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언론의 악의적 오보에 대처한다면서 형사고발하고 나섰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와 발언 왜곡 등 비판할 지점이 있다해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를 해결하는데, 모두 수사기관을 통한 형사적 방법을 쓰고자 하는 것이 온당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윤석열 캠프 법률팀이다. 윤석열 법률팀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배우자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성 비방’을 일삼고, 근거 없는 유흥접대부설, 불륜설을 퍼뜨린 관련자 10명을 일괄 고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법률팀은 배우자 김건희씨를 근거 없이 ‘호스티스’, ‘노리개’ 등 성매매 직업여성으로 비하하고, ‘성 상납’, ‘밤의 여왕’ 등 성희롱을 해가며 ‘열린공감TV[윤짜장썰뎐] 방송 편’을 내보낸 강진구(경향신문 기자), 정천수 대표, 김두일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양재택 변호사의 노모를 ‘조작’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한 뒤 치매진단서 공개 후에도 기사를 내리지 않은 경기신문 심혁 기자,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와 그 데스크 2명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법률팀은 유흥접대부설과 불륜설의 경우 단연코 사실이 아니며 ‘돈을 노린 소송꾼’의 거짓 제보를 의도적으로 확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열린공감TV가 이 괴소문을 널리 확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타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인격적 모욕을 가하고 성희롱을 하는 사람들에게 ‘취재윤리’라는 말도 과분하다”고 비난했다. SBS 출신 김아무개씨도 코바나컨텐츠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수년 간 일한 ‘직원’일뿐 불륜관계에 있었던 사실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윤석열 법률팀은 김씨가 유흥접대부로 일한 사실이 없으며 이후 김건희씨의 대학졸업증명서, 사진 등 근거자료들을 공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법률팀은 김씨가 ‘쥴리를 하려고 해도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 것은 유흥접대부로 덮어띄우는 게 힘들고 안타까워서였다면서 “이를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스스로 먼저 ‘쥴리’를 입에 올렸으니 이제 얼마든지 얘기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열린공감TV 방송 내용들을 두고 윤석열 법률팀은 “‘합리적 검증의 영역’이라고 보지는 않으실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대선 예비후보에 등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은평구갑 당웒ㅂ의회에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캠프
▲대선 예비후보에 등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은평구갑 당웒ㅂ의회에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캠프

 

그러나 대선주자이자 의혹의 당사자로서 이 같은 언론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것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같이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 의혹의 차단을 위해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기자 출신인 양지열 변호사(법무법인 에이블)는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면 대선의 치열한 검증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의혹을 막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열린공감TV 방송을 토대로 거짓 내용을 확산한 매체도 보도를 즉시 내리라’고 한 윤석열 캠프의 목소리를 두고도 양 변호사는 “대선 검증이 치열하니 선제적으로 의혹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행위”라고 말했다.

‘대선검증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와 방송수익을 노리고 입에 담을 수 없는 거짓을 퍼뜨린 행위 두고 볼 수 없다’는 윤석열 캠프의 판단을 두고 양 변호사는 “허위 여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윤석열 캠프가 고발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언론 입장에서 보도하고, 법적 다툼 벌어지는 과정도 언론사가 보도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양 변호사는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두고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대선후보 검증의 영역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을 문제삼았다면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나무랄 수 없지만, 문제는 판단 자체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열린공감 TV 보도 내용도 김건희씨의 사생활 영역이라고만 볼 것인지, 이와 관련된 공권력을 동원한 사실이 있는지 등이 했다는 것이 판단하는데 있어 핵심 기준”이라며 “언론이 이를 다루려 한다면 그 취재의 초점은 분명히 공적인 영역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입장을 듣고자 윤석열 캠프측에 전화통화와 질의 문자메시지 등을 남겼으나 3일 오후 9시 현재까지 답변을 얻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오후 화상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오후 화상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재명 캠프도 이 후보의 이른바 ‘백제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며 한 시사주간지 기자를 허위사실유포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사뉴스는 지난달 24일 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전날(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번도 없었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 보도했다. 특히 이 매체는 “이 지사의 발언은 ‘지역감정 조장'으로 이어질 핵폭탄급 발언으로 평가된다”고 해석했다.

보도 이후 배재정 대변인 등 이낙연 캠프에서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으나 정작 이재명 캠프는 시사뉴스 기자를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역주의 문제를 자극하면서 한 때 이재명-이낙연 간 갈등을 낳은 이슈였다. 이재명 캠프는 “보도를 왜곡해 지역주의를 건드리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도가 왜곡됐다고 해서 인용보도한 매체 기자를 형사 고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의문이다.

이낙연 후보 캠프의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이제 이재명 후보와 캠프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아닌가”라며 “아무리 다급해도 무리수의 시작은 자충수로 귀결된다는 것을 이재명 후보와 캠프는 기억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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