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게이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형수에게 욕설을 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법원 명령으로 인해’ 삭제됐다는 보도로 논란이 불거졌다. 기자들이 법원 취재에 나섰는데, 관련 가처분 내역이 없고 이재명 캠프측도 법원에 관련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며 유튜브가 삭제 이유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지사, 법원 명령으로 영상 비공개?

발단은 7월22일 머니투데이의 “[단독]법원, ‘이재명 욕설파일’ 유튜브 영상 ‘차단’명령”기사다. 머니투데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셋째 형수와 통화하면서 욕설을 하는 음성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 측에 의해 차단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해당 콘텐츠에 대해 ‘법원 명령’이 접수됐다”며 “콘텐츠를 대한민국 유튜브 사이트 내에서는 시청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고 고지했다. 유튜브가 삭제된 영상을 클릭했을 때 보여주는 안내 문구와 채널 관리자에게 보내는 메일 내용을 기사화한 것이다.

▲ 대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대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머니투데이 보도 이후 “‘이재명 욕설’ 유튜브 영상, 법원 명령으로 비공개”(경향신문) “‘이재명 욕설’ 영상 이틀 만에 차단..법원·구글 차단 경위 '묵묵부답'”(머니투데이) “'이재명 욕설' 담은 영상, 유튜브 올라온 지 이틀 만에…”(한국경제) 등 대동소이한 내용을 전하는 기사가 이어졌다.

법원에 요청한 적 없는데 법원이 결정?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이재명 지사 캠프 측에서 “법원에 (형수 욕설) 영상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신청한 사실이 없다”며 언론 보도에 반박한 것이다. 그러자 언론사들은 법원을 취재했는데 해당 영상 삭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 내역도 확인되지 않았다. 

▲ 이재명 지사 관련 유튜브 영상 삭제 문제를 지적한 기사 갈무리
▲ 이재명 지사 관련 유튜브 영상 삭제 문제를 지적한 기사 갈무리

머니투데이는 후속보도를 통해 법원에 관련 ‘가처분 신청’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튜브 측이 차단 근거로 든 법원 명령의 유무 자체가 불확실해지면서 유튜브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고 했다.

데일리안은 “법원도 아직 어떤 경위로 차단 결정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공공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기 때문에 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상 차단 경위를 밝혀줘야 한다”는 김경진 전 의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유튜브 삭제 안내 문구가 빚은 오해

이번 논란에 구글코리아는 ‘개별 콘텐츠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무언가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하지만, 구글코리아가 과거부터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오늘이 추가 질의한 결과 구글코리아는 “자신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되는 콘텐츠에 대해 법적 근거에 따라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는 별도의 웹 양식도 존재한다”며 “이러한 요청에 있어 현지 법적인 고려사항들을 참작하며, 면밀한 검토를 거쳐 해당 동영상에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는 콘텐츠 삭제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해 이 같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명 지사 형수 욕설 영상에 접속하면 뜨는 화면
▲ 이재명 지사 형수 욕설 영상에 접속하면 뜨는 화면

실제 유튜브가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언론이 ‘오해’한 면이 드러난다. 유튜브 고객센터 ‘명예 훼손 신고 요구사항’ 항목을 보면 관련 신고 절차가 안내돼 있다. 당사자 또는 법적대리인이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영상’을 신고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판결문 등 법적 증빙을 필요로 한다. 유튜브는 법적 근거를 ‘증빙’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법원 명령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즉 유튜브가 안내문을 통해 ‘법원 명령’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법원에 영상 삭제를 요청해 수용된 경우’가 아니라 ‘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한 전력이 있는 영상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수용한 경우’에도 이 같은 표현을 쓴다. 또한 유튜브는 한번 신고 접수를 한 이후 대동소이한 영상이 다시 올라오면 자동으로 삭제할 수 있다.

실제 이재명 지사는 2012년 녹음 파일이 포함된 기사를 낸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명예훼손’이 맞다고 판결했다. 

이재명측, 카카오에 욕설 파일 삭제 요청

즉, 언론이 2021년 법원을 상대로 취재했지만 실상은 2012년 소송을 근거로 한 ‘삭제 요청’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캠프 차원에서 같은 콘텐츠를 올린 포털에 대응한 내역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 18일 한 누리꾼이 해당 유튜브 영상을 인용해 올린 포털 다음 카페 게시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했다. 임시조치는 당사자가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글을 신고하면 게시글을 차단하는 조치를 말한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이 해당 영상을 올리자 이재명 지사측이 네이버에 요청해 영상을 차단한 전례도 있다. 

▲ 이재명 지사 욕설 관련 게시글 임시조치 내용
▲ 이재명 지사 욕설 관련 게시글 임시조치 내용. 한 누리꾼이 다음 카페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관련 문제를 지적했다.

선거 기간 캠프 차원에서 온라인 게시글, 영상 등이 후보자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을 했다고 판단할 경우 차단, 삭제 등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재명 지사측이 허위 입장을 냈다고 볼 수도 없다. 언론은 ‘현재의 법원이 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전제로 기사를 썼고, 이재명 지사측은 이를 토대로 “법원에 요청한 적 없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유튜브가 매뉴얼상 ‘법원 명령’이라는 표현을 통해 삭제 이유를 안내해왔기에 의미가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은 점이 발단으로 보인다. 법원이 직접적으로 관련 결정을 내린 것처럼 오해가 불거지면서 언론이 ‘법원’을 취재하고, 캠프측도 법원에 요청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본질과 멀어졌다.

법원이 아닌 포털 임시조치와 유튜브 등 온라인 게시물 삭제에 대해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실무에서 어떻게 일일이 처리했는지는 확인해주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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