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가 불거진 이후 채널A(대표이사 사장 김재호)가 ‘취재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채널A 뉴스룸기획팀은 지난달 23일 보도본부 기자들에게 “취재보도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의 59페이지짜리 문서를 배포했다. 채널A 취재보도 가이드라인은 취재원, 익명보도와 실명 보도, 비밀 취재, 개인정보 보호, 피해자와 유족 취재, 자살 사건 보도, SNS 등 온라인 취재, 재난 재해 취재, 선거 방송, 여론조사 보도 및 선거여론조사 보도 등의 목차로 구성됐다.

또 한국기자협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해둔 가이드라인인 감염병 보도준칙과 양성평등 제작 가이드라인,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실천요강,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 등도 수록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목차 중 ‘취재원 존중’이라는 부분을 보면 채널A 기자들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취재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또 취재 시 어떤 위법이나 편법도 사용하지 않으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다. 취재원을 대할 때 고압적 태도나 품위 없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되며 제3자에게 취재원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에도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모욕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 등 기자로서 품격을 준수해야 한다. 취재원에게 채널A 기자 신분을 명확하게 밝히고, 취재의 목적과 의도를 최대한 밝혀야 한다.

취재원 존중과 관련된 사례를 보면 채널A의 A구성원은 “처음 만난 취재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때 기자라는 걸 밝히면 솔직한 이야기를 안 할 것 같아 신분을 밝힐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이 잦다. 현장 취재할 때도 손님인 척하고 질문하면 안 되나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자세로 취재원에게 다가가야 할까요? 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채널A 뉴스룸기획팀은 “이론적으로 ‘속임수 절대 금지’라고 한다면 기자는 받아쓰기밖에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기자는 ‘취재가 안 될 거야’라며 무조건 방어 논리를 펴는 게 아니라 취재 대상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기자가 일반인을 가장해 취재했을 경우 사실 보도로 인해 취재원의 사생활이나 명예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취재원 검증’ 부분을 보면 취재원의 목적·의도와 취재의 공익적 목적을 구분한다. 취재원이 보도로 인해 얻게 되는 이해관계와 공익과의 관련 여부를 따진다. 취재원이 보도 내용에 관한 직접 당사자나 전문가인지를 점검하고 인용에 적합한 인물인지 판단해야 한다. 취재원의 일방적 폭로나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하지 않는다. 취재원이 어떻게 해당 정보를 입수했는지 확인한다. 확보한 문건이나 자료 등이 조작 또는 왜곡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서로 다른 입장 및 관점을 가진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가능한 교차 검증을 한 뒤 보도한다. 해당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 외에 다른 출처를 통해 공식 혹은 비공식 자료를 확보하도록 노력한다.

‘취재원 인용’을 보면 채널A 기자들은 취재원의 발언이나 취재원이 제공한 사진, 영상 등을 활용할 때 그 의미나 취지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녹음이나 촬영은 취재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공익적 가치가 크고 달리 취재할 방법이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부서장 승인을 받아 촬영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경우라도 제3자 간 대화 음성이 포함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채널A 뉴스룸기획팀은 ‘취재원과의 관계’에 대해 “취재원에게 인사, 대가성 청탁, 민원을 하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 취재원과 재정적 관계를 맺지 않으며 투자와 지분 등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지 않는다. 특정 당사자나 집단과 학연, 지연, 혈연 등의 관계가 있을 경우 가급적 해당 당사자나 집단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비밀 취재’ 부분을 보면 촬영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허락을 얻어야 가능하다. 다만 △비밀 촬영이 아니면 취재 불가능 △촬영 영상을 사실 검증에 대비한 증거로만 활용 △취재 내용의 공익적 가치가 중대하고 긴급한 취재 필요성 등을 예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채널A의 B구성원은 “다리걸이가 취재윤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영상구성에 쓰지 않는 일부 선배들이 있었다. 다리걸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라고 질문하자, 채널A 뉴스룸기획팀은 “다리걸이는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를 비켜갈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다리걸이로 확보한 영상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배의 판단이 올바른 판단이다. 기자는 항상 섭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채널A의 C구성원은 “방송 리포트를 보도할 때는 통화 녹취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취재원이 ‘녹음하고 있는 건 아니죠?’라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녹음 중이라고 말하면 입을 닫아버릴 것 같아서 항상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채널A 뉴스룸기획팀은 “모든 통화가 다 보도되는 것은 아니다. 즉 정확한 보도를 위해 취재 자료를 분명히 확보하는 차원에서 녹취가 필요하다. 통화 녹취의 목적을 먼저 생각해 보고 취재원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생활 보호와 초상권’에 따르면 개인의 사생활, 사유물, 개인에 속한 기타 목적물을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취재 보도하면 안 된다. 또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의 주거나 집무실 등 사적 영역에 무단출입하지 않는다. 단 중대한 공익성과 긴급성, 필요성, 상당성 등을 갖춰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부서장의 허락을 받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채널A의 D구성원은 “빌라에 거주하는 주민을 취재해야 했던 적이 있다. 취재 의도를 설명하고 다른 주민의 동의를 얻어 함께 공동현관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주거침입 문제가 우려돼 벨을 누르지 않고 명함과 쪽지를 문에 붙여두고 나왔다. 이때 주민이나 건물주가 취재윤리에 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냐”고 질문했다.

이에 채널A 뉴스룸기획팀은 “문제되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당사자가 사적 공간 침해라며 문제 삼을 경우 취재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 법적 다툼이 벌어질 때도 취재 방법의 적절성이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한 뒤 “공동현관이라 하더라도 거주민 동의를 얻어 입장해야 안전하다. 요즘은 빌라라 하더라도 대부분 공동현관에 비밀번호 장치를 두고 있으므로 취재진의 진입에 대해 묵시적인 입주민의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는데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취재’에 대해 채널A 뉴스룸기획팀은 “피해자나 그 가족들의 대표자가 있을 경우 대표자와 접촉한다. 피해자가 13세 이하의 미성년자인 경우 부모 등 보호자를 대표자로 본다”고 설명한 뒤 “과거에 발생한 사건 영상을 유사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료 영상으로 재사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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