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사고로 물의를 빚은 MBC가 조만간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공개할 전망이다. 취재진의 ‘경찰사칭’ 의혹 조사에 따른 인사위원회가 예정된 가운데, 도쿄올림픽 중계 논란 관련해서는 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MBC는 지난 7월 이후 연이은 취재·방송 윤리 위반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지난달 9일 MBC 양아무개 기자와 소아무개 취재PD가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를 상대로 논문 표절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에게 스스로 경찰이라 칭한 ‘경찰 사칭’ 논란이 필두였다.

‘2020 도쿄 올림픽’ 개막과 동시에 불거진 논란은 국내 공영방송사로서의 자질 논란에 더해 외교적 결례 수준이라 비판 받았다. 지난달 23일 개막식 참가국 소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에 ‘체르노빌 원전 참사’ 사진, 아이티에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쓰거나 불필요하게 국가별 백신 접종률, 국내총생산(GDP)을 기재했다. 다음날 MBC의 공식 사과가 무색하게도 25일 한국 대표팀과 대결을 벌인 루마니아 대표팀 선수의 자책골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을 썼다.

▲8월1일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려) 더 뿌듯하네요”라는 김연경 선수 답변 앞에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라는 질문을 붙여 왜곡 논란을 빚었다. 사진=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갈무리
▲8월1일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려) 더 뿌듯하네요”라는 김연경 선수 답변 앞에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라는 질문을 붙여 왜곡 논란을 빚었다. 사진=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갈무리

박성제 사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가진 지난달 26일엔 유도 남자 73kg급에 출전한 재일동포 3세 안창림 선수의 동메달 획득을 두고 “원했던 메달 색은 아니다”라는 해설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후로도 유튜브 ‘엠빅뉴스’ 채널이 배구 김연경 선수 인터뷰 내용을 왜곡하는 자막을 썼다거나, ‘뉴스투데이’가 유튜버 ‘미국아재’ 영상을 무단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한달간 보도본부를 중심으로 벌어진 논란에 내부에서도 자성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적극적인 내부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질책도 나왔다.

지난달 18일 한 MBC 아나운서는 사내 게시판에 ‘경찰사칭’ 의혹 관련해 “언론노조와 기자협회는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다며 공개 입장을 내지 않는다. 4년 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가족 의혹을 캐다가 우리 기자가 경찰을 사칭하겠다고 해도 지켜만 보고 있었을까”라며 “‘내로남불’이 (MBC 앞에) 붙었다”고 주장했다.

이틀 전에는 익명 기반 커뮤니티 앱(블라인드)에 “작년부터 올해까지 회사가 부끄러웠던 적이 세 번 있었는데 논술시험, 경찰사칭, 이번 올림픽사태 세 건이다. 모두 보도본부에서 일어나거나 보도본부장이 저지른 일”이라면서 “사장의 대외적 진심어린 사과, 조직리더의 사퇴, 명확한 기준에 의해 모두가 납득할 만한 실무자 징계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진상조사, 자체조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논란까지 불거지자 더욱 부끄러움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MBC 일각에선 예견된 사고를 사측이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MBC 구성원은 “스포츠 PD들의 시위 및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무리한 밀어붙이기로 스포츠국이 와해됐고 결국 올림픽중계 퀄리티 저하를 넘어 외교 결례까지 범했다”고 주장했다.

▲7월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에서 박성제 사장이 '2020 도쿄 올림픽 중계'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MBC
▲7월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에서 박성제 사장이 '2020 도쿄 올림픽 중계'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MBC

MBC 소속의 한 기자는 “불필요한 실책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찰 사칭 자체도 문제이지만 김건희(윤석열 전 총장 배우자)씨 지도교수 행방을 수소문하면서 수사기관까지 사칭할 하등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며 “올림픽 논란도 굳이 인터넷 ‘밈’을 넣겠다는 의도가 연일 실책으로 이어진다. 지상파가 아니라 아마추어 유튜브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다만 사측이 즉각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또 다른 MBC 기자는 “구체적으로 어느 선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다”면서 “납득할 만한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외부 인원이 참여하는 조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그 이후에 평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MBC는 두 건의 사안 모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구성된 ‘경찰사칭’ 논란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는 MBC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인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외부 위원으로 참여했다.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내주 초 해당 취재진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개최될 전망이다.

올림픽 논란 관련해서는 노·사, 외부 인사가 두루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사안의 중대함과 더불어 스포츠국 안팎의 상당수 인원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호식 콘텐츠총괄 부사장을 비롯한 MBC 사측 인사와 더불어 신혜경 MBC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미학과·공연예술학협동과정 교수)이 외부위원으로, 노조에선 언론노조 MBC본부 박상준 사무처장이 참여한다.

지난달 27일 킥오프 미팅으로 활동을 시작한 진상조사위는 이르면 다음주 조사를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사측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응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옥

MBC에서 가능한 후속조치로는 관련 규정 정비, 시스템 재편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이번 올림픽 논란에서 데스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어느 단위까지 책임을 물을지도 관건이다. 올림픽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스포츠국 단위로 국한될지, ‘경찰사칭’ 건을 비롯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보도본부 차원의 책임을 물을지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MBC 구성원 사이에선 회사가 사활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기자는 “방송장악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공영방송을 정상화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라며 “안팎의 갈등으로 돌아보지 못했던 우리의 실력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 내에 편향된 문화와 제도부터 개선하여 다양한 목소리로 앞날을 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원(One) MBC’ 강조하다가 ‘노(No) MBC’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사회에서도 MBC가 재발방지책을 신중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MBC 후속조치에 필요한 원칙으로 조사 결과에 대한 투명하고 상세한 공개, 내부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방안,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조치 등을 꼽았다. 나아가 신 처장은 MBC가 시민사회나 학계 의견을 청취해 성숙한 방안을 정비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안팎의 요구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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