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사진을 다른 사람 사진으로 잘못 게시한 보도에 대해,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뉴스1의 해당 기사에 신문윤리위는 ‘경고’라는 높은 수위 제재를 결정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만든 언론인 자율 감시 기구인 신문윤리위의 제재 수위는 기각, 취소, 주의, 경고, 공개, 정정, 사과 순이다. 다만 제재의 법률적 효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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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6일 뉴스1 보도. 현재는 기사에 들어간 사진이 바뀐 상태다. 

지난 14일 열린 신문윤리위 제955차 회의에서 지난달 16일자 뉴스1 보도(‘터키 여행 한국인 남성, 함께 간 여성 성고문…징역 46년 구형’)에 ‘경고’ 결정이 내려졌다. 

뉴스1은 터키에서 한인 20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폭행한 40대 한인 남성에게 터키 검찰이 46년을 구형했다는 내용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 언론은 모자이크 없이 한국인 남녀 사진을 게시했고 뉴스1은 이를 모자이크 처리해 실었다. 하지만 언론에 실린 남녀 사진이 사건 당사자들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스1은 지적을 받은 후 사진을 삭제했다.

사진에 나왔던 남성은 기사 속 범죄자와 성과 이름이 같았다. 여성은 피해자와 이름이 같았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해도 성폭력 피해자 사진을 올리면서 당사자인지 확인하지 않아 이번 신문윤리위 제재를 받았다. 

[관련 기사: 미디어스: 외신 사진 오보, 모자이크 처리하면 문제없다?]

신문윤리위는 “피해자나 가해자 사진을 게재하는 것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 사안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과 제11조 ‘명예와 신용존중’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연예인 일탈에 일침?’ 선정적 보도에 신문윤리위 ‘주의’

연예인 일탈에 일침을 놓겠다는 공익성보다 선정성이 강조된 보도에도 ‘주의’ 제재가 결정됐다. 뿐만 아니라 SNS 인용 보도 과정에서 연예인 실명을 드러내 성적인 사생활을 전달한 보도에도 ‘주의’ 조처가 내려졌다.

신문윤리위는 지난 14일 회의에서 음란한 카톡방 대화를 적나라하게 보도한 6개 매체에 제재 결정을 내렸다.

7월3일자 중앙일보 기사(“‘잘 주는 여자는 오타’라던 승리, 단톡방선 ‘나도 먹을 예정’”)와 유사 내용을 다룬 부산일보, 아시아경제, 서울신문, 국민일보, 스포츠월드 기사와 제목에 ‘주의’를 결정했다. 신문윤리강령 제2조 ‘언론의 책임’,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의 6 ‘선정보도 금지’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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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일 중앙일보 보도. 

해당 매체들은 빅뱅의 승리가 지난달 30일 지상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두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디스패치가 단톡방 대화를 정리해 공개한 내용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내가 지금 XX들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XX들 2명 오면 K가 안내하고 호텔방까지 갈 수 있게 처리해”, “그냥 먹자 형, 한국에서 다 같이 먹고 난 외국 여자랑 결혼하련다”, “A는 B도 먹고 나도 먹은 X이다” 등 대화 내용들을 가리지 않고 보도했다. 그 외 신체 부위를 특정해 희롱하는 발언도 그대로 보도했다.

신문윤리위는 “이들 매체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음란한 내용을 정제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유명 연예인의 일탈과 탈법 행위에 일침을 가한다는 공익적 측면을 찾아보기 힘들고 오직 클릭수를 노린 선정적 보도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NS를 인용해 ‘성관계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 실명을 공개한 제민일보 등에도 ‘주의’ 조처가 결정됐다. 지난 5일자 제민일보 “성관계 좋아하는 멤버 폭로한 권민아, 실명 언급 후폭풍”, 조선닷컴 “SNS 못 놓는 권민아, 설현 비난 이유에 ‘박쥐같아’”, 6일자 국민일보 “성관계 좋아하는 멤버? 권민아 AOA 실명 폭로까지” 등 기사와 제목에 ‘주의’ 제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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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 조선닷컴 기사 가운데 일부. 현재도 기사에 연예인 실명이 드러나 있다. 

이들 매체는 걸그룹 AOA 출신 권민아가 “성관계 좋아하는 AOA멤버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당사자 이름을 적시했다. 국민일보와 제민일보는 기사 본문에 성관계를 좋아하는 멤버 이름을 밝히고 선정적 제목을 달았다.

신문윤리위는 “성관계를 좋아하는지 여부는 공개돼서는 안 될 개인 사생활”이라며 “당사자가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생활을 들추는 것은 인권 침해이며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미 한차례 보도돼 대중에 알려진 사실이라도 다뤄선 안 된다”며 “유명 연예인 폭로를 빌미로 인기그룹 아이돌 가수의 사생활을 실명으로 밝히는 것은 언론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매체가 위반한 조항은 신문윤리강령 제2조 ‘언론의 책임’,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 6 ‘선정보도 금지’, 제11조 ‘명예와 신용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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