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의 출입증 신청 거부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재판부가 서울고법 측에 ‘특정 매체의 출입 신청을 거부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20일 오전 열린 이 사건 1차 변론기일에서 “‘더팩트’나 ‘뉴스핌’ 등은 들어올(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왜 미디어오늘은 거부가 됐는지”를 물으며 “거부 내용이 담긴 통지서엔 그 이유가 나와 있지 않은데, 원고(미디어오늘) 신청이 거부된 이유가 무엇인지가 이 사건 핵심이다. 적절한 답변이 없다면 처분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언급된 ‘통지서’는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셜록 등 매체 3곳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신청에 지난 1월 서울고법이 거부 취지로 답한 공문이다. 서울고법은 “서울법원종합청사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 및 구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법원은 그 가입 여부와 구성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관련 사항은 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라”고 답했다. 3개 매체는 이를 ‘거부 처분’으로 보고, 법적 실체가 없는 ‘기자단’에 사실상 권한을 위임해 처분이 부당하다며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법원종합청사.

재판부는 ‘기자단에 문의하라’는 취지의 법원 답변도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기자단에서 자율적으로 정했으니, 기자단이 원고를 안 받아줘서 어쩔 수 없다’ 이런 답변이라면 용납이 안된다”며 “공(公)물의 사용권을 사전에 사(私)인들한테 맡긴 것처럼 되기에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피고가) 명확하게 합리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지난 11일 원고 측이 구석명 신청을 내자 피고에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다. 석명권은 소송 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법리적·사실적 사항의 입증을 촉구하는 법원의 권한이다. 미디어오늘은 서울고법이 △기자단에 가입해야만 출입기자에 대한 표식을 부여하는지 △출입증 발급과 관련해 기자단 의견은 어떤 형식과 절차로 제시되는지 △기자단이 소속 언론사나 기자의 출입증 발급을 요청해 법원이 거절한 사례가 있는지 △새로운 기자단이 생기면 기존 기자단처럼 출입증 발급 및 기자실 사용을 허가해주는지 등 16개 사항을 물었다.

△기자단 가입 외에 법원으로부터 출입증을 발급받고 기자실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기자단 매체의 출입 기자가 바뀌거나 법원 출입 기자가 이직할 경우 각각 어떻게 출입증을 재발급하는지 △2020년에 더팩트, 뉴스핌 등의 기자에게 출입증을 발급해줬다고 하는데 당시 기자단이 제출한 의견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위 답변을 오는 9월 24일까지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서울고법에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양측에 ‘공물관리권’과 관련된 법리에 입각해 주장을 다시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양 측이 소장과 답변서에서 ‘행정법상 특허’ 관련 판례로 다투자, 이 사건은 특정인에게 행정 재산을 사용케 하는 특허 개념이 아닌 공물관리권에 있다고 방향성을 제시해준 것.

재판장은 “기자실 경우 돈을 받고 임대해주는 게 아니지 않느냐. 출입기자들이 돈을 내느냐? 내지 않는다”며 “공공에 개방하는 형태기 때문에 사용 특허가 아니라 공물관리권에 의한 것이다. 공물인 법원 건물을 일반 대중 중 특별한 유형인 기자들에게 사용케 하는 배려를 법원장이 내규를 정해놓고 처분 등의 형식으로 해주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장은 “그렇기에 국유재산법, 대법원 규칙, 법원청사 건물관리내규 등을 찾아서 봐야 한다”며 양측에 “청사 관리 내규, 규칙, 법령 등을 찾아 공물관리권을 쟁점으로 주장을 정리하라”고 밝혔다. 재판장은 또 “출입증 발급 권한과 관련한 내규도 따로 있을 것이므로 찾아보라”면서 서울고법에 “원고를 (출입증 발급 등에서) 배제한 이유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출입증을 발급해 사용을 허가했고,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10월15일 오전 11시35분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날 심리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법원·검찰 출입기자 신청 거부에 취소 소송 제기]
[관련 기사 : ‘법조 출입기자 정의·운영 원칙 뭐냐’ 헌법소원 청구]
[관련 기사 : 검찰 이어 법원도 “현행 출입기자 제도 문제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