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언론 신뢰 회복을 주제로 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 토론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개편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또 한 번 제기됐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이번 정부에서 (방통위가) 왜 종편 재승인을 거부하지 못했나를 두고 시민들이 의문을 제기했다”며 “현재 방송법이 갖고 있는 재승인 재허가 제도의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상파 소유겸영 완화와 소유규제 완화를 이야기하는 혼돈의 상황이다. 방통위는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를 상대로 제 역할을 못하며 재승인 들러리만 하고 있다”며 방송법 개정과 함께 제대로 방송통신 미디어 전반의 정책을 구성할 수 있는 통합 부처로의 개편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를 두고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리면서 제대로 일을 못했다”면서 차기 정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법률상 독립기관으로 통합 미디어기구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김서중 대표는 “정치적 독립성이 확보된다면 독임제보다는 합의제가 좋다”고 했으며 “새 미디어통합기구가 정치적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통합기구 산하로 가는 게 맞다. 그게 어렵다면 민간기구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는 없애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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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가 29일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 모습. 

김동원 정책협력실장 또한 “지금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보고하는 현 체제가 과연 독립적인가”라고 되물으며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인권위 수준으로 독립성을 보장했을 때는 집행 강제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대선의 시간이다.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가 구성되기 전 시민 참여를 보장한 미디어개혁위원회 같은 사회적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꾸려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인 김성순 변호사는 “지상파와 종편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이 타협적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면서 방송사는 언론으로서 책임에 대한 자각이 부족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방송법을 비롯한 미디어기구 전반의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종편을 가리켜 “재승인이 안 되면 직원들 생계가 위기라고 이야기하는데 재승인 요구를 위한 인질이라는 느낌도 들었다”면서 방송사의 자기반성을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방심위는 구성단계부터 정치권 관여를 최소화하거나 결격사유를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으며 “(심의위원들이) 소수여서 익명성이 보장된 심의가 어렵다”며 방심위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 해소를 위해 “심의위원 인원을 늘리고 여러 소위로 나눠 랜덤으로 안건을 배분하는 것도 아이디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공영방송 정치적 후견주의 극복은 20세기적 과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편에 대한 당위성도 제기됐다. 이지선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MBC 기자)은 “공영방송은 과거와 같은 지배적 매체가 아니지만 공영성을 지킬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하면서 “공영방송이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9명 이사 중 여야 비율이 6대3이다. 왜 이런 관례가 굳어져 있나”라고 되물으며 이 같은 지배구조로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사장 시절 기자와 PD의 자율성이 철저하게 짓밟혔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들은 오랜 기간 대안적인 지배구조를 고민했고, 그 결과 시민 참여가 답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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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가 29일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 모습. 

앞서 지난해 11월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을 뽑는 방송법·방문진법 등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정치적 후견주의가 아니라 정치적 부당간섭주의다. 여전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위험하다”면서 역시 지배구조개선을 촉구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KBS기자)은 “지금껏 법적 근거도 없이 공영방송 이사 선출을 국회가 좌우해왔다. 이른바 방통위라는 ‘쿠션’을 통해 선출해왔다”면서 “정략적 이익에 따라 공영방송 전리품 챙기는 행위는 인사 경영 제작 보도 전 부문에 너무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후견주의를 끊어내는 것은 20세기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성재호 회장은 그러면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끊어내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공영방송 공론장 회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영방송 개혁이 디지털 공간에서의 공영미디어 역할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미디어 환경 변화로 공론장이 이미 디지털로 이동했다. 언론의 범위가 굉장히 확장됐다. 디지털에서 제대로 된 언론회복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BBC는 온라인에서도 강자다. 디지털에서 공영방송 역할을 확보하면서 좋은 저널리즘을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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