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 보도들에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며 ‘스포츠 저널리즘’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도쿄 올림픽 보도 논란은 올림픽 개회식날(7월23일) 우크라이나, 아이티, 엘살바도르 국가에 부적절한 소개 사진을 쓴 MBC가 질타를 맞으면서 시작됐다. 지난 25일 대한민국과 루마니아와의 축구 경기에서 루마니아 수비수가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쓰기도 했다.

26일 박성제 MBC 사장의 사과 이후에도 같은 날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재일동포 3세인 유도 대표팀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걸자 MBC 캐스터는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말했다.

그 외 한국일보, 뉴스1, 스포츠동아, 스포츠조선 등 일부 언론은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자 ‘노골드’, ‘수모’, ‘자존심 구겼다’, ‘망신 뻗쳤다’, ‘대망신’, ‘수모를 당했다’는 표현들을 쓰면서 태권도 경기 소식을 전했다.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 가운데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장면.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 가운데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장면.

여성 선수들을 두고 ‘태극 낭자’, ‘얼음공주’, ‘여우같다’는 표현 때문에 성차별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성 선수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 등으로 혐오 발언이 나오는 상황을 그대로 전한 언론에 질책이 뒤따랐다.

도쿄 올림픽 중계 발언과 보도에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 건 그만큼 시청자 수준이 높아졌으며 중계와 보도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비판 잣대도 △타국에 대한 무존중 △승부주의적 태도 △젠더 감수성 부재 등 다양했다.

통상 스포츠와 연예는 다른 보도 분야보다 저널리즘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유력 매체그룹들은 ‘스포츠 OO’이라는 계열사 이름으로 스포츠와 연예 기사를 노출하며 더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스포츠 OO’이라는 공간은 마치 ‘OO닷컴’의 또 다른 이름처럼 모회사 매체명으로는 쉽게 올리지 못하는 어뷰징 기사나 자극적 보도를 게재할 수 있는 곳으로 간주돼 왔다.

스포츠 기사를 즐기는 독자층 기호에 맞춰 위트있는 제목을 뽑아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게 편집하거나 노출이 많은 여성들의 사진도 많이 송고되는 관행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포츠 중계는 저널리즘보다 예능의 영역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 가운데 노르웨이 선수단 입장 장면.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 가운데 노르웨이 선수단 입장 장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30일 ‘올림픽과 미디어’라는 글에서 MBC 올림픽 중계 문제를 지적하면서 “일상적으로 방송을 예능적 감각으로 접근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예능적 감각은 재미를 우선으로 하고, 재미있으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차별적 혐오적 요소를 가미해 보는 이에게 억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구시대적 방식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방송, 미디어가 고정관념을 확산하고 아무리 케이블 등 새로운 플랫폼과 시청률 경쟁을 하고 있다지만 예능으로 모든 것을 ‘퉁’치려는 것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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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25일 대한민국 대표팀과 루마니아와의 축구 경기에서 루마니아의 수비수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넣자 경기 이후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썼다.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는 “원래 기자에 대한, 저널리즘에 대한 평판이 바닥이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스포츠나 연예 분야는 더했다”며 “스포츠 연예지에서 가십성 기사는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태생적으로도 자극적 기사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스포츠 연예지 보도 기준이 다른 영역 기준보다 후퇴한 부분도 있지만, 최근에는 독자가 언론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스포츠 연예 매체라고 해서 무시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사망이나 자살 보도의 경우 스포츠 연예 매체라고 해도 신중하게 보도하는 곳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독자들은 어떤 영역 기사라도 문제적 내용에는 세게 이야기하고 항의한다. 또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강해졌다”며 “전반적으로 모든 영역에 저널리즘 윤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좋은 일이다. 이런 지적을 더 귀담아듣고 기사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스포츠 중계 보도에 근본적 성찰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스포츠나 연예 분야 보도의 경우 다소 상업적이어도 용인하는 부분이 있는 등 느슨한 인식이 있었다”며 “스포츠 보도 분야에는 기존 저널리즘 교육을 받은 기자나 PD뿐 아니라 전문성을 위해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또 스포츠 매체가 온라인 위주로 활성화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 등을 적극 받아들이며 기존 저널리즘 규범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는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 사무처장은 “시민들의 높은 의식을 언론이 못 따라가면서 이번 올림픽 중계에서 방송사고가 잇따랐다”며 “우리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이나 성평등 인식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방송이나 언론에 노출되는 모든 영역에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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