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표현이 언론에 등장한지 10년이 넘었다. 2011년말 헌법재판소가 온라인상 선거운동 규제를 푸는 취지로 공직선거법 93조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것도 변화하는 매체환경을 법체계에 반영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제 정치인들은 SNS 활용으로 평소점수(?)를 만들고 특히 선거 때는 지지세를 모으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대통령선거를 약 7개월 앞둔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들은 SNS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봤다. 

SNS 초보, 윤석열과 최재형

법조인이자 관료로 살다 최근 정치권에 들어선 윤석열·최재형 두 예비후보는 SNS초보자다. 윤 후보는 정치참여를 선언한 지난 6월29일 페이스북을 처음 개설했다. 자기소개에 ‘애처가’, ‘국민마당쇠’, ‘토리아빠 나비집사’, ‘엉덩이탐정 닮았다고 함’ 등을 적으며 평생 ‘칼잡이’로 살아온 자신의 이미지를 상쇄하려는 듯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페이스북을 꾸몄다. 다만 1시간도 안돼 비활성화하는 등 다소 미흡한 모습도 보였다. 최근 ‘애처가’ 등의 자기소개 정보는 모두 지웠다. 

최재형 후보도 지난달 21일 처음 SNS를 시작했다. 그는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페북 오픈’, ‘난생처음’, ‘아들 찬스’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최 후보는 본격적으로 정치행보에 나서지 않아 게시글도 아직 몇개 올라오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가 SNS 계정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 모두 SNS를 이번에 처음 개설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얼마나 폐쇄적인 삶을 살았나’라는 평과 ‘신선하다’는 평을 함께 받고 있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캠프 페이지인 ‘윤석열 국민캠프’, 각종 의혹에 대응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윤석열 국민캠프 법률팀’ 페이지도 각각 만들었다. 한편 지난달 21일에는 자신의 반려동물을 전용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 ‘토리스타그램’을 만들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반려동물 전용 인스타그램 갈무리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반려동물 전용 인스타그램 갈무리

‘토리’는 윤 후보가 지난 2012년 유기견 보호단체에서 소개받아 입양한 반려견으로 그는 반려견 4마리, 반려묘 3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리스타그램’은 토리가 직접 글을 올리는 콘셉트로 윤 후보를 ‘아빠’라고 표현하고 있다. 정치일정이나 현안 관련한 정보만 유통되는 기존 계정과 달리 말랑말랑한 콘텐츠를 위한 계정이다. “‘천만 반려인’ 표심 공략”(서울경제), “반려견 인스타로 틈새 지지율 겨냥”(연합뉴스) 등 언론에서도 대체로 긍정 평가했다. 

직접소통 이재명, ‘배우자 일기’ 올리는 이낙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SNS를 직접,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이 지사와 가까운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에게 “밤늦게 혼자 페이스북에 글 쓰지 말라고 자주 조언한다”고 할 정도다. 

최근 이재명캠프(열린캠프)는 SNS를 통해 시민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TO재명’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했다. ‘TO재명’, ‘선거인단신청고고’ 등의 특정 키워드를 포함한 해시태그와 함께 이 지사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인스타그램 게시글로 올리면 이 지사가 댓글을 달아 답변하는 방식이다. 이 지사와 캠프 입장에서는 다소 버겁지만 소통을 강조해 온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표명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4일부터 인스타그램에 ‘숙희씨의 일기장’이란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다. 이는 이 전 대표의 배우자인 김숙희씨의 관점에서 과거 남편을 만났던 때부터 초기 연애담을 회상하며 쓴 그림일기 형식의 콘텐츠다. ‘숙희씨’가 본 이 전 대표의 매력, 결혼식 장면 등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중간중간 실제 이들 부부 사진을 첨부해 인스타그램에 어울리면서 후보자 개인사를 자연스럽게 알리기 좋은 콘텐츠라는 평을 받는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인스타그램 '숙희씨의 일기장' 갈무리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인스타그램 '숙희씨의 일기장' 갈무리

‘홍카콜라TV’ 홍준표, 이번엔 ‘JP희망편지’ 

이재명 지사의 별명이 ‘사이다’라면 야권에서 속시원한 대선주자는 ‘홍카콜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다. 유튜브 ‘홍카콜라TV’ 구독자수는 43만3000여명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구독자 21만2000여명, ‘이낙연TV’ 구독자 10만9000여명, ‘윤석열’ 구독자 10만6000여명 등 다른 주자들에 비해 많다. 홍카콜라TV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방송인 ‘알릴레오’와 콜라보하는 등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근 국민의힘에 복당한 뒤 당내 유력주자로 꼽히는 홍 의원은 ‘jp의 희망편지’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보통 정치인들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정치일정 등을 소개하거나 현안에 대한 자신의 논평 등을 남기는 용도로 사용하는 가운데 ‘jp의 희망편지’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평소 소신과 의견을 밝히는 글에 가깝다. 

지난 7월9일 홍 의원은 이 연재를 시작하며 “오늘부터 JP의 희망편지 형태로 선진국 시대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미래상에 대해 국민과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대선주자가 대북정책, 방송정책, 국방개혁 등 다양한 분야의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글인데 SNS 활용의 좋은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연재하는 'jp의 희망편지' 갈무리
▲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연재하는 'jp의 희망편지' 갈무리

기존 정치권에서 JP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대선주자급 유력정치인들을 이니셜로 부르는 가운데 홍 의원이 JP를 사용하면서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틱톡 사용하는 대선주자, 박용진·정세균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클립을 공유하는 SNS 플랫폼 ‘틱톡’을 쓰는 정치인들은 많지 않다. 보통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 계정을 만들고 이 지사 등 일부 정치인들은 카카오스토리에도 계정을 만든다. 틱톡의 경우 젊은 층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플랫폼으로 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도가 계정을 가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6월 틱톡 계정을 만들고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춤추고 노래라도 하겠다”며 다양한 복장을 입고 등장하는 영상을 올렸다. 현재 올라온 영상은 2개로 팔로워 1480여명, 좋아요 수는 8300여개 수준이다. 

이에 비하면 박용진 의원의 틱톡 계정은 활성화돼있다. 지난 4월말 박 의원이 롤린 춤을 추는 영상을 틱톡에 올려 화제가 된 가운데 현재까지 올라온 영상은 10개가 넘는다. 팔로워는 1만7700여명, 좋아요 수는 36만4400여개 수준이다. 박 의원은 틱톡 영상에 2030과 함께 출연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며 호응을 얻고 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틱톡 계정 갈무리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틱톡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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