1일자 본지 사회면(8월28일자 인터넷 미디어오늘 사회섹션) <1년 새 ‘직장 내 괴롭힘’ 신고만 3건… 제주MBC에 무슨 일이> 제하의 기사 중 제주MBC B 보도국장의 직장 내 괴롭힘 논란과 관련해, 제주MBC는 고용노동청 지도에 따라 재조사한 후 지난 10월 말 B 국장에 대한 신고내용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고용노동청에 보고했고, 고용노동청도 12월 말 B 국장에 대한 진정내용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행정종결한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해당 B 국장은 “신고인들의 확정되지 않은 피해 주장을 마치 사실인양 일방적으로 보도하여 명예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라며 본지에 유감을 표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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