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동아일보 사장 딸 하나고 입시 비리 무혐의 ‘재정신청’

검찰이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이 2014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하나고 편입학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는 고발에 대해 또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 처분의 당위를 가려 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일 전교조는 서울고등법원에 당시 전형위원인 이아무개씨와 조아무개씨가 매긴 평가표에서 다른 사람들의 필적이 발견됐음에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의 결정을 다시 판단해달라며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25일자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지난 5월25일자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전형위원 ‘2명’뿐인데 4명 필적 발견에도 ‘무혐의’ 처분

지난달 26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처분검사 김동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김승윤 전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전 교장, 정철화 전 교감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고발 이후 2년 만에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유서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첫째, 당시 하나고 편입학 전형위원인 이씨와 조씨 이외에 ‘제3의 인물’이 서류 평가표를 대필한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도 사실로 밝혀졌는데, 이를 이 전형 진행을 돕던 진행요원이 서명을 대필한 것이라며 서류심사 평가표 조작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이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당시 전형위원 서명이 들어간 서류를 받아봤더니, 전형위원 2명이 매긴 서류평가표와 면접심사표가 서로 다른 필체로 작성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면접심사표의 필적은 이씨와 조씨의 것이 맞는데, 서류평가표에 있는 필적이 다른 사람들의 것으로 밝혀진 것. 이에 전교조는 2019년 10월 김재호 사장 등을 포함해 4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재고발했다. 첫 고발은 2015년에 이뤄졌고, 검찰은 당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이듬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5월25일자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5월25일자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 “전형위원들(이씨와 조씨)이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를 (진행요원) 문씨 등 행정실무자가 정리하면서 서명을 대필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가 조작되거나 위변조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 서명 필적의 상이성 등 고발인의 주장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썼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형위원인 조씨와 진행요원인 문씨의 진술은 엇갈렸다.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조씨는 검찰에 “1단계 서류심사 평가를 한 후 서명은 내가 하고 나머지 응시자 성명, 출신 고등학교, 교과영역 등 부분인 진행요원인 문씨가 정리해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문씨는 “이씨 명의의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의 평가자의 성명과 학교명을 대필한 것 같다고 진술하나 자신이 평가한 것이 아니고, 조씨의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 작성에는 관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 이외에 다른 필적 2명의 것이 나왔음에도 제3의 인물인 문씨 외에 제4의 인물의 필적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처분검사는 불기소 이유서가 공개되기 전 전교조 측에 재정신청 절차 안내를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전교조 관계자가 “전형위원이 아닌 진행요원이 대필했더라도 조작”이라고 말하자, 검사는 “권한을 위임하면 조작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교조 측은 재정신청서에 “역대 입시에서 단 한 번도 평가자의 서명을 대필한 적은 없다. 이 사건 하나고 편입학 전형의 ‘대필’은 학교명, 성명, 평가자 서명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평가서에 있는 세부 평가 항목란에도 제3자의 필적이 여러 곳에 등장하고 있는바, 이는 입시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5월25일자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5월25일자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둘째, 면접 점수 환산 과정에서 김씨와 동일한 점수를 받은 지원자 2명은 1점이 올랐는데 김씨만 2점이 올랐다는 점이다. 김씨와 다른 지원자 2명은 똑같이 12점을 받았는데, 김씨만 14점이 됐고, 다른 2명은 13점이 됐다.

하나고는 당시 “기존 배점 구간대로 평가했다가 추후 변경된 배점 구간에 맞춰 점수를 환산하느라 모든 지원자의 점수가 달라졌다”며 김씨의 면접 점수 상향조정 문제에 대해 해명했다.

검찰은 역시 불기소 이유서에 “환산 기준에 따라 오류 없이 환산된 것이므로 새로이 발견된 중요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썼다. 또 검찰은 2016년 서울시교육청의 고발 당시 서부지검(처분검사 김도균)의 불기소 처분을 이번 사건의 처분 근거로 가져왔다. 당시 검찰은 “개별 면접 평가표의 점수를 잘못 입력한 것이 실제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했으므로 특정 학생을 선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측은 재정신청서에 “모든 신·편입학 전형에서는 전형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입학전형을 치른다. 사전에 결재된 전형계획대로 입학 사정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한 뒤 “평가 도중에 배점 구간을 달리하는 등으로 환산점수를 적용하는 것은 하나고가 사전에 수립한 편입 전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신문 한 면 할애해 사장 딸 사건 ‘무혐의’ 보도

지난 2월 서울 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대학 졸업 직전인 지난해 11월 동아미디어그룹 공개채용 전형인 DNA 채용연계형 인턴에 지원해 신문 기자직으로 합격했다. 그는 현재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자 동아일보 10면. 동아일보는 10면 전체를 할애해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 중인 김재호 사장 딸의 하나고 입시 비리 의혹 사건 무혐의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29일자 동아일보 10면. 동아일보는 10면 전체를 할애해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 중인 김재호 사장 딸의 하나고 입시 비리 의혹 사건 무혐의 소식을 전했다.

동아일보 사장 딸이자 현재 동아일보 기자인 김씨와 관련된 사건이 무혐의 결정 나자마자, 동아일보는 지난달 29일자 신문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이 소식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0면 “MBC-전교조 주장 ‘하나고 편입 의혹’… 檢(검) ‘근거없다’ 무혐의 종결” “6년간 ‘고발→불기소→항고→기각→진정→무혐의→또 고발’… 모두 무혐의”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썼다.

동아일보는 “고발인 측은 1차 서류 평가표와 2차 면접 평가표에 두 교사의 필적 이외에 낯선 필체가 등장한다는 것을 근거로 평가 점수가 바꿔치기 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의 필적 감정 결과 당시 2차 평가표의 서명 등은 모두 면접관 2명의 것으로 확인됐다. 1차 평가표의 경우 기간제 교사가 진행요원으로 일부 평가표 작성에 참여하면서 다른 필적이 나왔던 것으로 조사됐다”고만 보도했다. 전형위원과 진행위원의 진술 중 엇갈린 부분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았다.

동아일보는 이어 “면접관인 2명이 모두 검찰에서 ‘피고발인으로부터 부탁, 위협 압박 등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썼다. 이 면접관 2명인 이씨와 조씨는 현재 하나고에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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