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설치·수리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연일 발생하는 폭염 온열질환과 산재사고를 막기 위한 폭염 대책 마련을 케이블 원·하청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회사가 정부 수칙에 맞춘 폭염 대책을 조속하게 시행하지 않으면 조합원의 건강권을 위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LG헬로비전 케이블 설치·수리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2일 서울 상암 LG헬로비전 원청 사옥 앞에서 폭염대책을 즉각 시행하도록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가 폭염대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긴급 현장점검에 나서지만 온종일 옥외작업하는 노동자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위험노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LG헬로비전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들은 하루 8~10곳의 고객의 집·사업장을 방문해 수시로 옥상 등 옥외작업을 한다. 특히 전송망 노동자들의 경우 주로 전신주 작업을 하는 탓에 옥외작업이 기본이다. 유희원 희망연대노동조합 LG헬로비정규직지부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이 쉴 데가 없으니 차에서 쉬느라 유지비는 더 들고, 현장 출근을 하는 데 비해 일부 업체에선 ‘물을 사무실에서 가져가서 얼려 먹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지부는 지난달 21일 LG헬로비전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협력(하청)업체 협의회에 폭염 대책 시행을 요구했으나 업체 전반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지부는 공문에서 △시업시간 전 체감온도와 폭염특보 수준을 공지하고 △폭염 위험단계별로 물·그늘·휴식과 옥외작업 대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코로나19로 현장 출퇴근하는 환경을 고려해 노동자들이 이동 중 구매하도록 지원하고, 차량 휴식만 가능하기에 9월까지 유류비를 지원하도록 요청했다.

LG헬로비전 원청이 지난달 28일 하청업체들에 폭염 대비 현장 운영 가이드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하청업체를 대표하는 협의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의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LG헬로비전 고객센터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들이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사옥 앞에서 폭염 대책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승환 희망연대노동조합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장(왼쪽)과 유희원 사무국장. 사진=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 고객센터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들이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사옥 앞에서 폭염 대책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승환 희망연대노동조합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장(왼쪽)과 유희원 사무국장. 사진=희망연대노조

노동부의 ‘일터 폭염 대비 3대 기본수칙’은 노동자 열사병 예방을 위해 회사가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규칙적으로 제공하고 △작업장 가까이 그늘진 휴식 장소를 마련하며 △폭염주의보·경보 발령시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했다. 또 작업자가 건강상 이유로 작업의 중지를 요청하면 회사는 즉시 조치해야 한다.

이승환 희망연대노동조합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장은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하청업체들은 원청이 요구하는 영업과 지표 달성에 혈안이다. 이 같은 외주화 구조 탓에 건강권 보호는 후순위로 밀려나고, 노동자들이 폭염에 쓰러지고 있다”고 했다. LG헬로비정규직지부는 “회사가 조합 및 현장직군 조합원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조속히 대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은 작업중지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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