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던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닷새 미뤄졌다. 언론중재법 소식이 연일 조간 1면과 사설에 오르는 가운데 26일 신문은 논조를 막론하고 1면과 사설에 직접적 표현으로 민주당의 “나홀로 폭주”를 비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법안에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일부 신문은 민주당이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 대응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26일 동아일보 1면
▲26일 동아일보 1면
▲26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26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연일 1면 오른 언론중재법, 도마 오른 송영길 발언

여야는 오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어제 합의했다.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지 만 하루가 되기 전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게 국회법 절차에 어긋난다는 국민의힘 지적에 따라서다. 앞서 민주당은 25일 새벽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아침신문들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직접적인 표현을 써 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을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도입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폭주’를 끝내 멈추지 않았다”고 쓴 뒤 “민주당이 강경하고 국민의힘·정의당은 무력한 상황에서 언론개혁을 빙자한 ‘언론에 재갈 물리기’를 닷새 안에 중단시킬 방법은 없다”고 했다.

▲26일 동아일보 4면
▲26일 동아일보 4면
▲26일 한국일보 1면
▲26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은 허위 사실을 말해서 100만 원 이상 벌금을 받으면 의원직이 날아가는데, 왜 언론만 특혜를 받느냐”고 한 데에 “송 대표의 발언 자체도 팩트가 아니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국회의원직 상실은 해당 발언이 선거 당락을 목적으로 할 때에 한해서다. 의원들의 허위 사실 표명은 헌법상 면책 특권을 통해 광범위하게 보호받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은 특히 진보진영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 대응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무슨 허위·조작 뉴스를 보도하는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냐’고 했다. 하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원 판결이나 학계 논의와는 거리가 있는 인식”이라며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100% 확실한 사실이 아니면 입을 다물라’고 할 순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해왔다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1면
▲26일 경향신문 1면
▲26일 세계일보 3면
▲26일 세계일보 3면

서울신문은 민주당 소속 법사위 위원들이 심지어 독소조항을 더 강화해 단독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사설에서 “자의적 해석을 우려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정되는 허위 보도’ 관련 조항에서 그마저도 ‘명백한 고의 중과실 추정’의 ‘명백한’을 삭제했고, ‘허위·조작 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에서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도 삭제했다”며 “언론의 자유를 더 광범위하게 억압할 수 있도록 추가로 개악한 것”이라고 평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와 9개 지면에 올랐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5일 SNS를 통해 “이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우리가 민주당으로서 지켜왔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라면서 “4·7재보선에서 질타를 받았던 오만과 독선의 프레임이 부활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변호사로 활동했던 초선 오기형 의원과 박용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유인태 전 의원도 우려 목소리를 냈다.

신문들은 외신과 비영리 언론·인권단체들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 요구도 보도했다. 국경없는기자회와 영국에 기반을 둔 아티클19이 ‘허위·조작보도’ 개념의 모호성 등을 들며 법안 부결·철회를 요구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등은 일본 진보 성향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이 25일 사설 ‘한국의 법 개정, 언론 압박 허용되지 않는다’을 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26일 조선일보 사설
▲26일 조선일보 사설

송영길 대표가 국경없는기자회의 입장에 “뭣도 모르니까”라고 반박한 점도 비판을 샀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발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단체는 36년째 투옥된 언론인들을 변호하고 언론자유를 신장시키며 세계 언론자유지수도 발표하는 공신력과 권위를 갖고 있는 곳”이라며 “언론중재법은 기자·PD들과 언론사, 보수·진보 정당·언론, 언론자유를 위해 싸워온 원로들까지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로 “(국경없는기자회는) 여당대표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대표 눈에는 한국의 법학자, 언론학자들도 ‘뭣도 모르는’ 사람들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이 모호하면 권력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그 모호함을 적극 이용한다”고 했다.

▲26일 중앙일보 1면 사설
▲26일 중앙일보 1면 사설

중앙일보는 1면에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이런 법안이 예전에도 있었다면 태블릿PC 보도가 가능했겠는가. 최순실씨가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들어 거액의 손배소를 제기했다면 말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윤미향 의원, 그 가족들이 인격권을 내세워 기사 열람 차단을 요구했다면 그들의 ‘내로남불’ 세계가 드러났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징벌법 날치기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최종 책임은 고스란히 문 대통령의 몫”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이제라도 자유언론실천재단의 원로들을 비롯한 언론유관단체들과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는 조항들을 바로잡고 허위·조작보도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 구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6일 한겨레 사설
▲26일 한겨레 사설

윤희숙 사퇴가 남긴 파장 “신선” “무책임”

윤희숙 국민의힘이 25일 대선 불출마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데에 신문들 해석이 엇갈렸다. 윤 의원은 부친이 세종시에 산 농지에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례적인 사퇴 선언에 여러 신문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투기 의혹이 있다고 한 여야 의원 25명 중 사퇴를 선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다. 경향신문은 “윤 의원의 사퇴는 작금의 정치권의 도덕적 수준과 행태에 비교하면 판이”하다며 “어떤 정치적 계산이 있는지 몰라도 일단 신선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논설위원 칼럼 ‘지평선’에서 “‘나는 임차인이다’라는 국회 연설과 맞물려 ‘내로남불’ 지적을 받아다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4면
▲26일 경향신문 4면
▲26일 경향신문 사설
▲26일 경향신문 사설
▲26일 서울신문 5면
▲26일 서울신문 5면

보수신문들은 윤 의원을 칭찬하는 사설과 칼럼을 냈다. 조선일보는 정치면에선 “책임있는 정치란 무엇인가… 윤희숙, 의원 사퇴로 답하다” 제목의 기사를 내고 사설에선 “정권의 일상적인 내로남불 행태로 국민의 정치 염증이 큰 상황에서 윤 의원의 ‘염치와 상식’은 더 눈에 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부통산 투기 의원들 부끄럽게 한 윤희숙의 사퇴”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윤 의원이 “(국민이) 정치인을 평가할 때 도덕성, 자질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초선 의원이 던진 화두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26일 조선일보 1면
▲26일 조선일보 1면
▲26일 조선일보 사설
▲26일 조선일보 사설

일부 신문은 기사 면에서 “무책임하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선언에 냉소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의 부친 문제가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지기 전에 발빠르게 움직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라며 “윤 의원 부친 대신 현지 주민이 벼농사를 지으며 매년 쌀 7가마니를 지불했고, 윤 의원 부친이 권익위 현지 조사 때만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로 주소지를 옮겼다는 사실도 조사 결과 확인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원직 사퇴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시하며, 내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등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 또한 제기된다”며 “국회의원 사퇴는 국회법상 회기 중에는 무기명 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회기 중이 아닐 때는 국회의장 허가에 따른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손혜원·민병두 의원 등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마지막까지 임기를 지켰다”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4면
▲26일 경향신문 4면
▲26일 한국일보 6면
▲26일 한국일보 6면

한국일보는 “귀농 목적으로 부친이 사들인 땅이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에 인접한 개발호재 지역”이라며 “더욱이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현장 실사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았는데 윤 의원의 KDI 근무 시기와 겹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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