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자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에게 동거설 등의 의혹을 제기한 ‘열린공감TV’를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앞서 김 의원은 MBC 취재진이 김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교수의 집을 찾는 과정에서 경찰 사칭한 행위에 대해서도 “나이가 든 기자 출신에겐 (경찰 사칭은)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발언했다가 사과한 바 있다.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이 취재윤리를 망각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지난 29일 유튜브 ‘열린공감TV’에 출연해서도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처음부터 ‘내가 기자다’라고 명함을 내미는 경우는 없다”며 “오히려 명함을 까는 기자가 있다면 그 기자는 너무 순진하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기자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에게 동거설 등의 의혹을 제기한 ‘열린공감TV’를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사진=열린공감TV 화면
▲ 한겨레 기자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에게 동거설 등의 의혹을 제기한 ‘열린공감TV’를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사진=열린공감TV 화면

김 의원이 두둔한 취재는 열린공감TV가 지난 26일 공개한 양재택 전 검사 어머니 인터뷰다. 열린공감TV는 양 전 검사와 김씨가 동거했다고 주장한다.

인터뷰 영상을 보면, 열린공감TV 강진구 기자(경향신문 소속)가 “점을 보러 왔다. 용한 보살님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양 전 검사 모친인 A씨 자택에 들어서는 등 취재윤리 위반 논란을 부를 만한 장면이 등장한다.

A씨는 인터뷰에서 김씨에 관해 “(나를) 엄마라고, (자기를) 딸이라고, (내 아들을) 오빠라고 하고 살았다”며 “(내 아들하고) 완전하게 마무리해야 하는데 날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윤 전 총장 부부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 대해서도 양 전 검사 돈으로 샀다는 취지로 말했다.

양 전 검사는 “거짓말로 주거 침입하고 유도해 94세의 어머니가 말을 따라 하게 하는 패륜 행위를 취재 원칙이라고 하다니 양심도 없느냐”면서 어머니 A씨의 치매 진단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윤석열 캠프 측도 강 기자를 포함해 취재진 3명을 주거침입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29일 ‘열린공감TV’에 출연한 김 의원은 “음식을 담당하는 기자의 경우 손님으로 가장해 음식점에 들어가 식당이 진짜 음식을 잘하는지 평가한다”며 “처음부터 ‘나는 기자인데 음식이 맛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왔다’고 하면, (음식점 주인이) 고기도 두 배 더 주고, 소스도 고급 소스를 준다. (열린공감TV는) 너무나 당연한 취재를 한 것”이라고 지지했다.

김 의원은 “(양 전 검사 측에서) 치매 이야기를 하던데 나도 (열린공감TV) 방송을 봤다. (양 전 검사 모친이) 연세가 있으셔서 듣기 어려운 발음이 있었지만 구사하는 어휘를 들어보면 굉장히 지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도저히 치매라고 보이지 않았다. (윤 캠프가) 고발하는 행위는 자신들의 곤궁한 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기성 언론인들은 ‘개인 사생활 아니냐’는 명분으로 이를 보도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양재택 검사와 김건희 관계는 단순히 개인 사생활 범위를 넘어서서 서초구 아파트 소유권 문제, 최은순(김씨 어머니) 모녀의 재산 불리기, 그와 관련한 송사 과정에 양재택 검사가 뒷배를 봐줬냐는 법률적 문제가 걸려 있다”고 주장했다.

강 기자도 이 방송에서 “양재택 검사와 ‘쥴리’로 대변되는 김건희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단순한 사생활이 아니다”라며 “피의자 신분이었던 김건희씨를 상대로 두 명의 검사가 관계를 맺은 것이다. 길고 끈질긴 추적이 필요하다. 장기간 취재 일정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열린공감TV 취재물은 ‘패륜 취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자기 자식이 바람을 피웠다고 방송에 나와 알리는 어머니가 어디 있을까. 굳이 치매 진단서를 공개하지 않았어도 양(재택) 변호사의 모친이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님은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라며 “혼자 사는 노인에게 몇 명의 낯선 남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런 내용을 유도해낸 행위는 정말 패륜적이고 반인륜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씨는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아들이 오래 전에 바람 피웠다고 세상에 외친 어머니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는가”라며 “부모와 자식 간의 아픈 사연을, 그들은 정치적 모략극을 위해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양 전 검사의) 어머니가 유명한 점쟁이였기 때문에 점을 보러왔다고 해서 들어갔고 얘기 도중 취재 목적임을 밝힌 뒤 (경향신문) 명함을 드렸다”며 “취재 끝나고는 어머니가 직접 배웅까지 나왔다. ‘다음에 찾아뵙겠다’고 인사도 하고 나왔다. 이런 상황을 주거 침입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긴 내용을 묻고 (양 전 검사의) 어머니가 단답한 게 아니라 우리가 단문으로 물으면 어머니가 길게 설명을 했다. 결론을 내놓고 유도했다고 주장하는 건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 열린공감TV 취재 활동을 하고 있는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 사진=열린공감TV 화면
▲ 열린공감TV 취재 활동을 하고 있는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 사진=열린공감TV 화면

한편, 경향신문도 강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논란을 논의할 예정이다. 강 기자는 28일 방송에서 “경향신문 편집국장으로부터 ‘양재택 전 검사 모친 취재와 관련해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있으니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편집국장에게 또다시 긴 경위서를 제출하진 않을 생각이다. 오늘 열린공감TV에서 취재 과정의 정당성을 설명했다”고 했다.

경향신문 사측은 강 기자의 열린공감TV 활동 횟수가 신고(‘외부강의 등 신고’)한 것보다 초과했다는 이유 등으로 내달 2일 윤리위원회를 개최한다고 강 기자에게 통보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강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논란도 논의될 전망이다. 강 기자는 등기상 열린공감TV ‘지배인’이기도 하다. 방송에 단순하게 출연하는 출연진 그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다. 

강 기자는 “열린공감TV에 주 2~3회 출연하겠다고 신고해놓고 주 3~4회 출연했다고 징계사유로 삼을려는 모양”이라며 “열린공감TV 변호사 선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지배인으로 등기한 것 역시 겸직금지 위반으로 몰아가려나 보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사유로 징계할지는 경영진들이 최종 판단할 몫이다. 어떤 징계도 두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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